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는 31일 성매매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조항에 대해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벌칙) ①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ㆍ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선고는 성매매를 형사처벌하는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초의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성매매처벌법 조항이 성매매 당사자(성판매자와 성구매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성판매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청신청인 A(여)씨는 2012년 7월 서울 전농동에서 남성 B(23세)씨로부터 13만원을 받고 성교함으로써 성매매 행위를 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제청신청인은 제1심 계속 중 성매매 행위를 처벌하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고,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 오원찬 판사는 2012년 12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성매매를 형사처벌해 성매매 당사자(성판매자와 성구매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성판매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 사회는 개인주의와 성 개방적 사고의 확산에 따라 성에 관한 문제는 법으로 통제할 사항이 아니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지만, 성의 자유화, 개방화 추세가 성을 사고파는 행위까지 용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비록 개인의 성행위 자체는 사생활의 내밀영역에 속하고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 대상에 속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외부에 표출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에는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외관상 강요되지 않은 자발적인 성매매행위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함으로써 성판매자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으며, 성매매산업이 번창할수록 자금과 노동력의 정상적인 흐름을 왜곡해 산업구조를 기형화시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매우 유해한 것”이라고 봤다.
헌재는 “특히 최근의 성매매산업이 음성적이고 기형적인 형태로 조직화, 전문화되고 있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성매매알선업자의 영업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성매매행위를 합법화하거나 처벌하지 않게 되면 성산업으로의 거대자금의 유입, 불법체류자의 증가, 노동시장의 기형화 등을 초래해 국민생활의 경제적ㆍ사회적 안정을 해치고, 국민의 성도덕을 문란하게 하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성매매는 그 자체로 폭력적ㆍ착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경제적 약자인 성판매자의 신체와 인격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므로,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며 “또한 성매매는 성을 상품화하고 성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며, 국민생활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해치는 등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허물어뜨린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따라서 성매매를 처벌함으로써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을 확립하고자 하는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성매매를 형사처벌 함에 따라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업소와 성판매 여성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고, 성구매사범 대부분이 성매매처벌법에 따라 성매매가 처벌된다는 사실을 안 후 성구매를 자제하게 됐다고 설문에 응답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조항이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을 갖지 않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성매매에 대한 수요는 성매매 시장을 유지ㆍ확대하는 주요한 원인이므로, 성구매자의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잘못된 접대문화 등으로 인해 성매매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성매매 집결지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유형의 성매매뿐만 아니라 산업형(겸업형) 성매매, 신종ㆍ변종 성매매, 인터넷ㆍ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매매 등 다양한 유형의 성매매 시장이 활성화돼 있으며, 불법 체류자나 이주 노동자들의 성매매, 청소년ㆍ노인의 성매매, 해외 원정ㆍ관광을 통한 성매매 등 성매매의 양상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성매매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억제하지 않는다면,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이나 저개발국의 여성들까지 성매매 시장에 유입돼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재범방지교육이나 성매매 예방교육 등이 형사처벌만큼의 효과를 갖는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성매매의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성구매자를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고, 이것을 과도한 형벌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구매자뿐만 아니라 성판매자도 함께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성구매자를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성판매행위를 비범죄화해 성판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 공급이 더욱 확대될 수 있고, 성매매를 원하는 자들로 하여금 성판매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위험이 있으며, 성판매자가 성구매자들의 적발과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인 조건으로 성매매를 유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성판매행위를 비범죄화 한다면 포주 조직이 불법적인 인신매매를 통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된 성매매 여성에게 합법적인 성판매를 강요하는 등 성매매 형태가 조직범죄화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성을 상품화하는 현상이 만연한 현실을 감안하면, 성판매 여성의 인권향상은커녕 오히려 탈(脫)성매매를 어렵게 만들어 성매매에 고착시킬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따라서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구매자뿐만 아니라 성판매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과 낙인, 기본적 생활보장, 인권침해의 문제는 성매매를 ‘노동’으로 인정하거나 성판매를 비범죄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 아니라,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구조와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헌재는 “물론 차별적 노동시장이나 빈곤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불가피하게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이 있을 수 있지만, 성판매자의 자율적 판단이 완전히 박탈될 정도가 아닌 이상 이들에게 비난 가능성이나 책임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고, 다양한 유형의 성판매자 중에서 생계형 성판매자를 구별해 내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는 “성매매행위에 대해 국가가 적극 개입함으로써 지켜내고자 하는 사회 전반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이라는 공익적 가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에 비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은 법익균형성에도 위반되지 않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 김이수ㆍ강일원 재판관은 일부 위헌의견
김이수ㆍ강일원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점은 다수의견과 같다”면서도 “그러나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과도한 형벌권 행사”라고 말했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는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여성 성판매자는 기본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보호와 선도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며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박한 생존 문제 때문이고, 이는 사회구조적인 것으로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봤다.
이어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성의 성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성매매 시장을 음성화해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해가 되므로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두 재판관은 “성판매자로 하여금 성매매 이탈을 촉진하고 유입을 억제하려면 형사처벌 대신,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과 보호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성매매 예방교육, 성매매로 인해 수익을 얻는 제3자에 대한 제재와 몰수, 추징 등의 방법으로 성산업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이나 보호나 선도 조치 등과 같이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방법도 있으므로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침해최소성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특히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공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반면, 성판매자들이 받게 되는 기본권 침해의 정도는 중대하고 절박하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균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두 재판관은 “다만, 이것이 성매매 자체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거나, 성매매의 사회적 유해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고, 양성평등 의식을 높이며 강제 성매매 확산을 막기 위해 성구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며 그 부분은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과는 달리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조용호 재판관 전부 위헌 의견
한편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성매매자(성판매자 및 성매수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전부 위헌 의견을 냈다.
조 재판관은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이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ㆍ관념적이고,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입법자가 특정한 도덕관을 확인하고 강제하는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조항이 오히려 성매매 여성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인권유린의 결과를 낳고 있으며, 국민에 대한 최소보호의무조차 다 하지 못한 국가가 오히려 생계형 자발적 성매매 여성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성매매처벌법이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성매매 근절에 전혀 기여하고 있지 못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성매매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사회보장ㆍ사회복지정책의 확충을 통해 성매매여성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으로, 성매매 예방교육의 실시, 성 산업 자체의 억제 또는 일정구역 안에서만 성매매를 허용하는 등 덜 제약적인 방법이 가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특히 성매수자만 처벌하는 것은 처벌의 불균형성과 성적 이중잣대를 강화할 수 있다. 국가가 특정 내용의 도덕관념을 잣대로 그에 위반되는 성행위를 형사처벌한다면, 그러한 도덕관념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성적 욕구는 억압될 수밖에 없다”며 “지체장애인, 홀로 된 노인, 독거남 등 성적 소외자의 경우는 심판대상조항 때문에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재판관은 “특정인을 상대로 하든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성매매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봤다.
◆ 이정미ㆍ안창호 재판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이정미ㆍ안창호 재판관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는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돼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가치관의 보호와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이성적인 절제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고,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관을 훼손하는 욕망 추구행위까지 행복추구권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아가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적 폭력ㆍ착취ㆍ억압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연유하므로, 성을 상품화해 거래 대상으로 삼으면서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을 해하는 성매매가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호돼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강한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재판관은 “성매매를 합법화할 경우 성산업의 팽창, 청소년들의 성매매 유입, 저개발국 여성들의 성매매 유입 증가와 같은 사회문제도 있을 수 있으므로 합법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판매자에 한해 처벌하지 않는 것 역시 성매매 장소 제공의 처벌조항과 양립할 수 없고, 성판매자의 생계 보호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입법목적 달성에 장해가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을 고려해 성매매처벌법 상의 ‘성매매피해자’의 개념을 유연하게 해석해야 하고, (수사기관이) 실적을 쌓는 등 입법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단속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 자발적 성판매 여성 성매매처벌법…재판관 6대 3 합헌
“성매매 당사자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성판매자 직업의 자유 침해 않는다” 기사입력:2016-03-31 18: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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