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자백으로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명예를 잃고 정서적 외상을 겪을 수 있다. 수감이나 형벌로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도 큰 타격을 입는다.
형사사법제도가 치르는 비용도 적지 않다. 허위자백은 수사와 신문(訊問)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키워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잘못된 유죄 판결이 재심과 항소, 국가배상으로 이어지면 사회적 비용도 커진다. 무엇보다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동안 실제 범인은 처벌을 피하고 추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청소년이나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처럼 취약한 사람들에게 허위자백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다면 범죄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은 허위자백의 위험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미국 뉴헤이븐대학교(University of New Haven) 사회학 부교수인 제프리 S. 드비스칼(Jeffrey S. Debies-Carl)은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 기고문에서 독일 법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를 소개하며 "법률 전문가는 허위자백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졌다.
드비스칼이 소개한 연구는 테레사 슈나이더(Teresa Schneider) 연구팀이 수행해 학술지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에 발표한 "법률 전문가들은 허위자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What Do Legal Professionals Know About False Confessions?)"다. 슈나이더 연구팀은 형사재판 판사와 검사, 형사변호인들을 대상으로 허위자백에 관한 지식과 인식, 경험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우려스러웠다. 허위자백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법률 전문가들조차 허위자백 위험을 상당 부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테레사 슈나이더 연구팀(2025) 연구에 따르면, 경찰의 압박으로 허위자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한 비율은 형사변호인 99%에 달했지만 형사재판 판사는 65%, 검사는 5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법률 전문가들이 압박적 신문기법의 허위자백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법학 교육 강화와 신문 전 과정 녹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Schneider et al., 2025,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왜 하지도 않은 범죄를 자백할까
드비스칼은 슈나이더 연구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이 왜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를 인정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허위자백의 원인은 크게 개인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적 요인은 특정 사람이 허위자백에 취약해지는 특성이나 상태를 말한다. 망상 상태에 있거나 다른 일에 대해 강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거짓으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적 요인은 피의자의 개인적 특성보다는 신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와 관련된다. 수사 과정에서 강한 압박이나 위협, 기만적인 신문 기법, 수면 부족 등이 겹치면 실제 범인이 아닌 사람도 자신이 하지 않은 범죄를 인정할 수 있다.
피의자가 수사 상황을 잘못 이해하거나 장시간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신문을 끝내기 위해 "차라리 자백하고 벗어나자"고 판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범행의 진실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드비스칼의 설명이다.
■ 법률 전문가도 허위자백을 과소평가했다
허위자백이 드물다는 생각은 일반 대중에게만 나타나는 편견이 아니었다.
드비스칼은 기존 연구에서 배심원과 예비배심원 역시 허위자백의 발생 가능성과 원인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최근 슈나이더 연구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 같은 법률 전문가들에게서도 비슷한 인식의 오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설문은 독일의 형사재판 판사와 검사, 형사변호인에게 허위자백에 관한 지식과 인식, 실무 경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응답 내용을 허위자백에 관한 기존 실증연구 결과와 비교했다.
분석 결과, 조사에 참여한 법률 전문가들은 경찰의 신문 압박으로 허위자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반적으로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직역별 차이도 컸다.
전체 응답자의 75%만이 경찰의 압박으로 허위자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형사변호인은 99%가 가능성을 인정한 반면 형사재판 판사는 65%, 검사는 53%에 그쳤다. 다시 말해 검사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경찰의 압박이 무고한 사람의 허위자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형사변호인은 판사나 검사보다 허위자백의 위험을 상대적으로 잘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법률 전문가 전체로 보면 허위자백을 유발할 수 있는 일부 신문기법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 경찰 신문 받은 무고한 피의자가 허위자백할 가능성은...변호사 11%, 판사·검사 4%
경찰의 신문을 받은 무고한 피의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허위자백을 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도 직역별 차이가 뚜렷했다.
형사변호인들은 무고한 피의자의 약 11%가 허위자백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판사와 검사는 모두 약 4%로 예상했다.
실무에서 허위자백을 접했다고 인식한 경험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형사변호인은 평균 6건의 허위자백을 직접 목격했다고 보고한 반면 형사재판 판사는 평균 2건, 검사는 평균 1건이었다.
다른 사람을 통해 허위자백 사례를 접한 경험도 형사변호인이 평균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판사와 검사는 각각 평균 4건에 그쳤다.
직역 간 격차가 실제로 변호사가 허위자백을 더 많이 접하기 때문인지, 같은 사건을 보고도 허위자백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지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슈나이더 연구 결과는 형사변호인이 판사와 검사보다 허위자백 가능성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 압박적 신문·정서적 조작의 위험도 제대로 인식 못 해
허위자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신문 방식에 대한 이해도 충분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4분의 1가량은 대립적·압박적 질문이나 정서적 조작과 같은 신문기법이 허위자백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개인적 위험요인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나았다. 법률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등이 허위자백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나 낮은 지적 능력, 약물 금단 상태를 허위자백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지 않은 응답자도 각각 15% 안팎이었다. 개인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 모두에서 형사변호인의 인식 수준이 판사와 검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비스칼은 조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를, 법률 전문가의 판단 자체가 자백의 증거 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하는 사람이 허위자백의 발생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본다면 문제가 있는 신문 과정에서 나온 자백에 필요 이상의 신뢰를 부여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 "법률가 교육 강화하고 신문 전 과정 녹화해야"
슈나이더 연구팀은 허위자백을 줄이기 위해 법률 전문가 교육과 신문 절차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먼저 법학 교육 단계부터 허위자백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충분히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정기 직무교육으로 최신 연구 결과를 꾸준히 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경찰의 면담·신문 방식에 대해서도 과학적 연구로 효과와 안전성이 뒷받침된 기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검사와 변호사, 판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진술이 확보됐는지를 이해해야 해당 자백의 신뢰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경우 심리 전문가의 의견을 활용하는 방안도 논문에 담겼다. 허위자백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상황적 위험요인을 토대로 특정 자백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 평가하는 데 심리학적 전문성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비스칼은 피의자 신문 과정을 일관되고 철저하게 녹화하는 것도 허위자백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다.
신문 전체 과정이 기록되면 법원은 자백이라는 최종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문과 압박이 있었고, 피의자가 어떤 상태에서 진술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상적인 절차에서 나온 자백에는 더 높은 신뢰를 부여할 수 있고, 의심스러운 과정을 거친 자백은 한층 신중하게 판단할 근거가 생긴다.
결국 드비스칼이 슈나이더 연구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자백했다"는 사실과 "범인이다"라는 결론 사이에는 반드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허위자백은 개인의 취약성뿐 아니라 신문 방식과 환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무고한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슈나이더 연구는 허위자백의 위험을 판단해야 할 법률 전문가들조차 일부 위험요인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자백을 받아내는 데서 수사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자백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자백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지만, 자백했다는 사실만으로 유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 원문 기사 출처
"Why False Confessions Are Surprisingly Common." Jeffrey S. Debies-Carl, Ph.D. 2026.04.19. <Psychology Today>.
▶ 기사 내 연구 출처
Schneider, T., Hunscher, M., Geven, L., Schell-Leugers, J., & May, L. (2025). What do legal professionals know about false confessions? A survey with defense attorneys, public prosecutors, and criminal judges. Psychology, Public Policy, and Law, 31(4), 348-358.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