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척기간 도과로 인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다219379 판결).
원심은, 피고는 원고들이 구체적인 사망사유를 기재하여 이 사건 보험금을 청구한 2022. 6. 3.경에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사고발생 위험의 현저한 증가’에 해당하는 망인의 ‘직업 변경’ 관련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할 것인데 그때로부터 제척기간 1개월이 경과한 2022. 7. 13.에서야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지를 통보했으므로 피고의 해지권 행사는 효력이 없다고 보아, 피고의 해지 항변을 배척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통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권 행사의 기산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고들은 ‘망인이 대만 해상에서 선박의 조난으로 익사했다’는 취지의 이 사건 보험금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망인의 ‘직무 외 1회성 선박 탑승’을 주장했으므로 피고로서는 망인의 직업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의 ‘경비원’에서 ‘선박기관장’으로 변경되었던 사실조차 쉽사리 알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가 보험금 청구서를 접수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그 즉시 망인의 직업 변경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상법 제652조 제1항에서 정한 해지권 행사기간은 보험자(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의 해지 원인이 존재하고 해지하고자 하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지 여부를 결정하지 아니한 상태를 지속시킴으로써 보험계약자를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게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해지권 행사기간의 기산점은 보험자가 계약 후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있는 사실을 안 때가 아니라, 보험계약자가 그와 같은 통지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실을 보험자가 알게 된 날이라고 보아야 한다.
나아가 보험계약자가 보험자에 대하여 위험의 현저한 증가가 없었다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통지의무 위반이 없다고 다투고 있는 경우에는 그때까지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에 관하여 의심을 품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면, 그러한 사정만으로 해지권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상태
에서 곧바로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는 없고, 그 후 보험자가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 여부에 관하여 조사ㆍ확인절차를 거쳐 보험계약자의 주장과 달리 보험계약자의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통지의무 위반이 있음을 안 때에 비로소 해지권의 행사기간이 진행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9999 판결 등 참조).
-망인이 기관장으로 탑승한 H호는 2022. 4. 7. 오전 9시 50분경 대만 서방 18해리 해상에서 원인불상으로 조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망인은 2022. 4. 8. 오후 1시경 대만 해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 사건 보험사고’).
원고들(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2022. 6. 3.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상해사망보험금 1억50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는데, 피고는 선원의 직무상 탑승 중 사고에 해당해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고, 피보험자가 그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이 있는 경우 보험사에 통지해야 하나 이를 위반해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처리결과 안내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했고 원고 A(망인의 배우자)에게 2022. 7. 17.송달됐다.
원고들은 이 사건 보험사고는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해당하고, 이 사건 면책약관 및 이 사건 통지의무약관은 피고가 당시 각 약관에 관한 명시·설명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4. 9. 25. 선고 2023가단105862 판결)은 '피고는 원고 A에게 5,000만 원, 자녀들인 원고 B, C, D에게 각 3333만333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23. 3. 17.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선고했다.
피고는 이 사건 면책약관 및 이 사건 통지의무약관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면책약관 및 이 사건 통지의무약관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 피고의 이 사건 보험계약해지는 부당하다.
보험설계사 I가 이 사건 면책약관 및 이 사건 통지의무약관에 대한 명시·설명의무를 다했다면, I가 원고 A에게 ‘내가 선박 탑승 중 사고 보상이 안 되는 부분 설명 안 한 거 보험사에 말하면 내가 구상을 받게 되는데, 구상금을 책임져 줄 수 있느냐'에 대해 언급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는 점, 감정인의 필적감정결과에 의하면 청약서에 기재된 망인의 자필서명은 망인의 친필과 그 필적이 상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면, I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망인에게 “선박 탑승 중 사고에 대하여 피고가 면책된다.”, “보험계약 체결 이후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되는 경우 피고에 알려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원심(2심 부산지방법원 2025. 10. 30. 선고 2024나64246 판결)은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피고는 이 사건 면책약관 및 통지의무약관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위 약관조항들을 근거로 피고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면책된다거나, 피고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다거나, 또는 지급할 보험금이 직업 변경 전후 보험료율의 비율에 따라 감액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적어도 원고들이 구체적인 사망 사유를 기재하여 이 사건 보험금을 청구한 2022. 6. 3.경 망인의 통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는 그로부터 제척기간 1개월이 경과한 후인 2022. 7. 13.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지를 통보했으므로 피고의 위 해지권 행사는 제척기간의 도과로 인하여 효력이 없고, 이 사건 보험계약은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보험회사의 해지권 행사가 제척기간 도과로 효력 없다는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6-04-1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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