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내수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활용품, 식품, 문구 등의 유통업계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 전략 수립에 열심이다. 기존 시장에 없던 심플한 디자인(‘S’imple)을 내세우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유명 브랜드의 원조 디자인(‘O’riginal)을 접목하거나, 기업 초기 도전정신(‘S’pirit)을 담는 등 불황의 시대에 맞서 디자인에 SOS를 치고 있다.
■ Simple, 기존 시장에 없던 블랙&화이트 심플 디자인으로 인기 ‘생활공작소 제습제’
‘합리적 소비를 위한 미니멀리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생활공작소는 가격, 성분,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서 소비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변 인테리어와 잘 어우러지는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하는데, 생활용품 업계에서는 드물게 모던한 패키지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습기의 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제습제’는 2016년 출시 당시 기존 시장에는 없었던 까만색 뚜껑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크게 탄 제품이다. 옷장, 서랍장 내부 등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사용하는 제습제도 예뻐야 한다는 디자인 철학 아래 분홍색 뚜껑 등 튀는 컬러 대신 블랙&화이트 톤의 심플한 패키지를 개발해 출시했다.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SNS 상에서 큰 호응을 일으켜 생활공작소 브랜드가 성장하는 발판의 역할을 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천300만개 판매를 기록, 생활공작소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외에도 생활공작소는 주방 및 청소용품, 욕실용품 등 일상 전반에 꼭 필요한 약 60여 종의 제품들을 모노톤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CU가 지난 5월 소맥분 제조사 대한제분,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함께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개 완판,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30만개 돌파를 기록했다. 맥주 시장은 취향 소비 성향이 강해 진입 장벽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대한제분의 오리지널 곰표 밀가루 포대를 연상시키는 패키지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 것이 성공 요인이 됐다.
곰표 밀가루의 마스코트인 표곰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캐릭터 디자인도 곰표 맥주가 돌풍을 일으키는데 한몫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 세대들은 물론, 복고 디자인에 향수를 느낀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품귀 현상을 빚는 등 상반기 가장 인기를 끈 맥주 중 하나로 꼽혔다. 곰표 밀맥주 흥행 후 CU는 최근 네이버 웹툰 인기 작품 호랑이형님의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한 ‘무케의 순한 IPA’까지 출시했다.
■ Spirit, 기업 초기 도전정신 이어받아 헤리티지 디자인 최신 트렌드로 재해석하는 ‘모나미 153’
모나미가 1963년 국내 자체 기술로 만들어낸 국내 최초의 볼펜 ‘모나미153’은 합리적인 가격과 실용성 덕에 지금까지도 국민 볼펜으로 불리고 있다. 육각 형태의 바디와 검은색 헤드, 노크(똑딱이) 등 꼭 필요한 부품으로만 구성된 단순한 구조의 디자인은 출시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모나미는 국내 최초의 볼펜을 개발했던 기업 초기의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헤리티지 디자인을 최신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한 신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며 문구 덕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