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가석방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됐다.
이 소송은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지난 2월 28일 가석방된 O씨는 지난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권을 박탈당하자 6월 6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대리인단(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단법인 두루, 전쟁없는세상, 천주교인권위원회)은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위 2019년 헌법재판소의‘각하’결정이 ① ‘1년의 선고형’의 기간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해명이 부재하다는 점 ② 선거권의 제한이 형벌의 종류인지 형의 부수효과인지 해명이 없다는 점 ③ 선거권 제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등 징역 1년 이상의 형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가능성 등이 변화했다는 점 ④ 집행유예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 차별 취급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실질적 판단을 촉구했다.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사람”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형 1년 이상을 선고 받은 사람은 가석방 후에도 남은 실형 기간이 경과할 때까지는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과거에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가 모두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선거권 제한이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자 부분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을, 수형자 부분에 대해서는 2015년 말 시한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함에 따라 집행유예자는 즉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2헌마409 등 결정 참조). 하지만 2015년 8월 국회는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은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은 보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가석방자 선거권 박탈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가석방자에 대한 선거권 박탈은 그 수단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4년 집행유예자 선거권 박탈 위헌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집행유예자는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2012헌마409 등)고 판단한 바 있다. 집행유예자와 마찬가지로 구금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가석방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권리 제한이다.
공직선거법은 또한 △청구인처럼 양심을 거스를 수 없어 현행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양심범 △중죄가 아닌 경죄를 저지른 자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과실범 등을 가리지 않고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헌법 상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위반하고 있다.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죄질, 전과 유무, 누범 여부, 집행유예 기간 중인지 여부 등에 따라 구체적 양형이 다르다. 심지어 담당 판사의 성향에 따라서도 선고형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공직선거법은 죄명이나 범죄사실, 범죄의 정도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지 ‘1년 이상’의 실형 피선고자들을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고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빈민, 흑인, 여성들이 참정권 투쟁으로 일군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재산, 성별,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입니다. 가석방자와 수형자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단지 1년 이상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를 부정당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오히려 선거권 박탈은 가석방자와 수형자를 ‘사회구성원인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들을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대화한다.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캐나다는 최고재판소가 1992년 모든 수감자에 대해 선거권을 박탈하는 법규정을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징역 2년 이상의 수감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한 개정 법률에 대해서도 2002년 거듭 위헌 결정을 함으로써 모든 수형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이츠하크 라빈(Yitzak Rabin) 총리가 1995년 유대 극우파 이스라엘인 이갈 아미르(Yigal Amir)에게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라빈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아미르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시민권을 취소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그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아미르가 아니라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해가 될 것이며, 그의 형벌은 징역형이고, 선거권 박탈은 모든 기본권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판시해 아미르는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수형자에 대한 합리적인 선거권 부여 방안, 2014. 5. 참조).
선거권 박탈 여부에 관해 국회가 선택한 ‘실형 1년’이라는 기준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그저 일부 수형자의 선거권은 어떻게든 제한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편견에 근거한 것으로 순전히 입법편의적 사고의 산물로 보인다. 2022년 『법무연감』의 2021년 <수형자 형명, 형기별 인원>에 따르면 선거권이 보장되는 실형 1년 미만 수형자는 4,005명으로 전체 수형자 34,087명의 11.7%에 불과하다. 즉 대다수 수형자는 현재까지도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과 동일한 조항이 문제가 된 사건에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범죄자에게 그 공동체의 운용을 주도하는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 인식과 이러한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제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합헌 또는 각하 결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7. 5. 25. 선고 2016헌마292 등 결정, 헌법재판소 2019. 8. 29. 선고 2017헌마442 결정). 그러나 2017년 결정에서 재판관 1인(이진성)은 “개인의 생래적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구성원리로서의 선거권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근간이 되는 권리이므로, 자유형에 부수하는 형벌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책임의 범위를 넘어선다”라며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2019년 결정에서는 재판관 2인(이석태·김기영)이 “공동체의 구성원들 중에서 통치조직의 구성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성원과 바람직하지 아니한 구성원을 나눌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정치적 영역에서의 평등과 보통선거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반대의견을 내는 등, 위헌 의견을 내는 재판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9년 결정에서 우리 사회가 공감하는 헌법가치가 변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1년 이상의 징역의 형을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한 사람’의 공동체 질서 침해 정도와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변하는 등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심판의 이익을 부정함으로써, 실질적 판단 없이 각하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가석방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기사입력:2022-06-08 13: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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