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부장판사, 정영진 부장판사 정면 비판

“정 부장판사, 누구를 위해 이런 글을 올리나” 기사입력:2007-02-21 19:02:41
정영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20일 법원내부게시판에 ‘이용훈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라는 글을 올리자, 문형배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누구를 위해 이런 글을 올리느냐”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공직자의 비리와 선거법 위반 등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판결을 내리면서도, 사정이 딱한 피고인에게는 관대하며 책을 선물하는 판사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자살을 시도한 피고인에게 ‘자살’이란 단어를 10번 되풀이하도록 한 뒤 “‘살자’라고 들리지 않느냐”며 인생을 새롭게 살아갈 것을 주문해 훈훈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형배(文炯培) 부장판사는 65년 경남 하동 출신으로 대아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육군 정훈장교를 거쳐 부산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 부산고법 판사,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며 2월 21일 부산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음은
문형배 부장판사가 올린 글의 전문이다.

정 부장님, 누구를 위하여 이런 글을 올리셨습니까?

법원은 대법원장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판사들의 것만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법원을 대표하는 대법원장을 비판할 때는 뚜렷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뚜렷한 근거, 국민의 이익 어느 한 쪽에도 부족함이 있다면,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다루는 것을 본분으로 하는 판사의 글로서는 부족할 것입니다.
정영진 부장님의 글을 읽고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어 몇 자 올립니다.

첫째,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따라 취임한 대법원장의 거취를 거론하면서 소설 같은 시나리오를 언급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증거로 재판하는 데 길들여진 저에게는 소설 같은 시나리오가 낯설기 짝이 없습니다.

둘째, 승진인사를 거론하면서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하는 것이 유례가 있는 일입니까? 본질적으로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가 없는 승진인사를 거론하면서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하는 것이 유례가 있는 일입니까? 법원은 국가기관 중에서 승진인사에 대한 후유증이 거의 없는 것을 자부심으로 여기며 살아 왔습니다.

셋째, 인사대상자가 인사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다수의 법관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걱정됩니다.
정영진 부장님도 연수원 14기로서 이번 고등부장 전보인사의 인사대상자로 보이는데, 정 부장님의 글이 인사 불만에서 비롯된 감정의 토로로 여겨지지 않을지 걱정됩니다. 저도 몇 차례 인터넷게시판에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저를 위하여 또는 저와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문제로 글을 올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넷째, 이른바 ‘법관계급제’ 폐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다면 왜 그동안 침묵하셨습니까?

물론 정 부장님의 글 속에는 우리가 경청할 만한 주제가 들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최종영 대법원장님 시절 이른바 ‘법관계급제’ 폐지를 포함한 인사제도의 개선을 위하여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고, 거기에서 수십 차례 논의를 거쳐 인사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였고 그 중 상당수는 지금 시행 중에 있습니다. 고등부장 전보인사와 관련하여 단일호봉제를 도입하되 고등부장-지방부장 순환보직은 유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리고 법관으로 한 번 임용되면, 항소법원 판사까지 모두 올라가는 그런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인사제도를 다시 거론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지금껏 해온 고등부장 전보인사가 위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른바 ‘법관계급제’ 폐지가 대법원장 거취를 논의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다면 정 부장님은 그 동안 왜 침묵하셨습니까? 왜 부장판사라는 직함은 사용하고 있으십니까? 더욱이 현 대법원장님이 고등부장 전보 인사한 것을 가리켜 사실상 고등부장 승진인사였다는 이유로 위법하다고 단정짓고, 같은 맥락에서
유태흥 대법원장 시절 법관인사와 관련하여 탄핵소추가 제기된 사실을 거론하시는데, 유태흥 대법원장님이 국회의원에 의하여 탄핵소추된 이유가 고등부장 승진인사를 하였기 때문입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다면, 그 당시 법원민주화를 위하여 사직을 무릅쓰고 행동하셨던 선배법관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닐는지 걱정스럽습니다.

정 부장님이 공감한 대로 지금 법원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습니다. 석궁‘테러’를 당해도 피해자인 판사를 동정하기는커녕 가해자인 소송당사자를 동정하거나 지지하는 여론이 상당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런 판국에 정 부장님이 올린 글이 어떠한 해결책을 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오히려 뚜렷한 근거 없이 법원을 비판하던 사람에게 구실을 하나 더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지금 우리는 열정과 정성을 모아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인사 불만에 초점이 찍힌 정 부장님의 글에는 선동가의 용기는 보이나, 순교자의 희생은 보이지 아니합니다. 저의 글이 정 부장님 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었기를 간절히 빌면서 부족한 이 글을 마칩니다.

2007. 2. 20. 창원지방법원을 떠나는 아쉬운 마음에
문형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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