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삼화 박태범 대표변호사
< 법률 Tip >
계약 체결을 할 때 계약 당사자가 아닌,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나오면 그 대리인을 믿고 거래를 해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법에서는 ‘표현대리’라고 하여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존재하고 본인이 그러한 외관의 형성에 관여하였다든가 그 밖에 본인이 책임져야 할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무권대리 행위에 대하여 본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에서는 백지위임장을 받아온 대리인의 외관을 믿고 본인에게 위임 사실에 관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거래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대법원 1992.11.27. 선고 92다31842 판결) 한 바 있습니다.
즉 피고는 대리인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등기권리증과 원고 명의의 담보설정용 인감증명서 등 근저당권 설정에 필요한 서류를 제시하면서 자기가 원고로부터 담보설정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말하여 이를 믿고 근저당권 설정을 받았으므로, 원고는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근저당권설정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는데,
우리 대법원은, 백지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 계약 체결에 필요한 서류들을 외관상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래 규모 등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진정한 계약 체결의 의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대리인만을 믿고 거래를 할 것이 아니라, 본인에게 그 대리인으로 하여금 거래를 하도록 위임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흔히 ‘인감증명서’나 ‘인감도장’을 지참하고 대리인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래 상대방 입장에서는 추후에 본인이 계약 무효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대리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관해서 계약 당사자 본인에게 진정한 계약의사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판례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