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영결식서 “MB 사죄해” 소리친 백원우 무죄

대법원,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해” 소리쳐 장례식방해 혐의 무죄 기사입력:2013-02-14 14:03:0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소리쳐 장례식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원우 민주통합당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백원우 전 의원은 14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2009년 영결식장에서 있었던 사건. 오늘 장례 방해죄 무죄가 확정되었습니다. 하늘에서 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녁에 술 한 잔 해야겠습니다”라는 말을 올렸다.

◈ 사건 개요 = 2009년 5월 29일 당시 백원우 의원은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개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하려 나가는 순간 헌화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크게 소리쳤다.

백 의원은 청와대 경호원들의 의해 입이 막힌 채로 끌려 나가며 제지를 받았고, 이 장면은 TV생중계 됐다.

검찰은 “헌화 절차의 원만한 진행을 저해함으로써 영결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줘 국민장 장의위원회가 주관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방해했다”며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로 인해 “상주를 장례식 방해로 처벌하는 게 맞느냐”라는 논란을 불러왔고, 백 의원도 검찰에 반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오래 모신 비서관 출신으로 ‘상주’ 역할을 했는데, 상주가 장례식을 방해했다는 건 법리에 맞지 않는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실제로 백 의원은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무비서로,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행정관을 거쳐 2004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됐고, 2008년 4월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당시 장의위원으로 서울역 분향소 책임자였다.

백 의원의 변호인단으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참여했는데, 변호인단은 “백 의원은 사실상 상주이자, 장의위원이므로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행정관 시절의 백원우 전 의원(사진출처=백원우 홈페이지)

◈ 1심 “장의위원도 장례식 방해죄 주체 될 수 있다” 벌금 100만원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숙연 판사는 2010년 6월 장례식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의원에게 “비록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 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영결식은 장례식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의식이며, 당시 주한외교단과 조문사절 및 3부요인과 장의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 중이었는데, 돌연 피고인이 영결식장 앞으로 돌진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고 제지당하는 과정에서 영결식이 일부 지연되고 소란이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은 국민장으로, 유족 및 고인을 지지했던 사람만이 아니라 국민이 주체가 된 장례식으로서, 그 보호법익 역시 고인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장으로써 갈등의 표출 없이 평온하고 엄숙한 상태에서 치러지기를 소망하는 국민 전체의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 내지 공공의 평온”이라며 “따라서 국민의 추모 감정 및 공공의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비록 장의위원이라 하더라도 장례식방해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 판사는 다만 “피고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공인이자 장의위원의 한 사람이었던 점, 영결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동기 및 행위방법, 피고인과 고인의 관계, 고인의 사망경위와 그로 인해 피고인이 겪었을 고통 등을 모두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 항소심, 1심 유죄 깨고 무죄 “고인에 대한 추모 감정을 자기 방식으로 표출”

▲ 백원우 전 의원 이에 백원우 의원이 항소했고,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정호 부장판사)는 2010년 10월 장례식 방해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백원우 의원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장례식 장의위원으로서 서울역 분향소의 책임자를 맡아 장례식 절차에 참여했던 점, 피고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현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왔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헌화를 하려고 나올 때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고인에 대한 추모의 감정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표출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장ㆍ국민장에 관한 법률이 목적으로 하는 ‘장의의 경건하고 엄숙한 집행’이라 함은 장례식 절차가 고인을 기리는 목적 하에 평온하게 진행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장례식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경건하고 엄숙한 집행’이 반드시 구체적인 절차에 참석한 사람들이 계속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객에 따라서는 조용히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고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오열하거나 그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향해 원망하는 말을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어 “피고인은 소리를 지르면서 헌화대를 향해 몇 발짝 걸어 나왔으나 경호원들로부터 바로 제지를 당해 영결식장 가장자리로 끌려 나갔다가 잠시 후 자리로 돌아와 앉아 나머지 영결식 절차에 정상적으로 참여한 점, 헌화대에서 약 20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피고인이 몇 발짝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 헌화 절차의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영결식 중 이명박 대통령 부부의 헌화 순서에서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 나온 행위를 국가적 공식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거나, 현직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모욕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당시 피고인에게 장례식방해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 대법원 “백원우 행위는 영결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될 정도”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4일 장례식 방해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2010도13450)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장례식방해죄는 장례식의 평온과 공중의 추모감정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이른바 추상적 위험범으로서 범인의 행위로 인해 장례식이 현실적으로 저지 내지 방해됐다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지 않고 방해 행위의 수단과 방법에도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일시적인 행위라도 무방하나, 적어도 객관적으로 봐 장례식의 평온한 수행에 지장을 줄 만한 행위를 함으로써 장례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정도는 돼야 비로소 방해 행위가 있다고 봐 장례식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 순서에 맞춰 크게 소리를 지른 행위가 비록 대통령의 헌화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더라도, 그 행위의 내용, 소란이 있었던 시간 등 여러 객관적 사정으로 봐 영결식의 절차와 평온을 저해할 위험이 초래될 정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장례식방해죄의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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