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1974년 박정희 유신헌법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르고 ‘의문사’한 고(故) 장준하 선생이 재심을 통해 무려 39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이에 법조인들은 만시지탄이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긴급조치 사건과 관련한 다른 하급심도 빨리 재심개시결정을 하고, 헌법재판소도 위헌 결정을 빨리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재심을 맡은 재판부가 고인의 유족들에게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큰 시련과 옥고를 겪게 하고, 또한 잘못된 재판으로 인격적 불명예를 덧씌웠다”며 국가와 사법부의 잘못을 공적으로 사죄하며 용서를 구한 점도 눈에 띈다.
먼저 장준하 선생은 광복군 대위와 1945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김구 선생의 비서로 활동하고 1953년 월간 <사상계>를 창간하며 자유ㆍ민주ㆍ통일ㆍ반독재 투쟁에 헌신했다. 1967년에는 옥중 출마로 서울 동대문 (을)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1973년 12월 ‘민주회복을 위한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1974년 1월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죄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대통령 긴급조치 제2호에 의해 설치된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1974년 2월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고, 한 달 뒤에 열린 항소심인 비상고등군법회의는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1974년 8월20일 장준하 선생의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불과 6개월 만에 1심부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속전속결로 사건이 끝났다.
그러데 1974년 지병인 협심증이 악화돼 형집행정지로 출옥해서도 박정희 정권과 맞섰는데,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원인을 둘러싼 ‘정치적 암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작년 10월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등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64)씨는 2009년 6월 아버지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 유상재 부장판사 ‘재판부의 소회’ 눈길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제26형사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24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재심(2009재고합22)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도 이날 이례적으로 “2010년 12월 16일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제1호를 위헌으로 판단한 이상 대법원 판결(2010도5986판결)을 존중한다”면서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1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당초부터 위헌ㆍ무효이어서 장준하 선생의 혐의는 ‘범죄가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므로, 장준하 선생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무죄판결 요지를 공시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밝힌 ‘재판부의 소회’가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고인(장준하 선생)은 격변과 혼돈으로 얼룩진 한국현대사에서 조국광복과 반독재민주화투쟁, 사상계몽운동 등을 통해 나라의 근본과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일생을 헌신하셨던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으로서의 역사적 평가를 받는 분이고, 재판부도 그와 같은 역사인식에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권위주의 통치시대에서 위법ㆍ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크나큰 시련과 옥고를 겪게 됐던 고인께 국가가 범한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고, 아울러 잘못된 재판절차로 인해 고인께 덧씌워졌던 인격적 불명예를 뒤늦게나마 명예롭게 복원시키는 매우 엄숙한 자리이기도 하다”고 사죄했다.
또 “이에 본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된 재판부로서는 국민의 한사람이자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역사적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국민주권, 주권재민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보편적인 근대 헌법의 기본적인 헌법가치가 무참히 핍박받던 인권의 암흑기에 고인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회복하고 어둠을 밝히는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개인적인 희생과 고난을 마다하지 않으셨고, 그러한 고인의 숭고한 역사관과 희생정신은 장구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이 시대를 같이 호흡하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큰 울림과 가르침으로 남아 연연히 이어져 오고 있는바, 고인께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존경을 표시했다.
특히 “나아가 한평생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던 고인께 유죄를 선고했던 잘못된 과거사로부터 얻게 된 뼈아픈 교훈을 바탕으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서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편적 정의를 실현하는 국민의 사법부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이 사건 재심판결이 이미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께 조금이나마 평안한 안식과 위로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염원한다”고 사법부를 대표해 거듭 사죄했다.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고인께서 유명을 달리하신 지 39년의 유구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금 더 이른 시점에 잘못된 사법부의 지난 과오를 바로 잡지 못한 점에 대해 고인과 그 유가족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아울러 이 사건 재심판결이 고인의 유가족들께도 명예를 회복하고 자긍심을 갖게 되는 심적 위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심심한 위로를 표시했다.
◈ 민변 “긴급조치 사건…법원은 재심 빨리하고, 헌법재판소는 빨리 위헌 판결해야”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장주영)은 25일 “만시지탄이나, 고 장준하 선생에 대한 긴급조치 제1호 위반 재심 무죄판결은 너무도 당연한 역사적, 사법적 귀결로 환영한다”는 논평을 냈다.
민변은 2007년 이래 긴급조치 변호단을 구성하고 150여명에 대한 재심청구와 더불어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민변은 “지난 2010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했음에도, 서울고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하급심 재판부가 아직까지도 형사재심개시를 미루고 있다”며 “대법원에서 긴급조치가 이미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재심개시를 미룰 아무런 이유도 없다. 사법부(司法府)가 사법부(司法部)였던 유신긴급조치 시대와의 절연(絶緣)을 위해서라도 하급심 재판부의 조속한 재심개시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민변 변호인단은 2010년 1월 헌법재판소에 긴급조치 제1호, 제2조, 제9호에 의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지난 2011년 10월 공개변론까지 마친 상태로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무려 3년이 지났음에도 헌법재판소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유가 주심이던 이동흡 재판관의 지연이나 재판관 공백 등의 원인이라 하더라도, 통상적인 사건과 비교한다면 지나친 유기이며, 특히 긴급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유신, 긴급조치 그리고 시대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선언하는 중대한 판단인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법조인들 “수사검사와 판사도 책임져야…박근혜 당선인이 유족에 사과해야”
민변 산하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24일 트위터에 “39년 만에 무죄선고, 그러나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박근혜 당선인은 장준하 선생의 무죄선고에 대해 아버지를 대신해 유족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당선인 신분을 떠나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 아닌가?”라고 박 당선인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도 트위터에 “장준하 선생,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징역 15년을 받았다. 오늘로 재심-무죄판결. 39년만의 사필귀정이다. 그냥 ‘죄 없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커다란 공헌을 한 점을 적극 기려야. 그때의 법률, 검사, 판사, 권력의 반성도 함께”라는 글을 올렸다.
부장검사 출신인 최영호 변호사도 트위터에 “40~50년 전 판결에 대한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쏟아지고, 국가는 손해배상해야 하는데, 무죄선고하며 사과나 하는 지금 법원도 칭송대상은 아니지만, 유죄 당시 수사, 재판한 사람들 책임지는 입법도 필요할 듯”이라고 제안했다.
판사 출신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트위터에 “장준하 선생의 재심에서 드디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네요. 대법원에서 이미 2010년 12월 유신시대 긴급조치 위헌 무효 판결을 선고한 상태라서 당연한 결과이죠. 이제 남은 것은 고인의 의문사 진상규명”이라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변호사는 “‘유신헌법 반대’ 故 장준하 선생 재심서 39년 만에 무죄.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25일 트위터에 “큰 어른의 타살의혹 밝혀내는 게 우리의 책무”라“라는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장준하 무죄’ 재판부, 사법부 잘못 사죄하며 용서 구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시련과 옥고 겪게 하고, 잘못된 재판으로 인격적 불명예 덧씌웠다” 기사입력:2013-01-25 11: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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