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발사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에 대한 항소심에서 14일 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신태길 부장판사)도 1심과 같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됐다는 부러진 화살의 실종 ▲혈흔이 없는 와이셔츠 ▲상해의 고의 ▲석궁의 우발적 발사 등에 대해 제기한 김 전 교수의 항소를 모두 “이유 없다”며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했다.
김 전 교수는 먼저 범행에 사용됐다는 부러진 화살의 실종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경비원 증인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된 화살은 화살촉 끝이 뭉툭하고 뒷부분이 부러져 있었다고 하는데, 압수돼 증거로 제출된 화살 9개중에는 부러진 화살이 없다”며 “부러진 화살은 화살촉 끝이 뭉툭하고 뒷부분이 부러져 있어 피해자의 옷을 뚫고 복부에 박힐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부러진 화살을 은폐하고 그 대신 정상적인 화살을 증거로 조작해 제출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압수된 정상적인 화살 9개중 어느 것에도 혈흔이 없다는 것은 바로 부러진 화살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화살로 인해 피해자가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화살 9개중에는 범행에 사용된 부러진 화살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부러진 화살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는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당시 갖고 있었거나 범행 장소에 놓아두었다가 압수된 화살 9개는 다른 증거들과 종합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교수는 혈흔이 없는 와이셔츠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피해자는 런닝셔츠→내복→와이셔츠→조끼→양복상의를 입고 있었는데 내복과 조끼에는 화살이 관통된 구멍의 주변에 혈흔이 있으나, 그 사이에 입고 있었던 와이셔츠에는 혈흔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이 와이셔츠에 피가 뻘겋게 물들어 있었다고 진술했음에도 압수된 와이셔츠에 피가 없는 것은 복부에 화살을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을 뜻하고, 나아가 옷가지에 묻은 혈흔은 피해자의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직후 피해자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런닝셔츠→내복→와이셔츠→조끼 등에 묻어 있었다”며 “범행 직후의 시점에서 옷가지에 모두 피가 묻어 있었던 이상 나중에 와이셔츠의 혈흔이 사라졌다고 해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거나, 복부에 화살을 맞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또 상해의 고의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름을 불러 확인한 후 미리 화살을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풀어둔 석궁을 들고 계단에서 내려와 피해자에게 접근했고, 마주보고 서 있는 피해자를 향해 주저함이 없이 석궁을 발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피고인에게 상해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와 몸싸움 또는 실랑이하는 도중에 우발적으로 화살이 발사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화살이 정확하게 복무에 박힌 점, 또 피고인이 화살을 발사할 때까지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거나 피해자가 석궁을 잡은 적이 없는 이상 피고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력에 의해 방아쇠가 격발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피고인이 화살이 발사된 후에도 당황하거나 놀라지도 않았고, 그 직후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면서 ‘죽여버리겠다’고 소리치고 체포된 후에 빈시위를 당겨보기도 한 점 등의 정황에 비춰 보더라도, 화살이 우발적으로 발사됐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인체에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는 흉기인 석궁을 사용해 피해자인 담당재판장에게 상해를 가한 것으로, 이는 법치주의의 최후의 수호자이며 재판 당사자로부터 독립해야 할 사법부 구성원에 대해 위해를 가한 것으로서 재판결과에 대한 보복성 범죄라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중대하다”고 질책했다.
또 “피고인은 사전에 수 차례에 걸쳐 석궁 사격연습을 하며 피해자의 집을 답사했고, 범행 당일에는 피해자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집을 찾아가 석궁에 화살을 장전하고 피해자가 귀가하기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치밀한 계획범이라는 점에서 범정 역시 중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범행 후부터 현재까지 정당방위 또는 국민 저항권의 행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면서 모든 책임을 피해자 및 사법부에게 돌리고 있고, 나아가 피고인은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등 반성하는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석궁 사건’ 김명호 전 교수 항소심도 징역 4년
서울동부지법, 풀리지 않는 의혹들 공소사실 모두 인정 기사입력:2008-03-14 19: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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