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부장판사 돌연 사직…한인섭 “고민하는 판사로 기억”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최초의 무죄판결…앞으로 재야 법조인으로 좋은 활약 보여주길” 기사입력:2013-06-25 22:19:25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뜻밖의 사직 소식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최초의 무죄판결 내린, 고민하는 판사로 기억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작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어떤 말과 행동이 선거법에 저촉되는지를 물어오는 누리꾼들의 질문에 트위터를 통해 교과서 해설서와 같은 명쾌한 답변을 해 줘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라는 별칭을 얻은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사직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24일 창원지법 회의실에서 퇴임식을 갖고 법복을 벗은 이정렬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3기)는 “부끄럽고도 보람찬 일이 많았다”고 소회를 밝히며 “과중한 업무로 힘든 줄 알지만 법원 가족끼리 아픔과 위로를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직 이유는 일신상의 이유로 알려졌다.

이 부장판사의 사직 소식을 접한 한인섭 교수는 25일 트위터에 “이정렬 판사 퇴직. 건강상 이유라면 안타까운 일이고, 건강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면 더 안타까운 일”이라고 우려하며 “앞으로 재야 법조인으로 좋은 활약 보여주시길”이라고 당부했다.

한 교수는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최초의 무죄판결 내린, 고민하는 판사로 기억합니다”라고 이정렬 부장판사의 판결을 상기시켰다.

▲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

이정렬 판사, 양심적 병역거부자 첫 무죄…참여연대 2004년 최고의 판결 꼽아

실제로 이 부장판사는 10년 전인 2004년 5월 여호와의 증인 신자로서 병역 소집을 거부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기소된 오OO(22)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동안 유죄 판결을 내려오던 법원의 판례를 깬 것으로 당시로서는 크게 화제가 됐다.

▲ 이정렬 부장판사(사진출처=페이스북)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정렬 판사는 “병역법상 입영 또는 소집을 거부하는 행위가 오직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는 2005년 1월 발행한 ‘사법감시 제23호’를 통해 ‘2004년 주요 판결-디딤돌과 걸림돌’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이정렬 판사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을 2004년 주요판결 중 최고의 판결로 꼽았다.

당시 참여연대는 인권옹호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디딤돌 판결로 가장 먼저 이정렬 판사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선고 판결을 뽑으면서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판결”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이정렬 부장판사 정직 6개월 중징계 왜?…

한인섭 교수의 이정렬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예전에도 있었다.

먼저 이정렬 부장판사는 2012년 1월 재판장에게 석궁을 쐈다는 내용의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 합의내용 일부를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공개했는데, 대법원은 그해 2월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 부장판사는 김명호 전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 당시 주심 판사였다. <부러진 화살>의 흥행으로 언론과 법원가족으로부터 자신에게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자 속상했던 이 부장판사는 고심 끝에 작년 1월 25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재판부)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 법원조직법을 어기지 않으려 했으나, 이제 실정법을 어기고자 한다”며 “그로 인해 제게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이는 달게 받겠다”고 각오를 밝히며, 합의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석궁테러사건의 원인이 된 교수지위확인 등 청구사건은, 처음 그 사건이 결심된 후 이루어졌던 합의결과는, 원고 즉 김명호 교수 승소였다. 이 결론은 판사 세 명 사이에 이견 없는 만장일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주심 판사였던 이 부장판사는 “저는 판결초고 작성에 착수했는데, 예상치 않았던 큰 문제가 발견됐다. 청구취지가 ‘피고(성균관대)의 원고(김명호)에 대한 1996. 3. 1.자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한다’였다”며 “3월1일은 삼일절이어서 법정공휴일인데, 기록을 샅샅이 뒤져봐도 그 날 재임용거부의 의사표시가 학교로부터 발신됐거나, 원고에게 도달됐다는 증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보면 결론에 관계없이 당연히 상고가 예상되는 사건인데, 원고 승소판결을 했을 경우 학교측에서 ‘1996. 3. 1에는 원고와 관련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의 간단한 한 마디만 해도 공들였던 탑이 너무나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추가 변론에 재개했는데, 이는 학교측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김 교수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변론재개 후에 당초의 결론이 뒤집히게 된 이유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그것은 김명호 교수께 다시 한 번 상처를 드리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석궁테러사건 이후에 항상 들었던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상고심에서 뒤집어지든 어떻든 간에 변론재개 없이 그냥 원고승소로 선고가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기도 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 글은 다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고, 안주감이 되겠지요. 이 글 중에서 일부 표현을 가지고 말꼬리를 잡고, 또 자기들 마음대로 소설을 쓰고, 자기들 입맛에만 맞춘 말과 글을 써 대겠지요”라며 언론에 불신을 드러내며 “저로서는 원치 않는 일이기도 하고, 명색이 부장판사라고 하는 사람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품위 없게도 이런 식의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지만...그런 것들을 따지기에는 너무나 지쳤다”고 상심이 컸음을 고백했다.

◈ 한인섭 “주의조치면 충분할 것을, 중징계를 들이댄 저의는?” 대법원 겨냥

이후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자 한인섭 교수는 작년 2월15일 트위터에 “이정렬 판사에 대한 정직 6월 징계는 서기호 연임거부와 같이 법관을 통제ㆍ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법관의 독립ㆍ양심의 존중은 민주사법의 최소 안전장치. 법관의 위계질서화를 심히 우려한다”고 대법원을 정조준했다.

한 교수는 이정렬 부장판사의 행위를 “정상을 참작할 부분이 많다”며 감싸 안았다. 그는 “(재판장인) 부장판사가 석궁까지 맞고, 영화까지 나와 법원이 불신 받는 상황에서 주심판사로서 가만히 있기도 괴롭다. 부장이 당하는 공격에 대한 최소한의 대리방어로서 설명한 것이라면 참작사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정렬의 공개 방법도 법원의 인트라넷(내부통신망)에 올린 정도. 외부 언론기고도 아니다. 정 문제 삼으려면 인트라넷을 외부 언론에 알린 쪽을 찾을 일. 외부기고가 아닌 점에서도 참작사유 약간 추가”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이게 <6개월 정직>감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다른 비리사안도 이보다 경미한 징계 받았다. 그런 중징계는 <법조비리>에 대해 행해져야. 주의조치면 충분할 것을, 비리도 아닌 사안에 그토록 엄중한 징계를 들이댄 저의는?”라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그는 또 “사법부가 여론의 지탄을 받는 부분 있다면, 법관이 합의비밀 깼기 때문이 아니라, 법관의 판단이 시민의 상식과 괴리되기 때문이고, 법원의 소통능력이 취약한 때문이며 거기다 법조비리로 인해 불신감 증폭되는 것”이라며 “번지수를 제대로 짚기 바람”이라고 대법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정렬 부장판사, 작년 대통령 선거 과정서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 별칭 얻어

한편, 지역구 선거관리위원장을 4년 동안 맡아 공정선거관리 경험이 있는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바쁜 재판 업무에도 불구하고 작년 대선 과정에서 직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을 일부 대신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공직선거법과 관련한 선거운동 범위에 대해 궁금해 문의하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트위터를 통해 일일이 교과서 해설서와 같은 명쾌한 답변을 해줘 질문이 줄을 이었고, 이정렬 부장판사는 저녁을 먹지 못하고 잠시 짬을 내 야참으로 라면을 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투표참여를 권장하던 이정렬 부장판사는 유권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던 중 12월 5일 밤 11시20분경 트위터에 “저...‘라면’ 하나만 먹고 다시 오겠습니다. (재판업무) 일하다가 아직 저녁을 못 먹었어요. ㅠㅠ 죄송...”이라는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이 부장판사에게 얼마나 많은 선거법 관련 질문이 쏟아지는지 그의 숨은 노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에 대해 주로 물었고, 심지어 해외에서도 날아든 여러 질문도 여럿 있었다. 정말 구체적이고 세세한 질문이어서 법률전문가라고 해서, 아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고 해도 실시간으로 쉽게 답할 수 없는 상당히 난이도 높은 질문도 상당히 많으나, 이 부장판사는 척척 답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 부장판사의 노고에 환호했었다.

이정렬 부장판사의 이런 활약을 보도한 <로이슈>는 이 부장판사에게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라는 별칭을 붙여줬고, 이후 많은 언론들이 이 부장판사를 ‘공직선거법 1호 해설가’라고 부른다.

이정렬 부장판사 “국가기관 헌법 유린…보통사람들 너무 불쌍”

“국가기관이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그런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 소소한 행위도 법에 어긋날까 노심초사하셨던 우리나라의 보통사람이 너무나 불쌍하다”

이정렬 부장판사가 지난 3일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 증거인멸, 수사축소 혐의를 보고 느낀 단상”이라며 이같이 개탄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겨울, 트위터를 통해서 선거법에 대한 질문을 주신 많은 분들께 답변을 해 드린 일이 있었다”며 “많은 분들께서 궁금해 하셨던 것은 그 이름도 거창한 부정선거도, 관권선거도 아니었고, 오로지 자신이 하려고 하는 작은 행위가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는 지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 행위라는 것들은, 차량에 지지하는 후보자의 사진을 붙여도 되는지, 로고송을 통화 연결음으로 사용해도 되는지, 투표 인증샷을 찍을 때 손가락으로 ‘V’표시를 해도 되는지, SNS의 플픽에 지지하는 후보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도 되는지, 그(후보자)의 사진을 사용해도 되는지 등등 어찌 보면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나라 사람들 참 착하시구나. 사소한 행위를 하면서도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애 쓰시는구나’라는 것이었다”며 “준법정신이 투철하신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국민들에게 존경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선량한 분들께서 내시는 세금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에 더한 책임감을 느꼈다”며 “그래서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쪼개 가면서까지 답을 드렸는데, 그래도 힘든지 전혀 몰랐고, 오히려 그렇게 하고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다”고 소개했다.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556.61 ▼8.81
코스닥 717.24 ▼9.22
코스피200 338.74 ▼0.32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5,797,000 ▼398,000
비트코인캐시 526,000 ▼500
이더리움 2,589,000 ▲5,000
이더리움클래식 23,830 ▼60
리플 3,165 ▼9
이오스 977 ▼4
퀀텀 3,095 ▲4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5,896,000 ▼330,000
이더리움 2,591,000 ▲7,000
이더리움클래식 23,840 ▼30
메탈 1,208 ▼2
리스크 781 ▼4
리플 3,165 ▼11
에이다 983 ▼2
스팀 218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35,860,000 ▼320,000
비트코인캐시 525,500 ▼4,000
이더리움 2,591,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23,960 ▲80
리플 3,164 ▼10
퀀텀 3,065 0
이오타 303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