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통신망에 인사와 관련해 정실·특혜인사라고 비판하고, 또한 검찰노조의 결성을 주장하는 글 등을 잇따라 올렸다가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검찰수뇌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려 ‘해임’ 됐던 검찰직원이 복직됐다.
우수한 근무성적으로 검사장 표창은 물론 ‘자랑스런 검찰인상’까지 받았던 대구지검 소속 장OO(41)씨는 해임처분 취소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해임 뒤 2년만에 소속 직장으로 돌아가게 된 것.
복직 판결 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조직의 변화를 기대하는 충정 어린 마음에서 검찰내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는데 법원이 올바른 판단해 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를 계기로 검찰수뇌부와 일반직 사이의 소통을 주문하며 검찰의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장씨는 또 다른 근심에 빠졌다. 기자가 2년만의 출근 소감을 묻기 위해 12일 장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장씨는 “출근하니 동료들도 반겨주고 좋긴 한데, 대구고검에서 재징계 방침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장씨는 “이번 일로 검찰조직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화합과 포용하지 않고 다시 징계를 한다고 하니 많이 아쉽다”며 섭섭함을 내비쳤다.
징계가 이뤄질 경우 상급기관인 대구고검에서 내리게 되는데 해임 보다 낮은 정직, 감봉, 견책 수준에서 결정된다. 법원에서 밝혔듯 해임처분이 지나치다는 것일 뿐 징계사유에는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장씨가 검찰내부의 무엇을 비판했고, 검찰수뇌부는 왜 해임했는지, 나아가 법원은 어떻게 판단해 복직 판결을 내렸는지 상세히 보도한다.
◈ 위계질서 문란케 했다?
1990년 9월 검찰공무원으로 임용된 장OO(41)씨는 대구지검에서 근무하던 2006년 4월 27일 검찰내부통신망에 ‘대구지검 국장님을 비롯한 일반직 국·과장님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랍니다’라는 비판 글을 올렸다.
내용은 이렇다. 5월1일자 일반직 정기인사와 관련해 대구지검 사무국장이 동문 고교 출신들에게 정실·특혜인사를 했다는 것이며, 이에 용퇴를 촉구했다.
장씨는 다음날에도 동료직원 16명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들은 대검과 지검의 썩어빠진 인사관행의 산물로 주사승진을 한 사람들로서 대검 낙하산 인사로 대구에 내려와 지역에 피해를 주었고, 누가 봐도 업무수행능력이 뒤떨어짐에도 예스맨이라는 이유로 비합리적인 인사를 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검찰수뇌부는 장씨가 사무국장 및 과장들뿐만 아니라 동료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위계질서를 문란케 하고 나아가 조직내부의 인화를 해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씨의 비판은 계속됐다. 5월 2일 외부강사를 초청한 강연에서 강사에게 “우리 조직은 아직도 아부를 하거나 빽으로 승진하고 있는 실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했다.
이 발언 역시 검찰조직이 부정한 인사로 승진하는 것이 관행인 듯이 이야기해 검찰조직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씨는 이로 인해 5월 10일 감찰검사실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게 된다. 그러자 장씨는 내부통신망에 ‘검사장님께 말씀하신 민주주의가 이런 것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일반직 다수가 인사의 문제점을 수긍하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감찰은 하지 않은 채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해 일방적으로 표적감찰을 실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반발성 글을 올렸다.
그러자 수뇌부는 장씨가 피감찰자 신분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감찰조사에 반발함과 아울러 공개적으로 소속 기관의 수장을 폄훼해 위계질서를 문란케 하고 조직의 근간을 해하는 등 검찰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질타했다.
◈ 검찰수뇌부 눈밖에 나
이쯤 되면 장씨는 검찰수뇌부의 눈밖에 난 상태. 그러나 장씨는 멈추지 않았다. 5월 16일에는 내부통신망에 ‘6급 이하 노조결성 추진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으로 노조결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추진 여부를 묻는 글을 올렸다.
내용인 즉 “검찰의 조직운영과 방식은 민주주의 방식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졌고, 특정 소수집단에 의한 힘의 논리로 일방적·수직적·독단적·독선적으로 운영되는 면이 상당부분 있는 것 같다. 노조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투표해 달라. 검찰조직이 발전하느냐 아니면 절대권력에 부패하고 계속 퇴보해서 경찰에게도 종속돼 도태되느냐 귀로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수뇌부는 장씨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노조설립을 선동하는 등 집단행위를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징계위원회는 6월“장씨가 평소 저속한 언어와 감정적인 어조로 과격한 내용의 글로 상사와 동료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언사를 반복하고,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공무원노조의 결성을 선동하는 등 위계질서를 문란케 함으로써 조직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근무시간 중 본연의 업무 이외의 일에 몰두해 불성실한 업무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검찰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을 망각해 품위를 손상했다”며 해임을 의결했다.
장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그 해 8월 기각당하자 소송을 낸 사건.
장씨는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이는 검찰조직의 일원으로서 검찰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진심 어린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고, 검찰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상사나 동료를 폄훼하거나 위계질서를 문란케 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단지 검찰 일반직원들만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제한된 공간인 검찰 내부통신망에 의견을 개진한 것이어서 내외적으로 검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거나 검찰의 위신과 신뢰를 추락시키지도 않았다”며 항변했다.
◈ 법원 “해임은 위법해 취소”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김의환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검찰공무원인 장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해임처분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 만큼 해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검찰조직은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상명하복 체계가 엄격한 위계질서에 의해 운영되는 특수성이 있는데, 원고가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사나 동료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공무원노조의 결정을 주장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검찰공무원으로서 취할 품위 있는 태도가 아니어서 중징계 사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씨에게 검찰공무원의 신분을 배제하고 지위를 박탈하는 해임 처분은 징계사유에 비해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비례의 원칙 등에 위반돼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는 이렇다. 먼저 장씨가 글을 올린 검찰 내부통신망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돼 있지 않고 검찰직원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의견개진 및 토론의 공간으로 마련된 점과 그 글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거나 문제가 돼 검찰조직의 명예나 신뢰를 추락케 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을 들었다.
또 장씨가 글을 게재한 동기에는 검찰조직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려는 충정도 일부 엿볼 수 있고, 오로지 상사나 동료직원을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계질서를 문란케 할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도 중요한 잣대가 됐다.
아울러 장씨가 검찰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비위를 저지르거나 징계 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고, 이 사건 징계사유로 인해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기소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도 없는 반면, 검사장 표창과 자랑스런 검찰인상을 수상하는 등 근무경력에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서 해임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여기에 장씨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반성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이를 종합해 보면 해임 징계처분은 너무 지나쳐 위법한 만큼 해임은 취소돼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자 검찰총장이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이성보 부장판사)는 지난 3월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은 또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지난 5월29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며 장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장씨는 해임 2년 만에 복직하게 됐다.
[단독] 괘씸죄로 해임 뒤 복직된 검찰직원 또 시련
해임 2년 만에 복직 판결로 출근했으나 재징계 방침에 놀라 기사입력:2008-06-12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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