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형사사건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을 보상받으려면 무죄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청구해야만 했던 옛 형사소송법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관 위헌 정족수 6인에 1인이 모자라서다.
먼저 A씨는 약식기소 된 재물손괴 사건에 관해 정식재판을 청구해 2011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그해 2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A씨는 2013년 10월 형사비용보상을 청구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무죄 판결 확정이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194조의 3 제2항에 따라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항고를 제기한 뒤 서울고등법원에 위 법률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으나, 서울고법은 2014년 8월 기각했다. 이에 A씨가 2014년 9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사문서위조, 도로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이 신청한 형사소송비용보상 청구사건에서 형사비용보상 청구기간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2항이 위헌이라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30일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관 9명 중 위헌 정족수 6명에 1명이 모자라 합헌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2015헌가1, 2015헌가2, 2014헌바408)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비용보상청구에 관한 제척기간을 규정한 것은 비용보상에 관한 국가의 채무관계를 조속히 확정해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또 “비용보상청구권은 그 보상기준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고, 비용보상청구인은 객관적 재판 진행 상황에 관한 간단한 소명만 하면 되며, 그 밖에 특별한 증명책임이나 절차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제척기간이 현실적으로 비용보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한 곤란을 초래할 정도로 지나치게 짧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비용보상청구권은 국가의 정치적ㆍ경제적 여건이 나아지고 그에 따라 사법제도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입법자가 국민의 권리구제 범위를 확장하면서 형성되는 권리로서 국회가 2014년 12월 30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보다 장기로 규정한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도 갖추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비용보상에 관한 국가 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하여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는 공익이 청구인 등이 입게 되는 경제적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재는 “형사소송법상 비용보상청구권은 사법절차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구제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권리”라며 “인신구속이라는 심각한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구금기간 동안 발생한 중대한 재산적ㆍ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한 형사보상청구권이나 국가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배상청구권과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입법자가 비용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청구기간을 정하면서 국가배상청구권이나 형사보상청구권보다 짧은 기간만 허용했다고 해서 이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적 이유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서기석 재판관 등 5명의 헌법재판관은 반대(위헌) 의견을 냈으나, 위헌 정족수 1명이 부족해 위헌 판결은 나지 않았다.
이들 재판관들은 “(법원이) 무죄선고를 하면서 피고인에게 형사비용보상청구의 절차에 관해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고 있어 현재 피고인은 물론, 법률전문가들조차도 상당수가 그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청구기간을 청구권자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라는 극히 단기의 제척기간을 규정한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더욱이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이 재정하지 않은 가운데 재판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고, 재심의 경우 피고인이 재판의 진행이나 무죄판결의 선고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까지 청구권자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극히 단기의 제척기간을 규정한 것은 피고인의 비용보상청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비용보상청구권자의 재판청구권 및 재산권을 제한한 것으로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형사보상청구권자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보상청구를 하면 되고, 국가배상청구권자는 손해 및 그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배상청구를 하면 되도록 규정돼 있다.
이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비용보상청구권자가 무죄판결 확정을 알았는지 여부나 귀책사유에 대한 고려도 없이 기산점을 일률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로 규정하면서, 그 청구기간도 ‘6개월’로 극히 단기로 규정하고 있다”며 “형사보상청구권과 국가배상청구권의 청구기간과 비교해 과도하게 비용보상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이는 자의적인 차별취급으로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헌재, 형사비용보상 청구기간…재판관 위헌 정족수 1명 부족 합헌
기사입력:2015-05-07 19: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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