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일부 시민단체들의 이재용 부회장 수사 촉구 주장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일부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내부 갈등을 이유로 이 부회장 수사가 지연되선 안된다”라며 기소를 촉구했다.
이같은 시민단체의 주장은 불기소를 권고한 수사심의위의 결정과 상반된 주장이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달 26일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측은 약 보름이 지난 13일 현재까지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다. 통상적으로 수사심의위의 권고 후 일주일 내에 최종 결정을 내렸던 것과 대비돼 검찰이 절차에 의해 선임된 수사심의위의 권고보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조·언론·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당시 13인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10인의 찬성으로 이 부회장의 수사 및 재판 회부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법조계는 당초 전망보다 높은 찬성 비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기소를 진행할 경우 수사심의위의 입지 축소를 우려중이다.
장기간 검찰에서 근무했던 한 사법계 원로는 “유럽과 미국 등 사법 선진국에선 수사심의위 및 이와 유사한 기관의 결정을 존중하는 기조가 분명하다”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수사심의위를 도입해 첫 걸음을 막 뗀 상황에서 수사심의위 권고안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 과정에 대한 심의를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에게 맡기는 제도다. 주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기소 처분 및 수사 지속 여부를 심의한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권고 효력만 있으나 검찰은 제도 도입 이후 2년간 8건의 수사심의위 결정을 모두 따른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제도로는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가 꼽힌다. 대배심과 검찰심사회 역시 검찰 권한 견제를 위해 도입됐으나 국내 수사심의위와 달리 일반 시민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있다.
기소가 결정돼 이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진다해도 검찰의 결정적 증거 부족으로 3~5년간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것이고, 이는 국가 경제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재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소수의 유망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2차전지 분야에서 삼성과 이 부회장의 역할은 산적해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 전 이뤄진 이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2차전지 관련 회동을 들며 “테슬라 등 해외 업체에 맞서 국내 기업들이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부재는 해외 업체들에게 기술 등에서 추월할 시간을 벌어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