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양승태, 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19일 동료 병사들에게 수류탄 폭발 및 소총 발사로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무장 탈영한 혐의로 기소된 임OO 병장의 상고를 기각, 사형을 선고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임 병장은 군 입대 후 실수를 하거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간부나 선임들의 지적을 받거나, 이들이 자신의 별명을 부르는 것에 대해서 자신을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왔다.
또한 후임들이 자신에게 경례를 하지 않는 등 무시한다고 생각해 오던 중 2014년 6월 21일 강원 고성군 현내면 GOP 13-8 초소에 놓인 순찰일지에 자신의 외모를 희화화하고 모욕하는 표현이 들어있는 그림과 글을 보고 충격을 받아 분노하다가 소초원들을 모두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임 병장은 이날 저녁 초소 교통통제소에서 무장한 채 대기하고 있던 상관 및 동료 병사 등 7명을 우선적으로 살해하고자 수류탄을 던져 폭발시켰으나, 이들이 상해를 입었을 뿐 사망하지는 않자, K-2 소총으로 교통통제소에서 막사 방향으로 도주하던 피해자들을 향해 실탄을 발사해 상관 하사가 복부에 맞아 사망했다.
이렇게 임 병장은 수류탄 폭발 및 소총 발사로 5명의 병사를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무장 탈영했다.
결국 상관살해, 상관살해미수,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 임OO 병장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도 임 병장의 항소를 기각하며 사형 형량을 유지했다.
이에 임 병장이 “사형 선고가 심히 부당하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관 9명은 “사형 선고가 심히 부당하다고 볼 사유 없다”며 임 병장의 상고를 기각하며 사형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신감정 결과에 의하면, 피고인은 특정 불능의 인격장애 증상이 있었으나 그로 인해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지는 않았으며, 특히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은 정상범주 내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순찰일지에 그려진 그림과 낙서는 동료 병사들에게 총격을 가할 만큼 극심한 분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피고인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범행 시간이나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소초원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많이 살해할 수 있는 순서, 방법 등을 계획한 다음 지능적이고 냉혹하게 그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범행 과정에서 평소 자신을 무시해 왔다는 후임병들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과 친하게 지냈던 후임병들에 대해서 소총을 발사해 그들을 살해한 것”이라며 “살해된 피해자들은 만 19세 내지 23세의 젊은 나이이고, 부상을 당한 피해자들도 20대 초반의 나이일 뿐만 아니라, 살해된 피해자 5명 중에는 평소 피고인을 ‘형’이라고 부르는 등 친하게 지내거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후임병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잘못을 반성하고 사망자들과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국방부와 군대의 구조적인 불합리와 모순으로 이 사건이 발생됐으며 자신은 불합리한 제도의 희생자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소초원들의 괴롭힘과 따돌림이 이 사건의 핵심적인 원인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면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등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피고인이 반성과 사죄는커녕 사망하거나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전우들에게 범행의 책임을 덮어씌우려 한다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부대 내의 조직적인 따돌림이나 폭행, 가혹행위 등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인 괴롭힘이 존재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인격장애 등이 비난가능성을 경감할만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래 A급 관심사병으로 분류됐다가 B급 관심사병으로 등급이 조정되는 바람에 GOP에 투입됨으로써 총기 등 살상무기를 지급받게 된 사정도 이 사건 발생의 한 요인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남북이 분단돼 군사적으로 대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적 안보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국가를 수호하는 중책을 젊은 장병들에게 맡기면서 그들에게 총기 등을 지급하는 것은 국가 공동체의 보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성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해 20세 안팎의 젊은 나이에 입대했다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 없이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입은 충격과 고통 그리고 슬픔을 헤아려 보면, 무고한 동료 병사 등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피고인에 대해 형사적 비난가능성을 경감하는 것은 책임주의와 정의 관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김창석ㆍ이상훈ㆍ조희대ㆍ이기택 4명의 대법관들은 사형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들은 “사형 선고를 긍정하는 요건의 존재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을 준비ㆍ실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최전방 소초에 투입된 경위, 병사들 생활에 대한 관리 소홀의 잘못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범행의 책임을 오로지 피고인에게 돌려 피고인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사형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누구라도 그것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는 법리를 다시 확인하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부대 GOP 소초 내에서 군인인 피고인이 동료들에 대한 분노심으로 총기와 수류탄을 이용해 다수의 동료 사병을 살해하거나 살해미수에 그친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계획의 내용과 대상, 범행의 잔혹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결과의 중대성, 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 범행에 상응하는 책임의 정도,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 유사한 유형의 범죄 발생을 예방하여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를 방위할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법정 최고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총기난사 동료병사 5명 살해 임병장 사형
대법관 9명은 사형, 4명은 사형 반대 기사입력:2016-02-19 15: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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