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포털도 명예훼손 책임…비방 댓글은 삭제”

1심부터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판례 분석…의미와 향후 전망 기사입력:2009-04-17 02:17:5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포털사이트가 명예훼손을 담은 개인에 대한 비방 게시물(기사, 댓글 등)을 방치했다면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언론사들로부터 기사를 전송받아 자사 편집기준에 따라 뉴스를 배치해 오던 포털사이트도 명예훼손적인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사와는 별도로 법적 책임을 진다는 판례를 처음으로 세운 것이다.

부연하면 비록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사이에 기사내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계약이 있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번 판결은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으로 게시물 삭제 및 차단요구를 받지 않더라도 명예훼손적인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다면 이를 삭제 및 차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최초의 판결이다.

◆ 사건 개요 = 무슨 일 있었길래?

직장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던 김OO(33)씨는 2004년 4월 친구의 소개로 S씨를 만나 1년 간 교제하다가 2005년 4월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S씨의 어머니는 김씨가 임신한 딸인 S씨를 학대하고 버리려 한다는 이유로 김씨의 뺨을 때리고 회사와 학교에 못 다니게 할 것처럼 협박했고, S씨의 어머니는 김씨의 신고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며칠 뒤 S씨는 자신의 집에서 여러 통의 편지 형식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러자 S씨의 어머니는 2005년 5월 S씨의 미니홈피에 ‘지난 1년간의 일들’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렇다. 김OO씨가 딸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끈질기게 성관계를 요구해 아이를 임신했다가 자연유산하게 되자 태도가 돌변해 딸을 무시하고 잘 만나지도 않았다. 이에 실망한 딸이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김씨가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딸이 두 번째 임신을 하자 일방적으로 헤어질 것을 요구하고 연락을 단절했다.

또 김씨를 만나 딸이 임신 중인 사실을 알렸으나, 김씨는 “내 애가 맞느냐? 임신을 했다 해도 그저 정자 덩어리일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딸은 엄마와 김씨, 그의 회사 등 앞으로 유서를 남기고 수면제를 과다 복용해 사망했고, 6일이 지나 발견됐다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S씨의 어머니는 그러면서 미니홈피에 “딸의 장례식장에서 학교와 회사를 그만둔다는 각서를 김씨가 꼭 지킬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김씨가 다니던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딸의 사연을 퍼뜨려 줄 것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고인의 미니홈피에는 방문자 수가 급증했고, 게시판에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김씨를 비방하는 글들이 폭발적으로 게시됐다. 그런데 그 중에는 김씨의 실명과 학교, 회사이름, 전화번호 등이 적힌 글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미니홈피를 방문한 네티즌 중 많은 이들이 이 게시물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복사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전파했다.

이후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고, 포털사이트는 관련 기사를 메인 화면 등에 배치했다. 해당 기사에는 김씨를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고, 각종 게시물을 통해 김씨의 신상정보까지 퍼지게 됐다.

이에 김씨는 2005년 6월27일 대리인을 통해 각 포털사이트 측에 명예훼손이 우려된다면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전체 삭제, 안티 카페 등 피해가 우려되는 커뮤니티를 폐쇄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 측은 게시물을 특정할 수 없어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어려우니 문제되는 글을 특정해 삭제를 요구해 달라고 답변했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학교와 직장을 그만뒀고, 이사까지 가는 고통을 겪었다.

◆ 1심, 김씨 손 들어줘→항소심은 배상금 크게 올려

이에 김씨는 포털사이트 4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민사부(재판장 최영룡 부장판사)는 2007년 5월 “네이버는 500만원, 다음과 야후는 각각 400만원, 싸이월드는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포털사이트들은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으나 언론사들로부터 전송받는 기사를 속보성ㆍ정보성ㆍ화제성 등의 편집기준에 따라 중요도를 판단해 ‘편집란’이라는 불리는 주요화면(뉴스홈, 정치면, 사회면 등)에 배치하는 점, 독자들의 흥미 등을 고려해 기사제목을 변경하기도 하는 점, 기사에 댓글공간을 만들어 정보교환 또는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하기도 하는 점 등에서 포털사이트가 단순한 기사 정보의 전달자 역할에 그쳐 기사내용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포털사이트와 기사제공자인 언론사 사이에 기사내용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언론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계약이 있더라도, 피고들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포털사이트들이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특정영역에 배치해 네티즌이 분야별 뉴스란을 통해 기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면, 고의 또는 과실로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할 수 있다”며 “이에 네이버는 500만원, 다음과 야후는 각각 400만원, 싸이월드는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포털사이트의 배상금액이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은 재판부가 포털사이트의 규모, 뉴스기사 등 게시물의 수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기사편집에 따른 포털사이트의 책임을 무겁게 인정해, 1600만원이던 배상금을 3000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1심 판결을 깨고, “네이버는 1000만원, 싸이월드는 800만원, 다음은 700만원, 야후는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

재판부는 “원고가 포털사이트들에 피해가 우려되는 게시물에 대해 전면적인 삭제 등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피고들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후에야 삭제가 이루어진 점, 그러는 동안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내용의 표현물들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유포되도록 방치하거나 기여해 손해배상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 대법, 포털사이트에 명예훼손 따른 법적 책임 명확히

사건은 포털사이트들의 상고로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맡겨졌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이용훈 대법원장ㆍ주심 김영란 대법관)도 16일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포털사이트가 보도매체로부터 전송받은 기사 가운데 일부를 선별해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뉴스 게시공간에 게재했고, 그 게재된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포털사이트가 보도매체의 특정한 명예훼손적 기사내용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전파한 행위이므로, 기사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기사가 명예훼손적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피해자로부터 구체적ㆍ개별적인 게시물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은 경우는 물론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게시물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며 게시물의 통제ㆍ관리가 가능한 경우에는 포털사이트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유사한 내용의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 이번 판결에 무슨 의미 있을까

이번 판결은 포털사이트 자신들이 선별적으로 게재한 기사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와는 별도로 법적 책임이 있음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포털사이트들은 신중하게 기사를 선별 게재하거나, 선별 게재를 피하고 기사에 대한 검색 기능만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운영을 전환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판결로 명예훼손적인 기사의 선별 게재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인터넷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포털사이트들에 의해 걸러진 뉴스가 아닌 다양한 뉴스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앞으로 포털사이트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불법성이 명확한 게시물을 인식한 경우에는 삭제 및 차단 등의 방법을 취해 적절히 대처할 것이므로, 그 게시물이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피해자가 입을 수 있는 심각한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건전한 인터넷 문화 형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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