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김정범 변호사가 9일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에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언론의 자유 침해,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김영란법의 대상이 된 언론이 김영란법 흔들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인데, 최후의 인권보루를 자처하는 변호사단체가 결론적으로 언론기관의 이익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대한변협의 김영란법 헌법소원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으로 대한변협의 헌법소원 내용을 짚으며 조목조목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먼저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지난 5일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의 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며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이틀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청구인은 사단법인 한국기자협회(대표자 박종률)와 대한변협신문 박형연 편집인, 대한변협 강신업 공보이사(변호사)가 참가하고, 대한변협이 대리하는 형태로 작성된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또한 김영란법의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 위배, 그리고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경우 공직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공직자에 대해 형벌 및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것은 양심의 자유,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김정범 변호사는 먼저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대한변호사협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확히는 사단법인 한국기자협회, 대한변협 공보이사, 대한변협신문 편집인 명의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 법률적으로 타당한지, 헌법소원을 제기한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들은 헌법소원청구서에서 김영란법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 죄형법정주의, 형법상 자기책임의 원칙,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람들이 청구인 적격이 있는지부터 의문이지만, 논의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김정범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언론인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며 “언론의 취재원에 대한 통상적인 접촉이 제한되고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고, 또한 언론기관은 공직자와 성격이 다른데도 함께 포함시켰으며 다른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관을 제외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라고 헌법소원 주장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적용되면 언론인에 대한 표적수사나 사찰이 가능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나, 그러한 문제는 비단 김영란법만이 아니라 모든 법률의 적용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일 뿐”이라며 “또한 언론이 깨끗하다면 사찰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그러한 위험성 때문에 언론인이 먼저 깨끗해진 다음 더 철저하게 권력과 공공기관을 감시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며 “언론은 사회의 공기라고 한다. 그만큼 공공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금융기관 등 다른 공공성 있는 기관과의 차별을 이야기하지만 공공성 있는 기관 중에서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는 국민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여론을 고려해 국회에서 입법재량으로 정할 사항”이라며 “그러므로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거나, 평등권에 위반된다는 것은 기본적 논지를 벗어난 주장”이라고 변협의 헌법소원을 비판했다.
김정범 변호사는 “김영란법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해서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며 “김영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은 법령을 위반한 경우,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 권한을 남용한 경우 등으로 유형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외사항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며, ‘사회상규에 위반하니 아니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이 보더라도 어떤 경우가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경우’ 자체가 애매한 규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규정은 여러 형벌법규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적용돼 왔다”며 “따라서 김영란법의 내용이 다른 법률에 비해서 모호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독단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영란법은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처벌과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는데, 위 조항이 양심의 자유에 반하고,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인은닉죄의 경우 배우자를 은닉하더라도 처벌하지 않는 것과 형평성에 반한다는 주장을 한다”고 헌법소원 내용을 짚었다.
김정범 변호사는 “불고지죄가 입법형식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법률의 내용은 배우자가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했을 경우에는 공무집행의 투명성과 청렴성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고토록 하는 것이어서 범인은닉죄와 같이 논할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불고지죄는 이미 국가보안법에서도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입법론적으로는 법에서 불고지죄를 모두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들 규정이 곧바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한 “위 법조항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만으로 공직자 등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신고의무를 위반한 자신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므로 형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정범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공포 후 1년 6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는데,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헌법재판소법은 원칙적으로 재판을 진행 중인 법원만이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해당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제청할 수 있다. 당사자가 법원에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했음에도 법원이 기각한 경우에는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그런데 대한변협에서 제기한 헌법소원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법률심판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며 “대한변협의 헌법소원은 최소한 자기관련성, 직접성, 보충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김영란법은 단지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 계기로 삼으려는 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변협이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서둘러서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영란법이 지금 당장 국가질서를 위협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직 시행되지도 않는 법에 대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정범 변호사는 “언론기관의 경우에는 자신들이 직접 적용대상이어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김영란법 흔들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라며 “그렇지만 최후의 인권보루를 자처하는 변호사 단체가 결론적으로 언론기관의 이익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정범 변호사 “인권보루 변협의 김영란법 헌법소원 납득 못해”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 침해, 평등권에 위반된다는 것은 기본적 논지를 벗어난 주장” 기사입력:2015-03-09 21: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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