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왕자를 꿈꾸던 20∼30대 여성들이 인터넷 채팅의 황태자에게 농락당했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20∼30대 여성들에게 검사를 사칭해 환심을 산 뒤 결혼을 빙자해 각종 명목으로 돈을 받아 챙기고, 심지어 간음까지 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며 철퇴를 가했다.
인터넷 채팅인데도 검사로 행세하며 그가 결혼하자는 말에 쉽게 농락을 당한 여성들을 보면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유사한 또다른 범행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단독으로 자세히 보도한다.
◈ 출소 뒤 3개월만에 범행
정OO(34)씨는 2006년 3월 부산지법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1년10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해 8월 부산교도소에서 출소했다.
그럼에도 정씨는 출소한 지 불과 3개월만에 또다시 미혼 여성들을 상대로 검사를 사칭해 금품을 뜯는 범행을 일삼았다. 피해여성은 무려 6명. 이 중에는 몸까지 허락한 여성들도 있다.
정씨는 사기의 달인이었다. 현직 검사를 사칭하기 위해 실제로 해당 검사의 이름과 근무처를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컴퓨터 자판을 치는 속도가 빨라야 가능한 인터넷 채팅을 범행 도구로 사용하는 지능범이었다.
정씨는 지난해 11월 29일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이OO(여·27)씨가 미혼임을 알게 되자,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정씨는 자신의 신분을 “대구지검에 근무하는 예OO 검사”라고 소개하며 환심을 샀다.
이씨가 반신반의하며 쉽게 믿지 않자, 검찰청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라는 대범함도 보였다. 이런 당당함에 이씨는 정씨가 현직 검사라는 믿음에 쉽게 빠져들었다.
정씨는 채팅을 하면서 친밀해지자 이씨에게 “우리 결혼하자”며 유혹했고, 이씨도 큰 관심을 보이자 정씨는 서서히 본심을 드러냈다. 정씨는 “결혼 후 내년 2월 미국으로 연수를 가야 하는데 비자 발급비용과 어머니가 일본여행 가는 데 경비가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정씨가 자신의 근무처와 신분 분명히 밝혔으나 인터넷채팅을 통해 알게된 터라 반신반의하던 이씨는 대구지검에 예OO 검사가 있는지 확인했는데, 실제로 예OO 검사가 있었다.
이에 이씨는 정씨의 말을 믿게 됐고, 결국 다음날 비자발급 비용 명목 등으로 150만원을 송금하는 등 3회에 걸쳐 6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이씨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닌 한낮 사기꾼에 불과한 정씨에게 당하고 만 것.
검사를 사칭한 범행이 이렇게 쉽게 통하자, 정씨는 또 다른 범행대상을 물색하며 더욱 대담해져 갔다.
◈ 돈만 챙긴 뒤 연락두절
지난해 12월 18일 정씨는 또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전전하며 먹잇감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OO(28·여)씨를 만나게 됐다. 정씨는 나씨에게 이번에는 “부산지검에 근무하는 박OO 검사”라고 소개했다.
정씨는 앞서와 같은 방법으로 자신이 검사임을 믿게 했고, 나씨 역시 부산지검에 전화해 박OO 검사가 있는지를 확인했는데 실제로 박OO 검사라는 사람이 있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나씨가 자신을 믿고 있다고 판단한 정씨는 “우리 결혼하자”며 유혹한 뒤 “결혼해서 내년 3월에 미국으로 파견을 가야 하는데, 비자발급이 필요하다”고 속이며 나씨에게 돈을 요구했고, 나씨는 비자발급 명목으로 47만원을 송금했다.
정씨의 범행으로 피해자들은 더 늘어났다. 정씨는 지난 1월 8일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이OO(여·28)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번에 내가 3월초 뉴욕에서 업무가 시작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 함께 가려면 비자가 필요한데 시간이 없어 급하게 비자를 만들다 보니 돈이 좀 모자란다. 우선 비자수수료로 50만원을 보내 달라”고 거짓말을 했다.
정말 정씨가 검사라고 믿은 이씨는 비자발급 수수료 명목으로 5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후 정씨의 연락은 없었다. 정씨는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우선 자신을 검사라고 믿게 하고 안심시킨 뒤 나중에 전화를 걸어 범행의 후일을 도모했던 것이다.
정씨는 또 1월 21일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서OO(31·여)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난번에 내가 4월초에 뉴욕에서 업무가 시작돼 3월말에는 출국해야 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 함께 가려면 장기 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비자수수료를 먼저 보내 달라”고 거짓말을 해 43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 혼인을 빙자해 간음까지
피해여성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정씨의 범행 수위는 높아졌다. 1월 21일 정씨는 피해자 김OO(32·여)씨에게 “지난번에 내가 4월 1일부터 뉴욕으로 출근을 해야 된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비행기 값과 비자 수수료를 보내주면 여행사에서 알아서 처리하니 비용을 보내 달라”고 거짓말을 해 비행기 값 명목 등으로 183만원을 챙겼다.
일주일 뒤에도 김씨를 만난 정씨는 “우리 결혼 전에 부모님을 일본에 있는 온천에 보내드리고 싶다. 그런데 돈이 좀 부족하니 조금만 도와 달라”고 거짓말을 해 136만원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정씨는 1월 25일 김씨를 만나 “결혼을 하자”며 자신이 백마 탄 왕자라는 확신을 심어줬다. 그러면서 정씨는 “성관계를 갖지 않으려면 헤어지자. 부부는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속여 남양주에 있는 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정씨의 범행은 쭉 계속됐다. 1월 28일 정씨는 또 다른 피해여성 이OO(30·여)씨에게도 “뉴욕에 가서 결혼해 함께 살자. 미국에 가려면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비자수수료가 필요하니 돈을 보내 달라”고 거짓말을 해 38만원을 받았다.
또한 정씨는 2월 14일 이씨에게 “결혼을 하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 같이 자자. 만약 내가 거짓으로 결혼을 하자고 하는 것이면 혼인빙자 아니냐”며 안심시킨 뒤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정씨가 백마 탄 왕자라고 믿었던 피해 여성들은 돈과 몸을 허락했다가 큰 상처만 입고 말았다.
◈ 최병률 판사 “징역 2년”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동일한 수법의 범행에 대한 신고가 잇달아 접수돼 결국 정씨는 붙잡히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정씨는 사기와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최병률 판사는 지난 8일 정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이 인터넷 채팅을 하면서 알게 된 피해 여성들에게 검사를 사칭해 환심을 산 뒤 결혼해 함께 유학을 가지고 속여 피고인과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들로부터 비행기 값과 비자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편취하고, 간음까지 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밝혔다.
백마 탄 왕자 꿈꾸던 여성들…검사 행세에 농락
실제 검사 이름 들먹이며 범행…돈주고 몸도 허락한 여성들 기사입력:2008-07-18 12: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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