대법원 청사.(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이 사건 표현(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여 모욕죄의 구성요건이 인정되기는 하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이 사건 표현을 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문화방송(MBC) 심의국 라디오심의부 심의위원으로, 2017. 9.5.경부터 한국PD연합회 회장이며, 팔로워가 304명에 달하는 ‘송○○’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하고 있다. 피해자 고○○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다.
피고인은 2017. 7. 27.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나쁜 짓한 거 고발당했다. 고○○. 간첩조작질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 매카시스트. 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역시 극우부패세력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양심과 양식을 대표하는 인사가 맡아야 할 공영방송 MBC의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자리에 앉아 버티기 농성에 들어간 김○○ 체제를 뒤에서 지탱하고 있다.”라는 글을 게시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했다.
이 사건 표현(철면피, 파렴치, 양두구육, 극우부패세력)이 모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피고인은 이 사건 표현 당시 MBC PD협회의 협회장으로 MBC 경영진과 대립하는 관계에 있었는데, MBC를 감독하는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장인 피해자가 MBC 경영진을 비호한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에 있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과거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관여했던 사안과 관련하여 고발을 당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이를 공유하면서 이 사건 표현이 포함된 글을 게시했다.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피해자가 또 고발당한 것을 보면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양심과 양식을 대표하는 인사가 맡아야 할 공영방송 MBC의 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자격이 없고, 피해자가 이사장 자리에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보인다.
‘파렴치’, ‘철면피’ 또는 ‘양두구육’은 상황에 따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부끄러움을 모른다’, ‘지나치게 뻔뻔하다’ 또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이 있다’는 뜻으로, 특히 언론이나 정치 영역에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극우부패세력’은 범죄행위를 연상케 하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념적 지형이 다른 상대방을 비판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소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인터넷 등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표현도 지나치게 모욕적이거나 악의적이지 않다면 마찬가지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7도17643 판결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