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현직 판사가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법원장이 강조한 ‘재판을 통한 소통’의 원칙을 넘어, 판사들이 ‘비폭력대화’라는 소통수단을 배워 이를 재판과정에 적용하면 효과가 크다며 접목시킬 것을 ‘강추’하는 경험담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름 아닌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5단독 서기호 판사(사법연수원 29기)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활발히 소통하는 판사로 유명하다. 팔로워도 웬만한 유명인도 부러워할만한 3만 2000명에 달한다. 서 판사는 자신의 SNS 공간을 통해 ‘비폭력대화’의 중요성과 효과를 수시로 설파해 과히 ‘전도사’라 불릴 만하다.
그런 그가 사실상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경험담을 소개한 것. 서 판사는 6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올린 ‘재판에서의 쌍방향 소통, 평정심’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양승태 대법원장께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강조한 재판을 통한 소통 원칙을 넘어서, 구체적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전개됐으면 한다”며 자신이 1년10개월 간 ‘비폭력대화’라는 소통수단을 배우고 이를 재판과정에 적용하면서 얻은 경험을 방법론의 하나로 소개했다.
서 판사는 2004년 재판장이 되면서부터 재판을 통한 소통에 관심이 많아 재판경험을 토대로 ‘소액, 독촉, 중액 신임재판장들을 위하여’, ‘소위 악성당사자 사건’ 등의 글을 법원내부통신망에 게시했지만, 뭔가 항상 2%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2010년 3월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서 1단계 교육을 받은 후 그동안 답답한 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는 서 판사는 물론 재판에 비폭력대화를 적용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고, 40여년 지속된 대화습관을 안정적으로 바꾸느라, 1년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또한 법정에서의 대화는 2 대 1의 구조인데다, 재산분쟁 등의 예민한 상황이 얽혀있고, 패소판결을 선고받는 당사자로서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법정이란 곳이 질서유지가 꼭 필요한 특수한 공간인 점 때문에 1단계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 판사는 그래서 추가로 연습모임, 2단계와 3단계 교육을 받은 후, 비로소 머릿속 이해를 넘어 몸으로 체화되기 시작했고, 그리고 재판이라는 특수한 대화 상황에서도, 법정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도 비폭력대화를 상황에 맞게 응용해 적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 판사는 “종전에는 당사자가 법정에서 뭔가 억지스러운 주장을 하거나, 말을 심하게 할 때, 이를 지적하거나 제지하곤 했는데 당사자로서는 나름대로 억울하니까 그랬을 것이기에, 지적이나 제지라는 것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었다”며 “비폭력대화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말(겉말)에 집착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진정한 느낌과 욕구(진심)를 헤아려보도록 권하고 있는데, 그 느낌과 욕구라는 개념은 처음에는 매우 생소했으나 배우면 배울수록,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에서 나온 것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재판과정에서 이렇게 진심을 헤아려주면, 당사자들은 감정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다”며 “그래서 어렵고 불편하게 여겼던 법정의 분위기가 편해지면서, 재판장의 말도 신뢰로 경청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서 판사는 “그전에는 재판장 주도형으로 설명,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다보면 경우에 따라서 일방향 소통으로 이어졌고, 특히 재판장의 석명과 소송지휘 내용을 당사자가 잘 못 알아들으면, ‘한번 말했는데 왜 못 알아들을까?’라는 생각에 답답하기도 했고, 또 비슷한 내용의 재판절차 안내를 앞 사건에서 했는데 다음 사건에서도 반복해야할 때 짜증나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비폭력대화에서는 이렇게 답답하고 짜증나는 느낌의 원인을, 상대방이 아닌 나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소통 등)에서 찾고 있어, 굳이 상대방의 이해력 부족이나 준비 부족을 탓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쌍방향 소통은 재판장이 먼저 당사자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욕구에 초점을 맞출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의 평정심을 강조했다. 서 판산느 “아무리 좋은 대화법이라도, 재판장이 어느 순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면 실효성이 약해진다”며 “기존의 법정언행 개선 등 연구는 ‘~해야 한다’라는 의무감에 기초한 측면이 있고, 외형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법정에서의 막말논란은 언제든 재현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는 법원 직원들에게 제시되는 친절교육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쌍방향 소통과 평정심 유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비폭력대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조금씩 개선 가능하다는 게 서기호 판사의 얘기다.
그는 “법정에서 구술심리를 충실히 하다보면 쟁점에 대한 입증정도와 판결의 결론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때 판결문 작성 시간을 줄여 법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자 했다”며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판결문을 통한 쌍방향 소통, 공감대 형성에 소홀한 경우가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는데, 판결문 간이화는 유지하더라도, 패소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핵심적인 내용을 잘 정리해 기재하고, 쟁점에 대한 입증정도와 결론의 논거가 어느 정도는 이해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경험을 소개했다.
서기호 판사의 트위터
특히 최근 논란이 된 판사들의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소통, 아니 자신의 SNS를 통한 소통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서 판사는 먼저 “비폭력대화를 배우게 되면, 온라인상에서도 상대방에게 불편하게 하거나 상처주지 않으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또한 상대방의 겉말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진심을 헤아릴 수 있어, 소통과 교류라는 SNS의 본래취지를 잘 살릴 수 있다”며 “서로 얼굴보지 않고 대화하는 거라서, 더더욱 비폭력대화 같은, 공감과 소통의 언어를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의 트위터 글 중 80%는 비폭력대화, 소통에 관한 것, 자녀교육과 자기성찰, 독서와 공연, 판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생활 등에 관한 것”이라며 “그나마 20%도 순수한 의미의 정치적 표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문제, 법적 문제대한 참여에 가깝고, 특히 SNS심의 반대의 트윗글 역시, 헌법상의 본질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관련돼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판사는 끝으로 “비폭력대화를 배우기 시작한지 1년 10개월이 넘어가는데,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은 자녀들과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가 현저히 좋아졌고, 재판과정에서도 쌍방향 소통과 평정심 유지가 예전보다 원활하게 돼, 법정경위가 할일이 제법 줄었다”며 “재판진행에 관해 종전의 주관적 만족도가 60점이었다면 지금은 쑥스럽지만 85점 정도를 주고 싶다”고 비폭력대화의 교육을 받은 효과 덕으로 판단했다.
한편, 서기호 판사는 작년 11월30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판사도 인간이다. 직무와 무관한 사적 영역에서는, 판사 역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누릴 권리가 있다”며 “SNS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대법원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달 7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라는 글을 올렸는데, 보수언론으로부터 ‘가카(대통령) 빅엿’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서 판사는 지난달 23일 CBS라디오 ‘사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방통위의 SNS 심의 부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SNS라는 표현의 자유 영역을 침범ㆍ침해하는 내용이라서 거기에 대해 반대하는 취지로 좀 재미있게, 약간 풍자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카 빅엿이라는 표현이 살짝 들어간 것은 재미있게 한 것”이라며 “SNS 심의 반대 취지에서 글을 올렸는데, 조선일보에서 ‘가카’ ‘빅엿’이라는 부분만 왜곡보도를 했다”고 반박했다.
서기호 판사 “판사들 ‘비폭력대화’ 배워 재판하자”
“재판과정에서 당사자와 쌍방향 소통 가능해져 법정경위가 할일 제법 줄었다” 기사입력:2012-01-06 16: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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