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 유죄 예감?…법정 구속된 당일 항소

항소심에서 노무현 차명계좌의 출처인 검찰 인사가 누구인지 밝힐지 주목 기사입력:2013-02-22 12:39:2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등의 발언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즉각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는 지난 2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과 유족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자 조현오 전 청장의 변호인 측은 이날(20일) 곧바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통상 항소하기 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진행하는데, 사건 당일 신속하게 항소장을 접수시킨 것으로 봐 일정부분 유죄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예상치 못하게 법정구속되자 항소절차를 빨리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현오 전 청장이 항소심에서 자신이 전해 들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인 검찰 관계자가 누구인지를 밝힐지 주목된다. 그런데 조 전 청장은 지난 6일 결심공판에서도 “당시 (대검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나보다는 정보력이 월등히 뛰어난 믿을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내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마도 검찰 고위간부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이다.

◈ 당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 무슨 발언 했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0년 3월 31일 당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5개 기동단 팀장급 398명을 상대로 기동부대 지휘요원 특별교양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날 조현오 청장은 “작년 노통, 노무현 전 대통령 5월 23일 부엉이 바위 사건. 여러분, 노무현 전 대통령 뭐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부엉이 바위서) 뛰어내린 바로 전날 10만원 짜리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아무리 변명해도 이제 변명이 안 되니까 그거 때문에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한 조 청장은 이날 “그래서 특검 이야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특검 하려고 그러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이야기를 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해봐야 다 드러나게 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과 노무현재단 등이 강하게 반발하며 현직 조현오 경찰청장을 고소ㆍ고발했다. 혐의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현직 경찰청장 신분이어서 검찰의 조사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자,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노무현재단 소속 인사들과 시민들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법정에서 “강의를 하기 며칠 전 당시 대검 중수부의 수사 상황을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들었다”고만 거듭 말할 뿐 그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또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서 당시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사실로 믿었고, 기동대원들로 하여금 불법시위에 당당하게 대처하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을 강의한 것일 뿐,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성호 판사, 조현오 전 경찰청장 왜 법정 구속했나?

이성호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범행은 강의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구체적인 근거 없이 막연히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적시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언행으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차명계좌에 관한 검찰 수사가 도중에 중단된 것처럼 국민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등 끊임없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현직 서울경찰청장이고 이후 경찰청장까지 역임하게 된 피고인의 강의 내용은 사회적으로 비중 있게 전달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피고인의 강의 내용이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는 누구도 쉽사리 단정할 수 없는 위력적인 정보로서 작용하게 돼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한 피해로부터 쉽게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비판하는 국민들 사이에 국론을 분열시켰고 그로 인해 검찰도 국민으로부터 필요 이상의 의구심과 비난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에 직접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은 없었다”며 “피고인이 강의내용을 허위사실이 아니라 모두 사실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언론 또는 법정에서 피해자 측에게 사과한다는 등의 입장을 취한 것은 태도가 모순돼 피해자 측에서는 도저히 진정한 의미의 반성이나 사과로 받아들여 질수 없어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당시 막중한 직책을 수행하는 서울경찰청장이었음에도 신중하지 못한 태도로 경솔하게 허위 내용의 강의를 했고, 그 뒤 경찰 최고위직에 올랐고 재판을 받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책임 있는 지위가 있음을 스스로 망각하고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추측성 의혹을 제기하고 사후적으로 침소봉대하는 무책임한 언행을 반복해 온 것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조현오 전 청장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무책임하고 일관성이 없는 태도를 취하면서 여전히 사회적 의혹과 반목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보다 더 나쁜 것이고, 피고인이 진정으로 강의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개인과 그 조직을 감쌀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근거를 밝히면서 그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렇지 않고 피고인이 허위사실로 판단되고 객관적인 근거를 밝히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피고인이 경솔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강의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피해자 측에게 직접 사과하는 등 분명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고위공직자를 지낸 피고인이 국민에 대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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