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가정법원, 여고생 임신중절수술 시킬 목적 혼인 약정서 효력은?

기사입력:2014-12-31 19:49:45
[로이슈 부산경남취재본부=전용모 기자]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후 임신중절수술을 시킬 목적으로 혼인 이행 약정서를 작성하고,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정서의 효력은 얼마나 있을까.

부산가정법원에 따르면 2010년 5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A양은 친구와 함께 놀러 갔다가, 길에서 만난 B(당시 23세)씨 일행과 술자리를 함께했다. A양은 그날 B씨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고, 그 후로도 가출한 상태에서 3~4회에 걸쳐 B씨를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A양은 2010년 10월 산부인과에서 임신 20주임을 확인받았고, A양의 모친은 추궁해 B씨가 아이의 아빠임을 알게 됐다. 이에 A양과 모친은 B씨를 만나 임신 사실을 알려줬고, A양의 모친이 B씨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이에 B씨는 더 이상 지체하면 낙태수술을 받기 어렵다면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A양과 모친은 각서를 써줘야 응하겠다고 했다.

결국 B씨는 “본인은 책임상 결혼 약속 하에 쌍방 결혼 약정을 문서로서 확인하고 법적으로 2011년 5월까지 혼인신고하기로 약정한다. 만약 약정사항을 불이행할 시 위반한 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고 위자료 등 2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해 줬다.

A양은 약정서를 받은 뒤에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B씨는 약정서를 작성해 준 다음 A양으로부터의 연락을 피했다.

이에 A양은 “B는 약혼을 한 후 일방적으로 약혼을 파기했으므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또한 “B는 미성년자인 A와 성관계를 해 임신을 시켜, 이는 일반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약정서에서 정한 2억원은 불법행위에 대한 약정금에 해당하므로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문희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약혼해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먼저 약혼 성립과 관련, 재판부는 “약혼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장차 혼인을 하겠다는 진실한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원고와 피고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 술자리를 합석한 후 성관계를 가진 점, 원고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가출 상태에서 피고와 수회에 걸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결혼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점, 원고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고 모친이 개입하고 나서야 혼인 이야기가 나온 점”을 들었다.

또 “원고와 피고 쌍방에 혼인 의사가 있었다면 굳이 임신중절수술을 해야 할 필요가 없음에도, 피고는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원고 모친은 피고로부터 약정서를 받은 후에야 딸에게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혼인할 의사도 없이 낙태를 시킬 목적으로 일단 원고에게 혼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약정서를 작성한 후 원고와 피고는 만난 사실도 없고 양가 가족들 사이에 상견례를 가진 일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약정서를 작성해 혼인신고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금으로 2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봤다.

B씨의 불법행위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는 미성년자인 원고와 성관계를 가져 원하지 않던 임신을 하도록 한 점, 피고는 약정서를 작성해 주면서 원고를 안심시켜 임신중절수술을 하도록 했으나 임신중절수술 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점에 미성년자인 원고는 성인에 비해 정신적ㆍ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 있어 설령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얻어 성관계를 했더라도 임신에 관한 주의의무를 더 부담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약정서 내용은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지 않을 경우 2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인데, 약정서는 피고가 혼인하거나 2억원을 지급함으로써 원고의 관계에 있어서 발생한 책임을 모두 면하는 것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며 “따라서 원고와의 혼인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표시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손해배상금으로 원고에게 약정서에서 정한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약정서에서 정한 손해배상금은 피고의 잘못을 고려하더라도 손해배상금이 과도하게 무거운 때에 해당해 공서양속에 반하므로, 약정서에 따른 손해배상금 중 10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자신보다 6세 연하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면서 피임을 하지 않아 임신에 이르게 하고, 그 결과를 모른 체한 피고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하지만, 원고 역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길에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고 바로 성관계까지 가진 것은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당시 23세의 선원으로 그다지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2억원은 피고가 지급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며 “미성년자인 원고가 임신중절수술로 인해 입은 재산적 피해는 1000만원에도 미치지 않고, 피고는 약정서 작성 당시 원고가 임신중절수술을 빠른 시일 내에 받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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