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새벽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유흥비 마련을 위해 공범이 망을 보는 사이 잠기지 않은 차량에 침입하여 80만 원을 훔친 것을 시작으로 범죄의 길로 빠졌던 특수절도 5범의 범죄소년(16·고1년)이 보호관찰 1년 여 만에 범죄의 굴레를 끊고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군산사회복지장학회(이사장 김기봉)은 지난 15일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의 굴레에 빠졌다가 잘못을 뉘우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이어가는 모범 보호관찰 대상자 20명을 선정,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장학생으로 선정된 20명은 인터넷 사기, 특수절도, 폭력, 불법도박 등 범죄의 굴레에 빠졌던 범죄전력 1~5회에 이르는 보호관찰 청소년들이다.

법원의 보호관찰명령으로 보호관찰이 시작된 지 1년 여 경과된 이들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따라 불량교우 관계단절, 가출·외박 등 문제행동 개선, 학업성적 향상 등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범죄소년 또는 비행소년이란 이름으로 사회의 손가락질을 받던 청소년들은 생전 처음 장학생이란 이름으로 호칭됐다.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사회자의 호명에 따라 엉거주춤 단상에 오른 보호관찰 청소년들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기봉 군산사회복지장학회 이사장은 “인생의 갈림길에 설 때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은 오늘 너의 모습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구나”라며 딱딱한 굳은 표정의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한 명 한 명 따뜻하게 안아주고 장학증서와 꽃다발을 건넸다.
그러면서 “얘야~ 그래도 살다가 정말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려 무나”라며 귓속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제야 어색의 표정의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얼굴에 수줍은 듯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군산보호관찰소 최걸 소장은 “비행소년이라는 낙인으로 살아왔던 보호관찰 청소년들을 따뜻하게 보듬을 주는 것이 10년, 20년을 바라보는 가치 있는 투자다. 힘든 여건에서도 아낌없는 사랑을 나눠주신 김기봉 이사장님과 군산사회복지장학회 관계자분들게 너무 고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군산사회복지장학회(1994년 3월 설립)는 27년간 소외받고,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장학사업, 시설개선 지원, 연예인 자선골프대회 개최, 취약계층 지원, 아이스버킷 챌린지 동참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한편 이날 장학생으로 선정된 이들의 반응이다.

“난생 처음 본 김기봉 이사장님이 갑자기 훅 가슴으로 안겨 오는데 순간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내가 뭔데 이렇게 까지 해 주시나 싶어 후회스럽던 지난 기억이 스쳐갔다.”(16·남. ○○고 1년. 특수절도 5회)
“처음에는 뭐지? 이 할아버지... 했다. 그러다 음...따뜻한 가슴을 가진 어른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13·남. ○○중 2년. 특수절도 1회).

“그냥 사고 안쳤을 뿐인데, 남에게 사랑받는 느낌 너무 좋았다.”(17·여. ○○고 3년. 특수상해 등 4회)

“생전 처음 남 앞에서 잘했다고 박수 받는데, 소름이랄까....짜릿한 느낌이 등줄기에 쫙 돋았어요.”(16·남. ○○고 1년)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사랑받고 존중받는지 이제야 깨달았어요. 난 나쁜 놈인데, 안 되는 놈이라고 단념하고 살았는데 이제 내가 원하는 진짜 인생을 멋지게 한번 살아봐야죠.”(16·남, ○○고 1년. 도박, 특수절도 4회).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장학생으로 사는 것이 훨~~씬 기분 짱인 것 같아요.”(15·남. ○○고 1년, 사기, 특수절도 5회)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