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했다.무죄를 선고하는 이상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이를 각하했다.
항소심은 피고인을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비트코인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도 부정했다.
피고인은 2019. 8. 27.경 일본에 있는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6.61645203 비트코인(당시 기준 한화 시가 80,700,000원 상당)을 자신의 C 계정으로 이체받아 보관하게 됐다. 피고인은 위 비트코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떠한 원인으로 자신의 C 전자지갑에 이체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이러한 경우 비트코인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착오로 이체된 위 비트코인의 반환을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은 임무에 위배하여 그 무렵 피해자의 비트코인을 임의로 환가하거나 다른 비트코인을 구매하는데 사용하여 80,700,000원 상당의 재산상 이득을 얻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
1심은 택일적 공소사실인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유죄부분),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C 거래소 가상지갑에 있던 타인 소유의 비트코인이 알 수 없는 경위로 피고인 계정에 이체된 것이므로 비트코인의 소유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어 이체된 비트코인과 관련하여 그 소유자와의 관계에서 피고인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이를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인을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횡령죄의 객체는 자기가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이므로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은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은 동산이나 부동산 등 유체물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동력도 재물로 간주되지만(형법 제361조,제346조), 여기에서 말하는 관리란 물리적 또는 물질적 관리를 가리킨다고 볼 것이고, 재물과 재산상 이익을 구별하고 횡령과 배임을 별개의 죄로 규정한 현행 형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사무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채권이나 그 밖의 권리 등은 재물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832 판결 참조).
재판부는 ① 이 사건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가 없으므로 유체물이 아닌 점, ② 사무적으로 관리되는 디지털 전자정보에 불과한 것이어서 물리적으로 관리되는 자연력 이용에 의한 에너지를 의미하는 ’관리할 수 있는 동력‘에도 해당되지 않는 점, ③ 가상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크고 법정 통화로서 강제 통용력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예금 채권처럼 일정한 화폐가치를 지닌 돈을 법률상 지배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상화폐의 일종인 비트코인은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했다고 하여 이로써 피고인에게 횡령죄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