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원을 노예로 여긴 조현아, 인간(박창진) 자존감 무릎 꿇린 사건”

서울서부방법, 조현아에게 왜 징역 1년 실형 선고했나?…반성문 6회 제출한 조현아 즉각 항소 기사입력:2015-02-16 18:41:48
[로이슈=신종철 기자] ‘땅콩회항’ 사건으로 물의로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법원이 “돈과 지위로 인간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간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만 여기지 않았다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만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으로 봤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인성을 호되게 질타한 대목이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오성우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항공보안법위반, 강요,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015고합6)

▲조현아전대항항공부사장

▲조현아전대항항공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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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를 방해해 부실 조사를 초래했다는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의 지시에 따라 진상을 은폐한 혐의(증거인멸) 등으로 구속 기소된 여운진(58) 대한항공 상무에게는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그런데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한 이후 심지어 판결 선고 일까지 재판부에 6회에 걸쳐 선처를 호소하는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되자 조현아는 다음날 즉각 항소했다.

이번 사건과 판결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2014년 12월 5일 비행기에서 조현아와 박창진에 무슨 일이 있었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12월 5일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00시 50분 출발 예정인 인천국제공항행 대한항공 소속 항공기 1등석에 승객 자격으로 탑승했다.

▲대한항공홈페이지

▲대한항공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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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00시 43분경 1등석 승무원(김OO)이 미리 주문 받은 물과 함께 미개봉 상태의 봉지에 든 마카다미아(견과류)와 버터볼 종지를 쟁반에 받쳐 서빙하면서 ‘견과류도 드실지’ 여부를 물어보자, 조 부사장은 “이렇게 서비스하는 게 맞냐”고 되물었고, 승무원이 매뉴얼에 맞게 서빙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즉시 서비스 매뉴얼을 가져 올 것을 지시했다.

기내 안전을 총괄하는 사무장 박창진은 승객 안전에 관한 동영상을 상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이 항공기는 00시 51분경 JFK 공항관제소로부터 푸시백(push back)을 승인 받아 탑승교를 게이트에서 분리하고 토잉카를 항공기 앞바퀴에 연결해 이동을 준비 중인 상태였다.

박창진은 동영상 상영을 준비하다 승무원(김OO)으로부터 상황을 전달받고, 즉시 1등석 칸으로 와 객실 서비스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 PC를 조현아에게 가져다줬다. 그런데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내가 언제 태블릿 PC를 가져오랬어, 갤리인포를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고함쳤다.

이에 놀란 박창진이 갤리인포 파일철을 가져오자, 조현아는 “누가 (매뉴얼이) 태블릿에 있다고 했어?”라고 버럭 화를 내며 갤리인포 파일철로 박창진의 손등을 3-4회 내리치고, “아까 서비스했던 그X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라고 고함쳤다.

당시 조현아는 박창진을 돌아보며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고함쳤다.

그 무렵 항공기는 이미 게이트에서 알파 택시웨이(taxiway, 유도로) 방면으로 진행 중인 상태였고, 항공기가 이동 중임을 감지한 박창진은 조현아에게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서기 시작해 비행기를 세울 수 없다’며 만류했다.

그러자 조현아는 박창진에게 “상관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고 소리치며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3~4회 반복해 당장 항공기를 세우도록 지시했다.

흥분한 조현아의 폭언과 고압적인 명령에 압도된 박창진은 인터폰으로 기장 서OO에게 “기장님, 현재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간략히 보고했다.

기장은 즉시 항공기 진행을 멈추고, 자세한 경위 파악을 위해 리턴 콜해 박창진으로부터 “부사장께서 객실서비스와 관련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고 승무원의 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승객은 서비스 문제로 승무원 등을 하기시킬 아무런 권한이 없고, 기장과 사무장은 기내 통제권이 있어 승객에 불과한 조현아를 제압해야 함에도 조현아가 오너 일가(一家) 부사장이라는 위세에 눌려, 기장은 JFK 공항 주기장통제소와 교신해 게이트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승인을 받고 이동시켰다.

JFK 공항의 경우 주기장이 좁아서 약 10미터 정도만 푸시백 이동하더라도 다른 항공기의 통행에 장애를 주는 구조여서, 당시 항공기가 푸시백을 하는 도중 사전 통제 없이 멈추게 되면 다른 항공기와의 충돌 가능성 등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조현아는 항공기가 푸시백을 정지할 무렵 박창진이 무릎을 꿇고 있는 승무원 옆으로 와 “죄송합니다”라고 하자,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라고 해 박창진도 무릎을 꿇게 했다.

뿐만 아니라 조현아는 “사무장, 그 XX 오라 그래”라고 고함치고, 그 소리에 달려 온 박창진에게 “니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너가 내려”라고 소리치고, 박창진에게 삿대질하며 출입문으로 몰아붙인 후 “내려, 내리라고!” 라고 반복해 소리쳤다.

결국 박창진은 기장에게 ‘여승무원 대신 자신이 내리게 되었고, 부사무장에게 업무를 인수인계하겠다’고 보고한 뒤 항공기에서 내렸다.

기장 서OO와 항공기내 보안요원으로 지정된 사무장 박창진, 부사무장 등은 사법경찰관리로서 기내 소란, 폭행 행위 등 항공기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조현아를 제압ㆍ체포해야 할 직무가 있었으나 그룹 ‘오너’로서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장녀이자 부사장인 조현아의 위세에 눌려 사법경찰관리로서의 직무를 전혀 행사하지 못했다.

승객 247명을 태운 이 항공기는 JFK 공항관제소로부터 다시 푸시백을 승인받고 예정된 출발시각보다 24분 지체돼 푸시백 이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 항공기는 위와 같은 과정에서 램프리턴 및 지연 출발 사유 등에 대한 아무런 안내방송도 없이 도착 예정시각보다 11분 지체돼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 검찰은 조현아, 어떤 혐의로 재판에 넘겼나?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먼저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상 객실승무원 ‘사무장’은 항공기내 보안요원으로서 항공기 객실의 보안 및 안전점검 총괄 책임자임과 동시에 항공기 내에서 사법경찰관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이 사건 당시는 항공기 이륙을 준비하며 철저한 기내 안전점검과 객실승무원들의 보안 및 안전 업무수행에 대한 관리ㆍ감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현아는 사무장 박창진과 승무원 김OO를 폭행해 항공기의 보안 또는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행위를 하고, 위력으로 지상이동 중인 항공기를 멈춰 세워 게이트로 되돌아가게 함으로써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 운항을 방해했다”는 항공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반대로 검찰은 항공기내 보안요원으로 지정된 사무장 박창진 등은 사법경찰관리로서 기내 소란, 폭행 행위 등 항공기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조현아를 제압ㆍ체포해야 할 직무가 있었으나 그룹 ‘오너’로서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장녀이자 부사장인 조현아의 위세에 눌려 사법경찰관리로서의 직무를 전혀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적용했다.

조현아는 기장과 승무원의 통제를 받는 승객에 불과해 항공기 내에서 기장 등에게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지시를 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럼에도 그룹 ‘오너’로서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장녀이자 부사장의 위세를 배경으로 20여분에 걸쳐 사무장 박창진, 승무원 김OO 등에게 욕설, 폭언, 폭행을 가하는 등 위력으로 항공기 운항 및 기내 안전 통제에 관한 기장 서OO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항공기 ‘이륙 점검’ 업무 등 보안과 안전 및 승객 서비스 등에 관한 사무장 박창진과 승무원 김OO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강요 혐의로 적용했다. 조현아는 박창진을 직접ㆍ간접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해 기내 사무장으로서 정상적인 근무를 포기하고 항공기에서 하기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것이다.

항로 변경과 관련한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현아는 “항공기는 불과 약 17미터 푸시백 했다가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후 다시 정상적으로 이륙해 항공기의 동선을 이탈한 바 없으므로, 항로가 변경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항공보안법 제42조의 ‘항로’(航路)는 공로(空路)뿐만 아니라 운항 중인 항공기가 이륙 전, 착륙 후에 지상 이동하는 상태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항공기는 출발을 위해 푸시백을 시작했다가 정지하고 다시 게이트 인(gate-in)하여 박창진을 내리게 한 후 재출발했다”며 “출발 후 당초 예정된 진행경로 또는 진행방향에서 벗어나 리턴 및 게이트인 허가를 받아 출발점으로 되돌아 간 것은 항로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만 여기지 않았다면”

특히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조현아 피고인을 호되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돈과 지위로 인간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간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라며 “한 사람을 위해 조직이 한 사람을 희생시키려 한 사건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심이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쯤으로만 여기지 않았다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공의식만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부사장 직위 및 오너라는 지위에서 전반적인 비행서비스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객실사무장을 땅콩과 관련한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에서 하기시킨 것은 항공기 운항의 안전을 위협하고, 승객의 안전을 볼모로 한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1등석 승객도 “비행기를 자신의 자가용마냥 후진시켜 수백 명의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땅콩과 관련한 서비스가 그렇게 크게 잘못한 것인지 너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조직적인 회유 및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에 인간적 모멸감과 배신감을 느낀 박창진이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건의 내용이 알려지게 됐다”며 “박창진도 약 19년간 회사에 근무했으면 자신의 인터뷰로 회사에 사실상 근무하기 어렵게 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죽을 것 같아서 그리고 죽지 못해’ 알리게 된 것으로 보이고, 법정에서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한 상태임을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조양호 회장이 박창진이 근무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지만, 개인적 양심에 따라 행동한 박창진에게 조직 내에서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닐 가능성 및 여론에 의한 사회적 지지가 사라짐에 따라 더욱 힘든 상황을 겪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이 사건이 외국 언론에도 보도됨으로써 국가의 위신 및 명예를 추락시키는 피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련의 과정 즉 회사관계자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큰 이벤트가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공개사과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는 승무원 김OO의 법정진술, 조현아 피고인이 박창진 사무장의 집을 사전 양해도 없이 사과를 위한 명분으로 찾아가고, 수첩을 뜯은 종이에 사과쪽지를 남긴 점, 조현아가 사과의 내용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회사관계자가 사과의 내용을 알려주면 그와 같이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발단의 원인을 승무원들의 매뉴얼 위반이라고 진술하는 점을 보면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일부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현아 피고인이 겪고 있는 고통의 무게보다 박창진, 김OO가 받고 있는 고통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고 보여지는 점, 주요범죄인 항로변경으로 인한 항공보안법위반죄 등을 유죄로 판단한 점, 피해자들과 합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 조현아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형량에 대해 “항공기의 램프 리턴으로 인해 발생한 위험이 사고 등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은 점, 피고인이 범행의 세부적인 사실관계를 일부 다투지만 전체적인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점, 조현아는 박창진, 승무원(김OO) 등에 대해 사죄의 뜻을 표하면서 큰 교훈을 준 ‘평생의 스승’으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대한항공에서도 박창진과 승무원들의 회사업무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시행하고 있고, 향후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점, 피고인이 이미 언론보도에 따른 여론 악화로 상당한 고통을 받았으며, 향후 사회생활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점, 약 20개월 정도 된 두 쌍둥이 아기를 둔 어머니인 점, 박창진, 승무원을 위해 금원(각 1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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