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인간에 불과한 피고인들과는 달리 살해된 피해자는 아프고 외롭고 힘겨웠던 날들을 이겨가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던 여류시인이었다. 함부로 남의 생을 접어버린 피고인들의 행위는 인간이 행사할 수 없는 신의 권력을 탐한 것으로 도저히 허용될 수 없다”
이는 아프고 외롭고 힘겨웠던 날들을 이겨가며, 또 힘들고 모호한 일상을 거부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던 여류시인을 살해한 20대 피고인 2명에게 재판장이 한 말이다.
김OO(25)씨와 조OO(29)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내오다가 단지 일자리가 있다는 경기도 포천에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씨가 가끔 들르던 대전 서구 탄방동에 있는 A(44·여)씨가 운영하는 호프집에서 A씨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미리 흉기를 준비해 2월15일 새벽에 손님으로 가장해 A씨 호프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기회를 엿보던 중 새벽 3시 30분께 손님들이 빠져나가자, 김씨가 먼저 흉기로 찌르고 이어 조씨가 찔러 살해했다.
뿐만 아니다. 심지어 이들은 숨진 A씨의 옷을 벗기고 성교를 하며 사체를 오욕하기도 해 충격을 줬다.
◈ “살해 뒤 교대로 성교하는 등 짐승만도 못한 행동 저질러”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재환 부장판사)는 최근 강도살인, 사체오욕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와 조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기로 모의를 하고,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해 사건 당일 범행 실행과정에서 피고인 김씨는 피해자에게 금품을 요구해보지도 않은 채 아무런 방어태세를 갖추지 못한 피해자를 향해 단 한번의 주저함도 없이 무참히 흉기로 찌르고, 피고인 조씨는 앞으로 고꾸라진 피해자의 등을 재차 흉기로 찔러 잔혹함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또 “그러나 이러한 엄청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고인들은 한 치의 망설임이나 동요 없이 사망한 피해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교대로 성행위를 하는 등 짐승만도 못한 행동을 하는 등 범행 후의 행동도 극히 잔혹하고 끔찍해 필설로 다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범행 후에도 피고인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들이 사용했던 컵, 술병, 테이블 등에 묻은 지문을 없애기 위해 수건으로 닦아 청소하는 등의 치밀성까지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더구나 피고인 김씨는 강도상해 등의 특정강력범죄 전력으로 인한 누범기간 중이고, 피고인 조씨도 마찬가지로 누범기간 중임에도 반성은커녕 이와 같은 참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 “피고인들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매일 매일이 고통스러운 하루가 될 것”
재판부는 “이렇듯 껍데기만 인간에 불과한 피고인들과는 달리 피해자는 아프고 외롭고 힘겨웠던 날들을 이겨가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던 여류시인이었다”며 “힘들고 모호한 일상을 거부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자 했던 피해자의 모습은 피해자가 생전에 지은 <확인되지 않는 하루>라는 시에도 나타나 있다”며 피해자의 유고시를 읽어 내려갔다.
A씨의 <확인되지 않는 하루>를 보면 ‘확인되지 않는 하루가 수취인불명으로 찍혀 자꾸 문을 두드린다. / 비늘을 겹겹이 둘러 입고 물고기처럼 위장하여 죽은 듯 호흡을 멈추어도 따돌릴 수 없어 받아 쥐고 말았다. / 꼼짝없이 저당 잡힌 내가 무거운 깃털 하나 꽂은 채 닳고 닳은 세상에 이끼로 피면 수취인불명으로 날아든 너는 세월의 끝에 섞여갈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 나 또한 살아있음의 확인이 절실하기에 / 비늘을 벗어 네게 덤으로 얹어줄게 가라 영원히 잊힐 세상 밖으로? /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의 생에 대한 의지는 피고인들에 의해 꺾여 버렸다. 이 사건 범행이 피해자에게는 그토록 거부하면서 받고 싶지 않았던 <확인되지 않는 하루>가 되어버렸다”며 “함부로 남의 생을 접어버린 피고인들의 행위는 인간이 행사할 수 없는 신의 권력을 탐한 것으로 도저히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말로만 후회를 되뇌이면서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참회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고, 피고인들의 전력이나 계획적인 살인을 도모한 이 사건 범행의 전개과정 등을 살펴보더라도 피고인들에게는 단 하나의 유리한 정상도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인간의 생명의 무게를 측정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피해자의 생명의 무게가 피고인들의 생명의 무게보다는 더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인들에게는 당연히 그 삶을 박탈하는 형을 고려해보는 것이 마땅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사형제도를 가지고 있다해서 비문명국가라고 할 수도 없다”고 엄벌 의지를 피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법률이 인간의 생명을 영구히 박탈하는 사형을 과할 수 있는 권한을 판사에게 허락했다고 해서 함부로 피고인들을 재단할 수는 없다”며 “그리고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악을 악으로 갚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고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없도록 하면서 일생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종신형에 처하여 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들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 피고인들에게 그들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오로지 참회의 시간만이 허용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하고자 한다”며 “범행 당일이 피해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확인되지 않는 하루>가 돼 버렸지만, 참회하지 않는다면 피고인들은 그들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매일 매일이 고통스러운 <확인되지 않는 하루>가 될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 직후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류시인 살인범들 무기징역…“신의 권력 탐해”
대전지법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오로지 참회의 시간만이 허용” 기사입력:2008-08-05 19: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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