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법학자 74% 상고법원 반대…대법관, 사법권 독점 개혁해야”

“상고법원은 엘리트 판사들의 출세 코스가 돼 사법부의 위계질서 훨씬 더 강화 초래” 기사입력:2015-04-16 19:26:44
[로이슈=신종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 방안에 대해 법학자 10명 중 7명 이상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의 권위 향상만을 고려한 제도라는 판단에서다.

또한 법학자들은 상고법원 대신에 ‘독일식 전문 법원제’나 ‘대법관 수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주목된다. 대법관 수 증원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같은 변호사단체의 주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법학자들의 의견은 대법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현재 대법원과 별도로 최종심을 선고하는 상고법원 설치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조사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모은다.

▲대법원이홍보하는상고법원

▲대법원이홍보하는상고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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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6일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방안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되면서 문제를 야기하고, 상고법원이 바람직한 대법원 개혁 방안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법학자들에게 이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먼저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사회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고, 상고심을 담당하는 상고법원은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법원은 상고심 사건이 폭증해 현행 대법원 체제로는 양질의 재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고법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4년에 처리된 상고심 사건 수가 3만7600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을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3100건을 훌쩍 넘어, 주말도 없이 하루에 8.5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때문에 대법관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이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에서 심판하는 것이 필요한데, 많은 상고심 사건을 제때 처리하다 보니 전원합의체 재판은 연간 20여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대법원은 법리해석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법적용 통일이라는 최고법원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고, 정책법원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폭증하는 상고심 사건으로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와 민변 등 변호사단체에서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 요소가 있다며 ‘상고법원’ 설치 대신에 대법관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을 증원해 다수의 대법관이 상고심을 담당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대법관 수가 많으면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할 수 없어 전원합의체에서 진정한 합의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전원합의체가 아닌 재판부 중심으로 운영돼 판결 사이 모순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대법관 증원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상고법원은 사실상 4심제로, 대법원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상고심 사건을 처리하는 상고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구할 경우 4심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법원과 변호사단체는 상고법원 추진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경실련이 실시한 법학자 120명 설문조사 결과는?

이에 경실련은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방안에 대해 법학자들의 의견을 물었다. 설문조사 기간은 지난 3월 17일부터 31일까지 15일간 실시했으며, 법학자 120명이 응답했다. 경실련은 16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방안에 대해 전체 응답자 120명 중 89명인 74.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찬성’ 응답은 29명(24.1%)에 불과했다. 상고법원 반대가 찬성의견보다 3배나 높은 것이다.

상고법원에 ‘반대’한 89명의 법학자들은 주된 반대이유로 ‘국민들의 이해관계보다는, 대법원의 권위 향상만을 고려한 제도이기 때문’(89명 중 34명, 38.2%)이라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특별상고 제도 등으로 인해 사실상 4심제가 될 수 있기 때문’(89명 중 20명, 22.4%)이라고 답했다. 여기에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에서 최고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의견(13명)도 있었다.

또한 “대법원의 업무부담은 줄겠지만, 추후 상고사건이 증가되면 이번에는 상고법원의 업무부담이 가중이 문제될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법학자들도 8명이나 됐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우리나라 대법원의 역할 충실화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법학자들에게 물었다.

이에 ‘독일식 전문 법원제(대법원을 분야별로 복수로 분리, 독립)’(45명, 37.5%)로 가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대법관 수 증원’ 33명(27.5%), ‘하급심 판사 증원 등 하급심 재판 충실화 18명(15.0%)’, ‘상고법원 혹은 고등법원 상고부 등 상고사건을 담당하는 별도의 재판조직 신설’ 14명(11.6%)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현재 대법원과 별도로 최종심을 선고하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조직법 등 6개 법안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 경실련 “소수 대법관들이 재판권과 사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시스템 개혁해야”

이번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경실련은 입장을 발표했다.

먼저 경실련은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대법원 개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러나 법안의 핵심인 국민의 재판 청구권 보장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 없이 대법원의 청부입법으로 발의 된 점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대법원은 상고심이 폭증해 현행 대법원 체제로는 양질의 재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고법원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아무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상고법원 판사가 국민 간 분쟁을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국민주권 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 판사들을 법원장 출신 등 대법관과 비슷한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하고, 일부는 외부에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상고법원 판사는 법률상 15년 이상의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2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로 보임될 것으로 대법원은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실련은 “상고법원이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것은 대법원의 ‘하청 법원’ 수준에 지나지 않고, 상고법원 판결이 헌법ㆍ법률에 위반되거나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다르면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할 수 있어 사실상 4심제가 될 공산이 크다”며 “결국 상고법원은 대법원의 편의주의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법원의 판결이 정치권력이나 혹은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대법원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 정책법원으로써의 기능 충실화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소수의 대법관들이 사실상 재판권 독점하고 사법권을 독점하고 있는 시스템을 개혁해,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고법원 설치는 현재의 소수 독점시스템을 오히려 더 강화시키고, 상고법원 판사는 소위 엘리트 판사들의 출세 코스가 돼 사법부의 위계질서를 훨씬 더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실련은 “따라서 대법원은 세속적 권위에 얽매여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문제를 직시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요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법원의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번 설문조사 참여 법학자 명단(120명)

강구욱 강동범 강병근 강희원 계승균 권태형 길준규 김건호 김대정 김덕중 김병일 김봉수 김상용 김상일 김석환 김선택 김성룡 김성배 김원오 김제완 김종철 김주영 김진한 김천수 김태계 김태명 나종갑 노상헌 민경도 박상기 박수곤 박수근 박영규 박익환 박인환 박재윤 박찬운 박태신 배병일 배현아 백경일 백태승 변종필 변무웅 사동천 서보학 서헌제 손경한 손영화 송강직 송광섭 신권철 신봉기 신양균 신영호 신유철 신혜은 심용재 안효질 양천수 엄순영 오동석 오세혁 오영근 오호택 원혜욱 유성재 윤남근 윤영철 윤재왕 이근영 이기우 이동수 이무상 이무상 이미현 이민영 이은기 이준형 이진기 이철우 이헌환 이호선 이황 임성권 장병일 장영철 장철준 정승환 정영환 정종휴 정주백 정진명 정태호 조경배 조경임 조기영 조성자 최영규 최영홍 최윤철 최희수 한상규 한영수 함태성 허일태 현소혜 황도수. 12명은 공개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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