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때 아닌 ‘자기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기의 과거 연구물을 중복 활용하는 행위를 표절이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연구윤리에 대한 몰이해”라고 교통정리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6일 소장파 과학자들의 인터넷 토론방인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브릭(BRIC) 사이트 커뮤니티 공간에 <미디어워치> 및 <빅뉴스>의 H기자가 “조국 교수의 논문에서 자기표절 의혹 관련 제보가 들어와 브릭 이용자들의 검증을 요청드린다”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조 교수가 2008년 4월 에 발표한 논문 ‘Death Penalty in Korea : From Unofficial Moratorium to Abolition?’과 그해 6월 <한국형사정책학회지>에 실린 ‘사형 폐지 소론’이라는 두 논문이 자기표절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다.
H기자는 “영문 논문의 본문에서 copy&paste(복사해 붙임)를 해서 한글 논문의 영문초록을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디어워치> 및 <빅뉴스>의 변희재 대표는 지난 16일 트위터에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가 같은 논문을 영어, 한글로 번역해 마치 새 논문인 것으로 자기 표절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변 대표는 이후에도 트위터에 “조국 교수의 논문 자기표절 의혹이 점차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자기 표절한 건 확실해 보인다”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불을 지폈다.
이런 의혹 제기가 확산되자, 지난 대선 직후 ‘묵언안거’를 선언하며 학술연구활동에 매진하던 조국 교수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변희재가 저를 고발한데 이어, 제가 논문을 ‘자기표절’했다고 SNS에서 널리 주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두 논문에 중복이 있다는 것을 ‘자기표절’이라는 희한한 단어를 사용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교수는 “공식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오해를 살까 싶어 이 공간에 간단히 다 해두고자 한다”며 “1. 문과계열에서 자신의 기존 논문을 다른 언어로 발표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심지어 권장합니다. 2. 이와 별도로 <형사정책> 논문 각주 16에서 영문논문의 출처를 밝혔다”라며 ‘자기표절’ 주장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자 변 대표는 트위터에 “조국은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출판하는 걸 권장한다는데, 이것도 말짱 거짓말입니다. 그 어떤 학술지에서도, 기존에 나온 걸 번역해서 제출하는 거 용납하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후에도 “조국의 말대로 논문을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 재탕 삼탕하는 걸 권장하다면, 한글 논문 하나 써놓고, 알바 풀어 영어, 일어, 독어, 불어로 번역 출판해 학술적 업적을 부풀려댈 수 있다”며 꾸준히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조국 교수는 지난 22일 “‘이중/중복게재’에 대한 학계의 규칙에 대한 문의가 있어 제가 아는 규칙을 올립니다”라며 규칙을 소개했다.
1. ‘자기표절’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없는 단어로, 정확한 용어는 ‘이중/중복게재’이다.
2. 문과계열에서 저자의 기존 논문을 다른 언어로 발표하는 것이 허용된다(예컨대, 국문학자가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국문논문을 영어로 발표하는 것). 자기 논문의 번역 발표는 또 하나의 학술활동이다.
3. 학술지와 비학술지 사이의 ‘이중/중복게재’는 얼마든지 허용된다. 학술지와 학술지 사이의 ‘이중/중복게재’는 후순위 저널의 편집위원회에서 판단하여 결정한다.
4. ‘이중/중복게재’ 된 두 논문으로 연구비를 중복 수령하는 것은 금지된다.
5. ‘이중/중복게재’ 된 두 논문을 모두 승진심사용 논문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6. 조국의 국문논문과 영문논문은 같은 필자가 쓴 같은 주제에 대한 논문이므로 당연히 중복되는 되는 부분이 있지만, 각 논문에만 존재하는 장(chapter)이 각각 있다.
그러나 변 대표는 23일 트위터에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에 대한 자기 표절 등 증거자료는 다 확보해놓은 상태이고, 서울대 연구윤리위원회 측의 절차를 확인해 인미협 차원에서 제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미협(인터넷미디어협회)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언론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변희재씨가 회장이다.
이런 논란이 SNS상에서 계속 벌어지자 24일 언론들은 “조국 서울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자기표절 논란이 되고 있다”며 보도했다.
◈ 이철우 교수 “짜깁기 자기표절 의혹 주장은 연구윤리 몰이해 또는 의도적 무시”
그러자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날 <연구윤리를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자기표절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런 의혹 제기가 ‘나쁜 의도가 숨어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칼럼은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가 운영하는 <한겨레 블로그(http://blog.hani.co.kr/catalunia)>에 게재돼 있다.
이철우 교수는 “조국 교수에 대해 변호하는 발언을 하지 않는 편이나, 1월 24일 일부 매체에 보도된 그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그를 옹호하게 되더라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연구윤리가 활용되는 것에 대해 학계 일원으로서 평소 가지고 있던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글쓰기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2008년 4월 해외 학술지에 영문으로 발표된 조국 교수 논문의 일부가 두 달 후 국내 학술지에 실린 조국 본인의 국문 논문에 부가된 영문초록에 짜깁기 돼 있으므로 ‘자기표절’에 해당한다는 것”이라고 논란의 핵심을 짚으며, “그러나 이는 연구윤리에 대한 몰이해 또는 의도적 무시에 기초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첫째, ‘자기표절’이라는 말은 ‘중복게재’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며, 확립된 개념이 아니다”며 “그 용어의 사용에는 공격 대상인 연구자가 마치 표절을 범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조국 교수에게 적용될 서울대 연구윤리지침은 표절을 ‘타인의 연구성과 사용’이라 부르면서, ‘이미 발표되거나 출간된 타인의 연구성과를 그대로 또는 다른 형태로 자신의 연구성과인 것처럼 표현하는 행위’로 정의한다”며 “‘자신의 논문이나 저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확한 출처표시 및 인용표시 없이 동일 언어 또는 다른 언어로 중복하여 게재’하는 중복게재ㆍ출간은 그와 본질을 달리하는 행위로서 별도의 조문으로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표절(剽竊)이라는 한자어는 남의 것을 훔친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자기의 과거 연구물을 중복 활용하는 행위를 표절의 일부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둘째, 영문 논문의 일부를 국문 논문의 영문초록에 재생했다고 해서 중복게재라 볼 수는 없고, 현재 국내 학술지에서는 영문초록을 평가대상으로 삼고 있지도 않으며, 초록의 내용에는 출처표시를 할 수도 없다”며 “따라서 언론에 보도된 일각의 주장 사실만으로도 중복게재라 말할 수 없으며, 더욱이 표절이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영문초록의 중복된 문장 때문에 혹시 두 논문의 본문 사이에 중복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라며 “두 논문을 읽어본 소감으로는 겨냥하는 청중이 달라서인지 구사하는 정보와 논의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 또는 학계가 판단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주장 사실의 문면만으로도 표절과는 거리가 먼 행위를 표절이라 부르는 악의적 발언은 연구윤리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결과적으로 표절에 대한 관대한 태도를 배양한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표절과 본질을 달리하는 행위, 심지어 문제가 없는 행위를 표절로 묘사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작 명실상부한 표절도 흔한 관행 중 하나, 학문외적 갈등에서 비롯된 공격거리로 변호된다”며 “그러한 결과를 지향하는 의도적 물타기 전술로서 자기표절이라는 용어가 오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끝으로 “학계는 연구윤리 위반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격히 제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편적 연구윤리의 원칙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악의적으로 무시하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공격하는 방편으로 연구윤리를 왜곡해 들먹이는 것으로부터 스스로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지영 “근거 박약한 망신주기 기사들 정말 치졸…이철우 교수 글 일독해 달라”
한편, ‘베스트셀러 제조기’로 불리는 공지영 작가는 이날 트위터에 “조국 샘이 변희재에게 많이 시달리시는 모양입니다. 소위 자기표절 운운 ㅜㅜ. 연세대 로스쿨 이철우 교수의 글이 사태의 핵심을 짚고 있으니 일독해 주세요”라고 팔로워들에게 당부하며 이철우 교수의 글을 링크했다. 파워트위터리안인 공 작가의 팔로워는 55만9640명을 넘는다.
허재현 기자도 이날 트위터에 “조국 교수가 표절? 정치적 공격 말라 / 이철우 연대 법학과 교수, 조선일보와 변희재씨가 조국 교수 헐뜯기에 나선 모양인데, 표절로 볼 수 없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공 작가는 “근거도 박약한 망신주기, 아님 말고 식의 기사들 ...정말 치졸합니다”라는 멘션을 달며 리트윗(RT)했다.
이철우 연세대 로스쿨 교수, “조국 ‘자기표절’ 어불성설”
공지영 작가 “조국 샘이 변희재에 시달리는 모양…근거 박약한 망신주기 기사들 정말 치졸” 기사입력:2013-01-24 23: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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