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16일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재판을 행하는 법관의 인품과 도덕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법관은 언제 어디서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도법관 김홍섭 5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추념사를 통해 “법관 개개인이 그러한 수준의 자질을 갖지 못할 때, 자신은 물론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손상되고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게 됨을 잘 알고 있다”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사도법관 김홍섭 선생의 유가족은 물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과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여러모로 바쁘신 가운데에도 오늘 추념식에 참석하여 주신, 사도법관 김홍섭 선생의 유가족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우리는 법조계의 큰 어른이신 김홍섭 선생의 서세 50주기를 맞아 선생의 생애를 추모하고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선생께서는 인간에 대한 형벌의 궁극적인 근거에 관하여 끊임없이 고민하여 동양의 3대 가톨릭 법사상가로 평가받으셨고, 그 고뇌를 바탕으로 40여 편의 시와 수필을 남기는 등 문학과 그림에도 조예가 깊었기에, 법조계와 종교계는 물론 문화계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의 큰 자랑이자 모범이 되셨습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 남겨진 선생의 숭고한 업적을 함께 되새기고자 하는 추념식이 선생께서 탄생하신지 100주년이 된 올해, 작고하실 때까지 법원장으로 재직하셨던 이곳 서울고등법원에서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선생께서는 실정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률 실무가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바탕으로 인권과 양심을 중시하던 실존적 법철학과 자연법사상의 선구자이셨습니다. 선생께서 법관으로서 가졌던 근원적인 질문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재판할 수 있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화두는 곧 재판의 근거가 무엇이며,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자신은 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적 삶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선생의 심오한 사상과 남다른 철학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의 우리 법관들에게도 사법부 존립의 근거가 국민의 신뢰에 있고, 그 신뢰를 얻기 위해 법관 개인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연마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께서는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과 무한한 믿음을 바탕으로 공정한 재판을 하셨고, 당신의 판결로 교도소에 가게 된 이들을 보살피는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해 특히 세심한 배려를 보여주셨습니다. 이로 인해 누구나 선생으로부터 재판받기를 원할 정도였으며, 사형수들에 대하여는 신앙의 후견인까지 자처하셨기에 ‘수인(囚人)들의 아버지’, ‘법의 속에 성의(聖衣)를 입은 사람’, ‘사도법관(使徒法官)’이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선생께서 운명을 달리하셨을 때 많은 국민들이 깊이 애도하였음은 물론 교도소에 있던 이들이 더욱 슬퍼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보낸 편지가 선생의 빈 사무실에 수북하게 쌓였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선생께서 남기신 발자취를 몇 자국만 따라가 보더라도, 국민을 위한 재판, 국민이 승복하는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 법관들이 풍부한 식견과 통찰력은 물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이해심과 포용력을 갖춘 인격자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생께서는 판결을 함에 있어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을 기하셨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로 꼽힌 ‘무상을 넘어서’라는 제목의 수상집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느낀 회의를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재판이 60점짜리였는지 50점 미만의 것이었는지는, 자신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임상 경험이 깊어져 가는 의사는 차츰 진단과 투약에 겁을 먹게 된다 하거니와, 이것은 송사를 듣고 판결을 하는 청송단죄(聽訟斷罪)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선생께서는 사상과 종교에 대한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면서 광범위한 독서와 깊은 사색을 하셨음에도, 언제나 당신의 부족함을 먼저 찾으셨고, 재판 과정의 사실 인정에 대해서는 인간학의 부족함을, 법률 적용에 대해서는 면학의 부족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선생의 겸손한 모습은 우리 후배 법관들이 재판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항상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몸소 일깨워 주신 것입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선생의 이러한 귀한 가르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선생께서는 검소함과 강직함을 바탕으로 공직자가 가져야 할 몸가짐을 자신의 삶 그 자체로 보여주셨습니다. 워낙 허름한 옷차림으로 다니셨기에 경찰이 선생을 불심검문하기도 했고, 도시락을 옆에 끼고 법원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하셨으며, 8남매를 둔 독실한 가톨릭 집안의 가장으로서 이웃의 모범이 되셨기에 ‘사직동 김 판사댁’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화를 통하여 선생과 그 가족들의 생활이 청빈했을 뿐만 아니라 선생께서 평소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고귀한 인격과 품성을 가지고 계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재판을 행하는 법관의 인품과 도덕성에 대한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으므로, 법관은 언제 어디서나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함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법관 개개인이 그러한 수준의 자질을 갖지 못할 때, 자신은 물론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손상되고 신뢰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게 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선생이 보여주신 거룩한 삶의 태도와 자세를 통하여 법관으로서의 절제와 윤리의식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기는 것이야말로 선생께서 바라시는 진정한 추모의 자세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경건한 마음으로 사도법관 김홍섭 선생의 구도자적인 생애와 인간 존중 사상에 깊은 존경과 추모의 염을 바치면서 추념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대법원장 양승태
사도법관 김홍섭 50주기 추모…양승태 대법원장 “법관은 높은 도덕성”
법조계의 큰 어른 청빈 김홍섭 선생의 서세 50주기 맞아 선생의 생애 추모 기사입력:2015-03-16 14: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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