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같은 초급 부하 장교 군인등강간치상 등 사건… 중령 무죄 원심 파기환송, 소령 무죄 확정

기사입력:2022-03-31 18:27:21
(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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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정화)은 2022년 3월 31일 해군 함장(중령)으로 근무하던 피고인 A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초급 부하 장교인 피해자(20대·여)를 강간하여 그로 하여금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이르게 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군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을 받아들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9037 판결).

피고인 A 사건에서의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되는데, 이와 달리 원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했으므로 원심을 파기했다.

피고인 A는 2010. 12. 초순경 티 타임을 갖자는 명목으로 피해자를 자신의 영관장교 독신자 숙소로 불렀다. 피고인 A는 피해자가 침실 내침대에 걸터앉자 양손으로 피해자의 팔 윗부분을 강하게 잡고 체중을 실어 피해자를 침대에 눕혀 반항을 억압한 후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치료 일수 미상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상해에 이르게 했다.

1심은 피고인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범행으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후의 기억에 의존한 것인데, 그 진술 내용에 모순이 되는 부분,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피해자의 기억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 그 반면 피해자의 진술과 상반되는 피고인의 주장은 객관적인 정황에 비추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 쉽게 배척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진술은 의도적으로 행해진 허위의 진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폭행⋅협박이라는 수단을 써서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해자의 팔 윗부분을 붙잡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반항을 제압하려는 의사나 인식에 따라 위와 같은 행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 다소 불명확하게 진술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정으로 삼을 수 없다. 피고인의 변소내용은 피해자의 요구나 용인 아래 자연스럽게 신체접촉 행위를 했다는 취지이나, 그 구체적 내용은 일반의 통념에 비추어 자연스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험의 범칙에 비추어 합리성이 없다. 이러한 사정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간접사실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공소사실의 핵심 경위에 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또 군인등간강죄가 성립하기 이한 피고인의 폭행이 있었고 그에 관한 피고인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당시 피해자는 군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급장교로서 평소 지휘관인 피고인의 지시에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반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유형력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더욱이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 B(소령)와 원치 않는 성관계로 임신하고 임신중절수술까지 받은 일들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으로 무력한 상태였다. 그러한 상태에서 평소 신뢰하던 지휘관인 피고인 A로부터 위와 같은 일을 당하게 되자 정신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게됐다. 피고인 A의 간음행위 역시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로 인한 것이었다고 평가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한 강간 사실과 그에 관한 피고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강간으로 인한 상해 결과의 발생 여부에 관해 나아가 심리⋅판단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원심판결에는 군인등강간치상죄의 폭행,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의 법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됨(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

강간죄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로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 피고인의 진술이 경험의 법칙상 합리성이 없고 그 자체로 모순되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그것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직접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정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거나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과 결합하여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간접정황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참조).

◆한편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2022년 3월 31일 해군 함정 포술장(소령)으로 근무하던 피고인 B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초급 부하 장교인 위 피해자(20대·여)를 2회 강간하고 10회 강제추행 하여 그로 하여금 치료 일수를 알 수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군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18도19472 판결).

1심은 군인등강제추행치상죄(주위적 공소사실) 및 군인강간치상죄가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원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은 범행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믿을 수 없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하여 피해자를 추행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증명된 범위 내) 피고인의 각 행위를 이른바 ‘기습추행’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모텔에 가게 된 경위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에 배치되어 믿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강간의 수단이 되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각 사건에서 해당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았다.

피고인 B 사건에서 ‘원심이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한 정황이 있고, 따라서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에는 수긍할 수 있는 면이 있으므로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다(무죄 확정).

피고인 B 사건과 피고인 A 사건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다르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

◇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2. 12. 24. 선고 2002도5662 판결 등 참조).

사실인정의 전제로 이루어지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증명력에 대한 판단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함(형사소송법 제308조).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라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범행의 구체적인 경위,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의관계, 피해자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의 진술 등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사실심 법원은 인접한 시기에 같은 피해자를 상대로 저질러진 동종 범죄에 대해서도 각각의 범죄에 따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고, 이것이 실체적 진실발견과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에 부합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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