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구속시킨 초유의 사태를 가져온 법조브로커 김홍수씨가 금품을 건넨 기록이 담겨 있는 다이어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장성원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법조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6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보좌관 김OO(40)씨에 대해 “다이어리가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2006고합569)
이번 사건은 김씨의 진술과 돈을 줬다는 내용을 기재한 다이어리가 유일한데, 법원이 유일한 물증인 다이어리에 대해 신빙성을 부정하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조관행 전 부장판사도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피고인이 극구 부인하는 혐의 내용은 뭔가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04년 12월 서울 역삼동 소재 일식집에서 수입 카펫 판매업자 김씨로부터 “한국산업은행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 1천만주를 인수해 이를 출고 받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 및 관계 부처 담당자들을 통해 힘을 써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로비자금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는 등 20회에 걸쳐 6억 3,500만원을 받았다.
또한 2005년 5월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평소 정OO 장관의 측근인 것처럼 행세한 것을 기화로 김씨에게 “정OO 장관이 모친상을 당했는데 조의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장례비를 부담해야 되니 2천만원을 찬조해 달라”고 거짓말을 해 이에 속은 김씨로부터 장례비 명목으로 2천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4회에 걸쳐 4,600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돈을 받은 사실을 시종일관 부인하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이 인정되려면 증거로 제출된 김씨의 진술과 김씨가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2005년도 다이어리를 비롯한 제반 증거들이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해당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김씨의 검찰조사 당시의 진술을 조목조목 따지며 진술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 검찰조사에서 김홍수씨 진술 시간별 어떻게 바뀌었나
김씨는 검찰에서 지난 4월19일 처음 조사 받으면서 피고인에게 준 돈의 내역에 대해 “피고인이 ‘장관님 활동비 조로 2억원을 준비해 달라’고 해서 2004년 12월 역삼동 소재 일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한 다음 택시를 타고 가는 피고인에게 현금 3,000만원과 2,000만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 2개를 줬고, 그 후에도 피고인에게 6∼7억원을 준 것으로 언뜻 기억하는데 자세한 것은 추후에 진술하도록 하겠다”고 진술했다.
그 뒤 김씨는 진술서를 작성해 검찰에 제출했는데, 진술서에는 “피고인에게 7억원 정도를 줬는데 2004년 12월부터 2005년 6월까지 15회에 걸쳐 합계 6억 6,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하면서 로비자금의 조성 경위, 돈의 전달방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진술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2006년 5월1일 검찰조사에서 앞서 진술한 피고인에게 돈을 준 장소와 일시 및 금액 등에 대한 진술을 약간 변경하면서 “2004년 12월부터 2005년 6월경까지 16회에 걸쳐 합계 6억 1,5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또한 검사가 김씨에게 “교부한 금품 내역에 대해 적어 놓은 것이 없는갚라는 질문에 대해 “피고인이 돈을 받아가면서 현금만을 달라고 하고,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절대 받으려고 하지도 않아 내심 언제, 얼마를 주었는지를 기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신이 사용하던 2005년도 밤색 다이어리에 기재했는데 그 다이어리의 행방을 몰라 자신의 동거녀에게 찾아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지난 5월10일 검찰에서 피고인과의 대질조사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인터컨티넨탈호텔 등지에서 한 번에 적게는 1,500만원, 많게는 5,000만원씩 2004년 12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십 수회에 걸쳐 합계 7억원 정도의 현금을 줬다고 진술했다.
5월15일 검찰조사에서 김씨는 “2006년 5월3일 동거녀가 임의로 검찰에 제출한 2005년도 밤색 다이어리가 자신이 앞서 진술한 다이어리가 맞고, 그 다이어리 기재와 같이 피고인에게 20회에 걸쳐 로비자금으로 합계 6억 3,5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 추이를 종합하면 첫 검찰조사 당시에는 피고인에게 준 돈의 내역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지 못했고, 로비자금을 준 내용이 상세히 적힌 다이어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 뒤 진술서를 작성하면서 금품수수내역 진술내용이 매우 구체화돼 무려 1년 6개월 전부터의 일에 관해 15회에 걸친 금품을 준 시간과 장소 및 돈을 넣어 준 가방의 종류까지 상세히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이어리가 검찰에 제출되기 전인 두 번째 검찰조사시 진술한 내용은 로비자금 교부의 시간적 순서 및 장소, 금액이 일부 변경되면서 다이어리 기재 내용과 매우 유사한 내용으로 돼 있는데 과연 이 같은 김씨의 진술이 본인의 기억에 의존한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강한 의심이 들고, 다이어리의 신빙성 문제를 함께 고려해 볼 때 진실성에 더욱 의문이 제기된다”고 꼬집었다.
◈ 김홍수씨 다이어리 못 믿는 8가지 이유…“인위적 조작 가능성”
특히 재판부는 김씨가 직접 작성했다는 금품을 준 사실이 담긴 다이어리에 대해 8가지 의문을 제기하며 기재된 내용을 믿기 어렵다고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첫째, 김씨는 다이어리를 일기처럼 거의 매일 작성했다고 하는데, 다이어리 맨 앞장 연도별 기재란에 피고인에게 돈을 준 날에 ‘○’ 표를 하고 그 옆에 돈 준 날짜를 한꺼번에 정리해 기재했으며, 월별 카렌더와 일자별 기재란 양쪽 모두에 피고인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기재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다이어리의 기재방식과는 차이가 있고 그 이유에 대해 김씨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둘째, 월별 카렌더에서 돈을 줬다는 날짜가 수정된 부분이 있는데 그 수정이 단순히 약속의 변경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일자별 기재와 월별 카렌더의 기재를 맞춰 가는 과정에서 수정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고, 월별 카렌더의 기재 내용과 일별 기재 내용이 서로 다른 곳도 여러 군데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셋째, 다이어리의 1월2일자 및 1월3일자 지면이 찢긴 이유에 대해 김씨는 법정에서 “중요한 공직자를 만난 것으로 기재해 놓았다가 나중에 불필요하다고 싶어 찢었다”고 진술했으나, 연도별 카렌더의 옆면 및 월별 카렌더의 기재에는 김씨가 공무원들에게 돈을 준 사실이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추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넷째, 다이어리의 모든 기재가 같은 종류의 필기구에 의해 거의 같은 필체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리 동일한 사람에 의해 작성된 다이어리라고 하더라도 6개월이 넘는 기간에 걸쳐 매일 작성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다섯째, 김씨가 작성한 다이어리는 2005년도 것만 압수돼 증거로 제출됐는데, 수 년 전부터 일기처럼 작성했다는 김씨의 말을 믿는다면 해가 지나갔다고 해 2004년도 이전의 것을 폐기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고, 특히 피고인에게 2004년 12월 돈을 줬다는 사실을 2005년도 다이어리의 1월1일자에 옮겨 놓으면서까지 2004년도 다이어리를 폐기했다는 것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섯째, 김씨는 피고인에게 돈을 준 내용을 다이어리에 기재한 이유에 관해 하이닉스 주식과 관련해 사후 발생할 정산문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인 이외의 다른 사람과 관련된 내용과는 달리 돈을 담은 가방, 택시에 실어준 사실, 피고인이 한 말 등을 일일이 기재했다는 것이 매우 기이하고, 다른 공무원들에게 준 ‘떡값’은 다이어리에 기재했는데, 피고인에게 직원회식비로 400만원을 따로 건네줬다는 내용을 기재하지 않은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말했다.
일곱째, 돈을 줬다는 날짜의 당시 통화기록 등을 보면 김씨와 피고인의 위치가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덟째, 다이어리에는 김씨가 2005년 2월12일과 13일에 과천경마장에서 1,000만원씩 2회에 걸쳐 현금화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위 기간 동안에는 경마가 열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 날 경마장에서 수표를 현금화했다는 다이어리의 기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상에서 본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김씨가 자신이 매일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2005년도 다이어리는 그 내용을 믿기 어렵고, 사후에 인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확대경]법조비리 조관행 전 부장판사 무죄?
서울중앙지법, ‘법조브로커 김홍수’ 다이어리 인위적 조작 기사입력:2006-11-11 04: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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