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판사’ 서기호 “강기훈 재심, 무죄판결 안 날 수도”

판사 출신 국회의원들 “재심서 유무죄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 공방 재연” 기사입력:2012-10-23 15:42:28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무려 3년 심리 끝에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지만, 판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재심에서 유무죄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재연되며 장기화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특히 ‘국민판사’ 별칭을 가진 서기호 의원은 무죄 판결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4월 명지대생 강경대씨가 경찰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숨지면서 이른바 ‘열사정국’이 조성됐고, 그해 5월8일 김기설 전민련(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이 분신해 숨졌다.

그런데 “김기설씨 유서와 가족이 제출한 필적이 다르다”고 발표한 서울지검은 그해 7월12일 전민련 총무부장이던 강기훈(27)씨가 김씨 유서를 대필했다며 자살방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민주화운동을 하는 이들이 유서까지 대신 써주며 분신을 종용했다”고 몰아갔다.

강기훈씨는 유서 대필을 부인했으나 서울형사지법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이에 강씨가 항소했으나 서울고법은 기각했으며, 대법원도 1992년 7월 강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강씨는 형기를 다 채우고 1994년 8월17일 만기 출소했다.

이후 2005년 12월 경찰청 과거사위원회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감정결과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검찰의 비협조로 유서 원본 필적 감정을 못했다. 하지만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7개 사설 감정기관 필적 감정 결과를 토대로 “유서 작성자가 김기설씨 본인”라고 밝히며 국가의 사과와 법원의 재심을 권고했다.

이에 강기훈씨가 2008년 1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이듬해 9월16일 서울고등법원은 새롭게 제출된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에 적힌 김기설씨 글씨에 대한 필적감정결과를 토대로 무죄 취지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검찰은 바로 다음날 “새로 발견된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 등은 김기설씨 사후에 강기훈씨 등이 조작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항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며 재심 결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충실한 검토’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무려 3년을 심리한 끝에 지난 10월19일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사건이 발생한 지 21년 만에 진실이 밝혀질 기회가 마련됐다.

하지만 재심 개시 결정이 대법원 국정감사가 있기 불과 4일 전으로 국정감사에서 쏟아질 추궁 때문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실제로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23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 불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국가의 사과와 재심 권고 결정이 내린 사건으로 2009년 서울고법에서 무죄 취지의 재심 결정이 내려지자 검찰이 하루 뒤 바로 항고했고, 대법원은 충실한 검토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세우며 무려 3년 동안 시간을 끌었다”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대법원은 3년을 끌고도 무죄 판단 없이 단순 재심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지난 19일 대법원 제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재심을 촉구하던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서울북부지법 판사 출신으로 ‘국민판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서기호 의원은 “반갑지만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기호 의원은 23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2호의 재심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제5호의 재심사유 중 증거의 명백성을 다투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즉 “대법원은 이번 재심 개시 결정문의 상당 부분을 전대협 노트 등 새로운 증거물에 대한 필적 감정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데 할애했다”며 “이는 무죄를 강하게 추정한 서울고등법원이 재심 개시 사유로 삼았던 주요 근거를 송두리째 부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재심사유) 2항은 ‘원판결의 증거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로 규정하고 있고, 5항은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라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문에서 “재심청구인(강기훈)이 재심사유로 내세우는 새로 발견된 증거들, 특히 유서가 김기설의 필적과 동일하고 재심청구인의 필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감정의뢰결과는 감정기관의 수와 감정결론의 일치에 따른 양적 우위를 넘어서 감정대상물의 질과 내용, 감정절차와 방법에 있어서도 종전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결과보다 객관적으로 현저히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기호 의원은 이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1992년 2월 검찰이 유죄의 논거로 삼았던 필적 감정 책임자였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OO씨가 뇌물을 받고 허위감정을 한 혐의로 구속된 것을 이유로 문서감정인의 허위 증언에 대한 재심사유만을 인정했다.

서기호 의원은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진실화해위원회나 서울고법과 달리 △전대협 노트 등이 뒤늦게 발견되고 보관된 경위를 둘러싼 관계자의 진술 내용에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으며 △진실화해위원회가 한 필적 감정은 김기설의 필적이라는 예단을 가지고 진행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시했다”며 “이로 인해 앞으로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재심 재판에서는 상당한 법적 공방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또다시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강기훈씨 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통해 재심사유가 명백하게 밝혀졌고, 재심 개시 결정을 한 서울고등법원 역시 위원회의 결정 자체를 재심사유로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에서 진실화해위원회 결정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내용의 판결을 한 것은 무죄 판결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여당 및 여당 대통령후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당시 유죄를 확정했던 대법관들까지 대부분 생존해있는 상황에서 법원 스스로 무죄 판결을 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부연했다.

서 의원은 “강기훈씨 사건은 재심에서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대법원이 이미 위와 같은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법원 조직상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이 독립적으로 판단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 의원은 또 재판이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건 당사자인 강기훈씨는 현재 간암 투병 중에 있어 재판이 지나친 법적 공방으로 인해 장기화 될 경우 자칫 재판 결과를 보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 의원은 “지난 해 재심판결의 당사자가 사망한 이후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있었고 당시 재판장은 판결문을 낭독하기 전에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며 사과문을 낭독했다”며 “그런데 이제 또 다시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도 “3년을 기다린 끝에 나온 대법원 재심 결정문에는 강기훈씨가 무죄라는 판단은 명확히 하지 않고, 오히려 강씨가 무죄라고 판단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새로운 필적감정 결과 등에 의문을 표시함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재심에서 유무죄를 둘러싼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재연될 전망”이라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재판”이라고 대법원을 겨냥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역임한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번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과거 국가권력이 사법부와 검찰의 재판과 수사에 개입한 어두운 과거사의 단면”이라며 “대법원에 계류 기간이 길었던 점, 당사자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현재 간암 투병중인 점 등을 감안해 조속한 재심 판결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기훈씨는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3년 동안 연구한 게 이런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21년 전의 재판을 똑같이 다시 하자는 얘기인 건지,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며 “법원 역시 가해자인데, 검찰을 포함에 겸허한 반성이나 고뇌의 흔적이 전혀 없다”고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 배경에 불만을 표시했다.

강씨는 “무죄판결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제 21년이 보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그때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나 저에게 엉뚱한 판결을 내렸던 판사들이 정말 진심으로 지난 시절에 어두운 일이 있었는데 미안했다는 의사표시가 저에게는 더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 그렇다면 재심 재판 안 해도 좋다. 재판 판결이 어떻게 됐든 저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때 맺혔던 한들이 풀어지려면 진심어린 사과가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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