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1980년대 초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알리려다 불법 구금돼 고문을 받고 유죄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까지 한 ‘아람회 사건’ 피해자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1심과 2심에서는 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1심과 항소심에서 피해를 인정한 것을 대법원은 왜 뒤집은 걸일까?
법원에 따르면 박OO, 김OO, 김△△, 이OO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황보OO은 이들의 은사였다. 그런데 이들은 1980년 ‘전두환 광주살륙작전’, ‘광주사태에 대한 진상’과 같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에 관한 유인물을 복사 배포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1981년 7월 검찰 수사관들에게 강제 연행됐다.
이후 대학교 4학년 겸 중학교 강사였던 박OO, 고등학교 교사 황보OO, 새마을금고 직원이었던 이OO, 천안경찰서 경찰공무원이었던 김OO, 천안지청 검찰공무원이었던 김△△은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집시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의 불법구금기간은 28일~35일 정도였다.
이 사건은 공안기관이 피해자 딸 아림양의 백일잔치에 모인 것을 반국가단체 ‘아람회’를 구성한 자리로 발표해 ‘아림회 사건’이라고 부른다. 이들 5명은 1982년 1심 재판에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부터 징역 10년까지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최대 6년 그리고 집행유예로 낮춰졌다. 이들은 1983년 6월 대법원에서 최종 형이 확정됐다. 물론 이들은 모두 직장을 잃었다.
이후 1983년 2월 경찰관이었던 김OO, 검찰공무원이었던 김△△, 이OO은 사면 복권됐다. 박OO과 황보OO도 1983년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후 1988년 특별사면 복권됐다. 하지만 이들은 이후에도 보호관찰처분을 받는 등 지속적인 감시와 탄압을 받았다. 고문으로 인한 우울증 등 후유증도 앓았다.
아람회 사건에 관한 진실규명을 위한 조사를 실시한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7월 “아람회 사건은 제5공화국 시절 현실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학생, 교사들에 대해 강제연행, 장기구금, 고문 등에 의해 자백을 받아 처벌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수사과정에서의 불법감금 및 가혹행위, 임의성 없는 자백에 의존한 기소 및 유죄 판결 등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화해를 이루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며, 위법한 확정 판결에 대해 피해자들과 유가족의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재심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재심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재심을 진행한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5월 이들 5명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은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고 국가배상도 받았다.
이와 함께 이들 피해자 5명의 유가족들은 “국가가 피고인들에게 ▲불법체포, 감금 및 압수과정의 위법 ▲고문ㆍ가혹행위와 사실관계 조작 ▲명예훼손 ▲석방 이후의 감시와 탄합 등의 가해행위를 하였고, 그로 인해 원고들은 가족인 피고인들이 고문을 받아 억울하게 장기간 투옥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며, 자신들도 특수 공안사건의 전과자 가족으로 낙인찍히는 등 극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 1심과 항소심 피고인이었던 피해자 유가족 손 들어줘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9민사부(재판장 손지호 부장판사)는 2011년 9월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 5명의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합41944)에서 원고 황보OO씨 가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과거에 오판을 했던 법원에 재심을 신청해 그 판결의 기초가 된 자백 등이 불법적인 고문에 의한 것임을 주장하기만 하면, 그것이 쉽게 받아들여져 과거 잘못된 판결을 취소하는 재심판결을 선고받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해자인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황보OO과 같은 소수의 용기 있는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다름 아닌 국가의 민주화에 큰 밑거름이 됐는데, 오히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보OO과 그 가족들은 국가의 위법행위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오랜 기간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야 했으므로 그 보호의 필요성은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 고문 등으로 조작된 증거에 기초해 내려진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을 밝히는 재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이 지난 2011년 1월 13일 선고한 판결(2010다28833) 내용이기도 하다.
위자료와 관련된 손해배상액은 불법행위의 특수성과 불법의 중대함, 불법행위가 일어난 시기 및 시대적 상황, 선고형과 복역기간, 가족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이었던 피해자 황보OO씨 가족의 청구만 받아들이고, 다른 가족들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예를 들어 박OO씨가 사면 복권된 이후에 혼인을 한 처이거나 자녀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4민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2012년 4월 1심 손해배상 판결보다 인정 폭을 더 넓혀 원고들의 청구(2011나71713)를 받아들였다. 황보OO씨 가족들 뿐만 아니라, 박OO씨의 가족 등에게도 5000만원~8000만원까지 위자료를 인정했다.
기본적으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1심과 같이 배척했다. 아울러 황보OO씨 가족뿐만 아니라 박OO씨 가족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이렇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박OO 등이 사면ㆍ복권된 이후에 혼인이나 출생으로 가족관계를 맺은 관계에 있으나, 박OO 등이 아람회 사건으로 의원면직, 당연퇴직 등의 사유로 모두 직장을 잃고 특수 공안사건의 전과자로 낙임됨에 따라 이후 자유로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게 됨으로써 박OO 등의 가족 전체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 점, 석방된 이후에도 국가로부터 보호관찰처분을 받는 등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탄압을 받음으로써 가족들인 원고들까지도 특수 공안사건의 전과자 가족으로 낙인 찍혀 사회적인 냉대와 고립을 지속적으로 겪었다”고 말했다.
또 “박OO 등이 고문으로 인한 우울증 등 신체적ㆍ정신적 후유증을 오랜 기간 앓게 돼 가족인 원고들은 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치료를 부담하게 되는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게 됐다”며 “박OO 등의 석방 이후 가족관계를 맺은 원고들도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생활ㆍ직장생활ㆍ사회생활을 하기 어렵게 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게 했다고 볼 것이니, 피고는 원고들에게도 국가배상법에 따라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대법원이 지난 2012년 3월 29일 선고한 판결(2011다81145) 내용이기도 하다.
◆ 대법원은 1심과 항소심 판단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
하지만 국가가 소멸시효를 이유로 상고해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갔는데, 대법원은 이런 1심과 항소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뒤집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아름회 사건 피해자 가족 1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36302)에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뒤집고, 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국가기관이 수사과정에서 한 위법행위 등으로 수집된 증거 등에 기초해 공소가 제기되고 유죄판결이 확정됐으나 뒤늦게 재심사유의 존재 사실이 밝혀지고 재심절차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채권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실상의 장애사유가 있다”며 “따라서 그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채무자인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개월의 기간 내에는 권리를 행사해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권리의 행사가 있었는지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날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때에도 그 기간은 재심무죄판결 확정일부터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무죄 재심판결에 관해 형사보상결정이 확정된 2010년 10월부터 6개월이 지난 후인 2011년 4월에야 비로소 손해배상 소를 제기했을 뿐 아니라 이는 진실규명결정일인 2007년 7월부터 기산해 봐도 이미 3년이 지난 후라는 사정까지 참작해 보면, 피고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잘못이라 할 것이며, 결국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아람회 1ㆍ2심 “피해자 가족 위자료 인정”…대법원 “소멸시효 지났다”
재심서 무죄 받은 사건,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할까 아닐까? 기사입력:2015-02-08 18: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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