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복무부적합심사, 전역이 간절하다면 제대로 준비해야만

기사입력:2026-09-16 10:39:00
[로이슈 진가영 기자]
법무법인 태림 부천 분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 부천 분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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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부대에서 도무지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다시피 하는 장병들을 자주 마주했다. 신체적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 더 이상 복무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태이거나, 원래 앓고 있던 질환이 입대 후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장병과 그 가족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현역복무부적합심사를 받으면 정말 전역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준비 없이 신청했다가 오히려 ‘꾀병’으로 의심받고 원대복귀하는 경우도 실무에서 적지 않게 봐왔다.

현역복무부적합심사, 이른바 현부심은 병역법 제65조 제11항에 근거를 둔 제도다. 이 조항은 신체 등급 판정이 곤란한 질병이 있거나 정신적 장애 등으로 계속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정식 신체검사를 거치지 않고도 병역처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무에서 현부심 대상이 되는 사유는 크게 신체질환, 정신질환, 군 복무 부적응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정신질환과 복무 부적응을 이유로 한 사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몸이 다쳐서가 아니라 마음이 버티지 못해 이 제도를 찾는 장병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개념이 있다. 흔히 말하는 ‘의병전역(의무심사)’과 현부심은 비슷해 보이지만 절차의 성격이 다르다. 실무적으로 의무심사는 군병원이 주도하며 객관적인 심신장애 여부 자체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현부심은 군 부대가 주도하며 지휘관의 관찰과 본인의 평소 행동·태도가 판단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신질환이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확인되는 경우라면 의무심사 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은 있지만 진단이 다소 애매하거나 복무 부적응의 성격이 함께 얽혀 있는 경우에는 현부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 갈림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엉뚱한 절차로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도 실무에서 흔히 본다.

문제는 현부심의 문턱이 결코 낮지 않다는 데 있다. 통상 일정 기간 이상의 복무 경력이 쌓여야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고, 정신질환이 이미 있던 상태에서 악화된 경우가 아니라면 훈련소 단계에서 현부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더구나 최근에는 심사 기준이 눈에 띄게 엄격해지는 추세다. 신체질환을 사유로 한 경우에는 군병원에서 발급한 구체적인 등급 진단서와 군의관 소견서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정신질환의 경우에도 단순히 힘들다는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태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어야 심사가 열린다. 준비가 부실한 상태로 신청했다가 ‘꾀병’이나 ‘엄살’로 비치면, 전역은커녕 관심병사로 낙인찍혀 부대 생활이 더 힘들어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은, 이 절차는 실제로 복무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제도이지, 없는 증상을 꾸며내 병역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병역법 제86조는 속임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은 경우를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엄히 처벌하고 있다. 집행유예 없이는 반드시 징역형이 선고되는 중한 범죄라는 뜻이다. 따라서 현부심을 준비한다는 것은 없는 증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진료기록, 상담 기록, 평소 행동에 대한 지휘관 및 동료의 진술 등 객관적인 자료로 정확하게 드러내는 작업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본인이나 가족이 직접 나서서 지휘계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자료를 모으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크다. 어떤 진료 기록이 필요한지, 어느 시점의 증상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지휘관이나 동료의 진술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두어야 심사에서 설득력을 갖는지는 이 제도의 운영 실무를 알아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국방헬프콜이나 인권담당군법무관 등 관련 제도를 함께 활용해 장병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조율 역시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사건을 다뤄본 경험상, 준비가 부족해 한 번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신청과 반려를 반복하다가 그 사이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지켜봤다. 결국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장병 본인을 위해서도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군 생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면, 그 상태를 혼자 버티게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현부심은 분명 존재하는 제도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신청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장병 본인이든 그 가족이든, 현부심을 고려하고 있다면 군 관련 실무를 잘 아는 변호사와 함께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자료를 준비하고 절차를 밟아나가기를 권한다.

도움말 법무법인 태림 부천 분사무소 윤현수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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