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은 28일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은 기속력이 없어 재심사유가 될 수 없다는 종전 판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로부터 한정위헌 결정을 받아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던 당사자들은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됐다.
법률 조항의 특정한 해석ㆍ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반하고,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결정 형식이므로, 법원이나 국가기관을 기속하지 못하며 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 제75조(인용결정) 1항은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또 7항은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에는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갈등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그 피해는 소송당사자다.
실제로 부장검사 출신인 최영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에 “대법원과 헌재 간에 권력분립인지 뭔지 몰라도 소송당사자는 억울하지요”라고 촌평했다.
사건은 이렇다. 정부와 국회는 1987년 우량회사의 건전한 기업공개(주식 상장)를 유도하기 위해, ‘일정기간 내에 상장할 것을 조건으로’ 비상장기업이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자산이 증가하더라도 그 차액에 대해 부과돼야 할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하는 취지의 특례규정을 신설했다.
당시 특례규정에 따라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고 세제 혜택을 받은 비상장 기업은 84개. 그 중 7개 기업은 주식상장 기한으로 정해진 2003년 12월 31일까지(수차례 기한 연장) 세제혜택의 조건인 주식상장을 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특례규정을 근거로 세제혜택을 받았던 부분에 대해 과세처분을 받았는데, 과세액 합계가 3100억원에 달했다.
KSS해운도 7개 기업 중 하나인데, 1989년 특례규정에 따라 자산재평가를 한 후 기한 내에 주식상장을 하지 않았다. 이에 과세관청인 서울 종로세무서는 2004년에 ‘1989 사업년도 법인세(방위세 포함) 65억원의 부과처분’을 내렸다.
특례규정에 따라 세제혜택을 받은 기업들이 대통령령이 정한 기간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을 경우 혜택 받은 세금을 다시 부과한다는 취지의 옛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1993년 12월 조세감면규제법이 다시 전면 개정되면서 위 특례규정이나 부칙규정에 관하여는 명시적인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논란이 된 것이다.
이에 KSS해운은 과세근거 법률인 부칙규정이 전면개정법의 시행으로 효력을 잃었다고 주장하면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1년 4월 “부칙규정이 전면 개정법의 시행 이후에도 계속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종로세무서의 과세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이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이후인 작년 7월 헌법재판소는 KSS해운이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조세감면규제법 전면개정 시행에도 불구하고 부칙규정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KSS해운은 작년 9월 대법원에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의 선고는 헌법재판소법에서 정한 재심사유인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원고 패소 확정한 앞선 대법원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청구를 했다.
하지만 대법원 제1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8일 ㈜KSS해운이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구 조세감면규제법 부칙에 근거한 65억원의 법인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며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재심청구사건(2012재두299)에서 KSS해운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법률 조항 자체가 아닌, 법률 조항의 특정한 해석ㆍ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은 헌법상의 대원칙인 권력분립의 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반하고, 법적인 근거가 없는 결정 형식이므로, 법원이나 국가기관을 기속하지 못하며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사유도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은 사법권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고 사법권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으며, 법령의 해석ㆍ적용 권한은 재판 중인 구체적 사건의 해결을 위한 사법권의 본질적 부분”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은,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해 제정한 ‘법률’ 자체이지, 법원이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률의 뜻을 풀이한 ‘법률해석’ 내지 그러한 법률해석을 적용한 ‘법원의 판결ㆍ결정ㆍ명령’이 아니다”라는 이유에서다.
또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범위, 즉 법률 자체의 효력을 원천적으로 소멸시킬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법률해석을 할 수 있을 뿐, 법원에 대해 법률의 해석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 규정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이라는 명목 하에 법원에 법률의 해석 또는 적용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기속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반하고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절차에 관한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행정소송법상으로도 하급심 법원의 재판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를 상소이유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은 최상급 법원인 대법원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에 ‘법률해석의 위헌 여부’에 대한 심판도 포함돼 있다고 볼 경우, 법원은 어떠한 법률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후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재판을 정지해야 하는 이상한 결과가 발생한다”며 “따라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이 기각된 때 당사자가 청구하는 헌법소원심판에 있어서도, 심판청구의 대상은 ‘법률’의 위헌 여부이지 ‘법률해석’의 위헌여부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국 헌법재판소가 ‘법률해석’에 대한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특정한 법률해석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가 없는 결정형식일 뿐만 아니라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키지도 못하므로, 이러한 결정은 법원이나 국가기관에 대한 기속력이 없고 재심사유도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은 헌법소원을 허용하면 사실상 또 하나의 심급을 인정하는 결과가 돼 현행 사법체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상대방에게 또 다른 응소의 고통과 불안감을 주는 사회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세제혜택 조건을 준수하지 못한 법인에 대해 그 혜택 상당액의 과세처분을 한 것이 정당함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특례규정과 부칙규정에 따라 세제혜택을 누린 기업들은 상장기한 내에 주식을 상장하지 않을 경우 혜택 받은 액수만큼의 과세처분을 받는다는 사실을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점, 부칙규정이 기업들 입장에서 상장기한 연장이라는 유리한 결과도 가져온 점 등을 비롯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부칙규정은 효력을 유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또한 “전면개정으로 부칙규정이 반드시 실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다”며 “세제상의 수혜만을 누리고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법인에 대해 수혜 받은 것을 회수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므로, 실질적 조세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장기한을 준수하지 않아 과세처분을 받은 기업은 7곳. 이들 기업은 모두 과세처분에 불복해 과세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 중 재능유통과 코오롱글로텍은 패소 판결이 확정되고, 헌법소원도 제기하지 않아 사건이 완결됐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관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난 2월 28일 이 부칙규정이 유효함을 전제로, 다만 이들 회사는 주식상장을 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해 과세처분을 취소하는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나머지 SK리테일, GS칼텍스(과세처분액은 SK리테일 약 100억 원, GS칼텍스 약 700억 원)는 KSS해운과 마찬가지로 패소 판결이 확정됐으나, 헌법소원을 제기해 한정위헌 결정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재심을 청구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대법원 “헌법재판소 한정위헌결정, 재심사유 될 수 없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의 갈등과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피해는 소송당사자 기사입력:2013-03-28 21: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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