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들먹이다 안 하면 약혼 파기…위자료 줘야

강재원 판사 “약혼 성립은 명시적·묵시적 합의로 충분” 기사입력:2008-03-13 11:33:41
임신을 하자 결혼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해 놓고, 다른 여자와도 교제하는 바람에 연인관계가 깨졌다면 ‘약혼 파기’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여·27)씨와 B(26)씨는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2004년 1월 동기회를 하면서 만나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연인관계로 발전해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으며 2006년 11월 A씨가 임신을 하게 됐다.

그러자 B씨는 A씨에게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1월에는 “너랑 결혼할거다”, “만약 결혼이 조금 늦어질 수도 있지만 난 자기 지킨다. 영원히”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그 무렵 학원강사를 하면서 알게 된 동료들에게 B씨와 혼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B씨도 동기회 모임에서 “A와 내년 봄쯤에 결혼할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B씨는 지난해 1월 22일 A씨의 집으로 찾아가 부모님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B씨는 2006년 11월부터 직장동료인 C씨와도 몰래 교제하고 있는 중이었고, A씨는 지난해 1월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과정에서 A씨는 낙태를 하게 됐는데, A씨가 그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인 지난해 3월28일 B씨는 A씨에게 “상견례 날짜를 잡았다”는 등의 말로 안심시켰다.

하지만 B씨는 이후 A씨의 어머니에게 “상견례하자는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말했고, 결국 4월에는 A씨에게 헤어지자고 이별을 통보했다.

이로 인해 A씨는 B씨를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했고, B씨는 지난 1월 울산지법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 진행 중이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고, 울산지법 가사1단독 강재원 판사는 “피고는 원고에게 약혼의 부당한 파기로 인한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강 판사는 먼저 “약혼이란 장래에 혼인을 성립시키겠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우리 민법은 약혼의 방식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약혼의 성립은 당사자 사이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로 충분하며, 의식이나 예물교환 등의 어떠한 형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는 동기회 모임에서 혼인할 것이라고 말했고, 또 원고가 임신하자 피고도 혼인하겠다는 말과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으며, 피고는 원고의 부모에게 상견례 일정도 말했고, 원고가 낙태한 이후에도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와 피고는 장래 혼인을 하겠다는 합의 즉 ‘약혼’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직장동료인 C씨와 교제했고, 자신이 원고에게 한 상견례 약속 등을 일방적으로 어기기도 했으며, 결국 그로 인해 원고와 피고의 약혼관계는 파기됐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약혼의 파탄을 원인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고와 피고의 교제기간, 약혼파탄의 원인 및 책임, 원고와 피고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위자료 액수는 2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강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 약혼의 부당한 파기로 인한 위자료 책임을 인정했을 뿐 혼인을 빙자한 성관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강 판사는 “원고는 피고가 혼인을 빙자해 성관계를 했고, 그로 인해 격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됐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피고는 수사기관에서 혼인을 빙자해 간음한 것은 아니라고 부인했고, 또 현재 혼인빙자간음 혐의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므로 원고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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