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집안에 불질러 동거녀 숨지게 한 30대 무죄

기사입력:2022-06-30 09:26:52
▲대구지법/대구고법현판
▲대구지법/대구고법현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구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조정환 부장판사·박가연·김준철)는 2022년 6월 28일 건물주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집안에 불을 질러 동거녀(50대)를 숨지게 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3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2고합40).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5명은 무죄, 4명은 유죄 평결을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위 간접사실과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이 주거지에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놓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이미 2021. 11. 15. 경찰과의 문답에서 피고인이 불을 낸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가스버너를 사용하다가 불을 낸 것이라고 진술한 상황이었던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2021. 12. 1. 경찰에게 피고인 자신이 담배를 피다 실수로 불을 낸 것 같다면서 종전보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진술한 점 등을 고려했다.

피고인이 휘발유에 불을 질러 방화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휘발유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휘발유가 뿌려진 상태로 거실에서 다투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감정이 격한 상태로 불을 붙였거나 피해자가 핀 담배불 또는 담배를 피기 위하여 킨 라이타의 불씨 등에 의하여 과실로 휘발유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등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에 의한 방화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2021년 11월 3일 오후 5시 4분경부터 오후 6시 11분경까지 사이에 거주지에서 피해자(동거녀)와 술을 마시다가 금전문제 등으로 다투던 중 건물주의 남편 E으로부터 전화를 통해 '다른 주민으로부터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는 말을 들은 후 이를 따지기 위해 건물주에게 남편을 불러달라고 했으나 집에 없다고 응하지 않았고, 자신을 따라온 피해자의 제지로 다시 주거지로 돌아가게 되자 화가 나 피해자와 계속 말다툼을 하면서 피해자에게 '이 건물에 불을 지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후 피고인은 같은 날 오후 6시 52분경 주차장 부근에서 주거지에 있던 피해자에게 휴대전화로 “자존심 다 상하고”, “살고 싶으면 집에서 나가라, 불 지른다”, “살고 싶으면 나가라고, 이젠 돌이킬 수 없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고, 같은 날 오후 7시 6분경 오토바이를 운전해 구미시에 있는 F주유소에 도착한 다음 휘발유 2L를 구입하여 미리 준비한 빈 페트병에 휘발유를 담아 이동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7시 43분경 지인 G에게 휴대전화로 “형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갑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같은 날 오후 7시 58분경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건물에 도착한 후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건물주를 다시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으나 응답이 없자, 자신의 주거지로 내려갔다.

피고인은 같은 날 오후 8시경부터 8시 20경까지 사이에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주거지에 들어간 다음 피해자가 주거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곳에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놓아 그 불길이 집안 전체로 옮겨 붙게 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위 화재로 인해 대구 중구에 있는 H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12월 10일 오전 5시 25경 전신 3도 화상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이로써 피고인은 불을 놓아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을 소훼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당시 휘발유를 구입해 이를 들고 주거지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하나, 이후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놓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유죄의 인정은 범행 동기, 범행수단의 선택, 범행에 이르는 과정, 범행 전후 피고인의 태도 등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 만일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피고인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참조).

건물주는 이상한 냄새와 큰 고함소리를 듣고 물을 열어 까만 연기를 확인하고는 옥상으로 대피한 다음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주거지에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놓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결과에 따르면, 거실바닥과 싱크대 앞 바닥에서 휘발유 성분이 검출되었고, 이 사건 화재는 거실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화재 이후 피고인은 현관문을 나가 대피했으나, 피해자는 작은방 안에서 발견됐다. 또한 1층 계단과 공동현관문 앞 내부 바닥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입고 있었던 상의와 하의가 발견되었는데, 피고인의 휴대전화기, 오토바이 열쇠와 담배는 발견되었으나, 라이타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법원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인화성 물질을 이용한 방화의 경우 불을 붙이는 행위자의 손이나 얼굴 등 신체 전면 부위에 상대적으로 심한 화상 흔적이 발생하는 것인데, 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로 안면부 전체와 양손, 양팔, 좌측 종아리, 발, 우측 종아리 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피해자는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 몸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되는 위 간접사실과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이 주거지에 휘발유를 뿌린 다음 불을 놓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피고인이 휘발유를 구입하여 곧바로 찾아간 곳은 건물주가 거주하는 곳이다. 이처럼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불을 지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대상은 피해자가 아닌 건물주의 남편 E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위 다툼 당시를 녹음한 음성파일과 그 녹취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

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피고인은 평소 음성녹음기를 실행해 주변의 소리를 녹음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당시에도 주변음성이 녹음됐다.

당시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말리며 뺨을 때리기도 했으나 피해자에게 분노하거나 위해를 가할 것처

럼 행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의 휴대전화기에서 평소 화재나 방화와 관련한 검색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있는 주거지에 불을 질러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힐 목적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휘발유에 불을 질러 방화를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휘발유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이 휘발유를 부어 불을 지른 것이 아니라고 진술했다(수사기관에서 7차례 진술). 다만 2021. 12. 1.자 경찰 진술 당시에는 그 전, 후의 진술과 달리 불이 난

이유에 대해 “제가 담배 피운다고 막 했는 것 같아요.. 습관..”이라고 진술했으나, 그 또한 고의적인 방화가 아닌 ‘실화’의 취지로 보일 뿐이다. 피고인이 담배를 피우다 실수로 불이 난것 같다는 취지.

피해자는 이 사건 이후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상태로 의식이 없던 중 2021. 11. 15. 의식을 회복했고, 같은 날 병원을 방문한 경찰과의 문답에서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 본인이 불을 붙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피해자는 자신이 부탄가스에 불을 붙였다(고기구워먹으려고)고 했다.

그러나 휘발유성분이 발견된 점, 피고인이 가스버너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위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피고인이 아닌 자신이 불을 붙인 것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쉽사리 배척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검찰은 피해자가 연인인 피고인의 부탁을 받고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나, 단지 연인사이라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행위를 감싸준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위 진술이전에 피해자에게 접근해 허위진술을 부탁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욱이 피해자의 위 진술은 그 직후인 2021년 12월 1일 피고인이 경찰에게 한 진술(피고인이 담배를 피우다 실수로 불이 난것 같다는 취지)과도 다른 내용이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집을 이사하는 문제 등으로 다투었는데 피고인은 대체로 피해자의 말을 들으면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대각선에 있는 냉장고를 응시하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오른쪽에 있던 휘발유가 든 패트병을 가지고 간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피고인의 왼쪽 다리 부분에 시원한 느낌이 나면서 휘발유 냄새가 났고, 피고인이 ”진짜 휘발유다“라고 이야기하고 앉아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얼굴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면서 불이 났다”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진술은 일부 다른 부분이 있으나 대체로 일관되며, 2022. 1. 6. 경찰 조사 이전까지는 피고인이 심한 화상을 입은 채로 병원을 방문한 경찰의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이후의 진술이 보다 구체적인 점도 수긍할 만하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휘발유가 뿌려진 상태로 거실에서 다투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감정이 격한 상태로 불을 붙였거나 피해자가 핀 담배불 또는 담배를 피기 위하여 킨 라이타의 불씨 등에 의하여 과실로 휘발유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하는 등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에 의한 방화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물주는 이 법정에서 검은 연기를 발견하기 직전 남자의 고함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소방차가 이 사건 하재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8시 27분경이고 화재를 초기진화한 시각이 오후 8시 47분경인데 피해자는 그 직후인 오후 8시 49분경 소방대원에 의해 발견됐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의 진술에 일부 부합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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