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변경…“부동산 횡령 후 팔면 별도 횡령죄”

명의신탁 받아 관리 토지에 근저당권 설정하면 횡령→이후 매도하면 별도 횡령죄 처벌 기사입력:2013-02-21 19:10:33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타인으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관리하던 부동산을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하고, 또한 나중에 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팔았다면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종래 대법원은 명의신탁을 받아 보관 중이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봤으나, 그 이후 다시 이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제3자에 매각하더라도 이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해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런 종래 대법원의 판례 입장을 변경한 것이다.

모 종중회의 총무인 A(66)씨와 B(52)씨는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부동산에 관해 종중으로부터 명의신탁을 받아 관리하던 중 1995년 채권최고액 1400만원인 근저당권과 2003년 채권최고액 750만원인 근저당권을 각 설정해 횡령했다.

그런데 이들은 2009년에는 이 부동산을 제3자인 L씨에게 1억9300만원에 매도했다. 이에 검찰은 2009년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를 횡령으로 봐 기소했다.

반면 이들은 “1995년 근저당권 설정행위로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으므로, 그 이후의 근저당권 설정행위나, 2009년 매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강성수 판사는 2010년 2월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500만원,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B씨가 항소했으나, 의정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인식 부장판사)는 2010년 7월 “이 사건 토지의 처분행위는 먼저 이루어진 근저당권 설정행위에 의해 침해된 법익의 범위를 초과해 토지에 대한 종중의 소유권을 침해했다”며 “따라서 이 사건 토지의 처분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A씨와 B씨가 2009년 자신들이 근저당권을 설정했던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한 행위가 불가벌적 사후행위 즉 처벌받지 않는 행위인지 여부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합의해 판단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1일 종중 토지를 임의로 처분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A(66)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B(52)씨에게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0도10500)

전원합의체는 판결문에서 “후행 처분행위(매도)가 선행 처분행위(근저당권설정)로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위험을 추가함으로써 법익침해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선행 처분행위와는 무관한 방법으로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라면, 이는 선행 처분행위에 의해 이미 성립된 횡령죄에 의해 평가된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타인의 부동산을 보관 중인 자가 불법영득의사를 가지고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일단 횡령행위가 기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후 별개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새로운 법익침해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해당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기존 근저당권과 관계없이 법익침해의 결과를 발생시켰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볼 수 없고,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와 반대되는 취지의 종전 대법원 판결들은 이번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횡령죄에 있어 불가벌적 사후행위의 개념 정립을 보다 명확히 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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