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보호관찰소 양지혜 주무관의 아동학대사범 지도사례 법무부에 큰 반향

"아동학대 보호관찰 2년, 멋~진 엄마로 태어났습니다" 기사입력:2021-11-18 11:44:36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아동학대사범을 지도한 양지혜 주무관.(사진제공=군산보호관찰소)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아동학대사범을 지도한 양지혜 주무관.(사진제공=군산보호관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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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11월 19일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앞두고 당시 미혼모의 담당보호관찰관이었던 군산보호관찰소 양지혜(38·여) 주무관의 아동학대사범 지도사례가 법무부에 큰 반향을 일으켜 이를 소개한다.

△“저도 7세, 4세 말썽꾸러기 아이를 둔 덕분에 미혼모인 A씨에게 마음이 더 쓰였나 봐요. 부모 마음이란 똑같잖아요.”

△“처음에는 자신의 폭력성을 인정하지 못했어요. 첫 대면에서 (3,000만원에 이르는) 신용불량 상태, 불안정한 주거지(방세 체납, 통신비 미납), (잦은 이직으로) 근로의지 미약, (학대아동과의 분리에 따른) 상실감과 정서불안, 분노조절장애, 보호관찰관에 대한 거부적인 태도를 표출했어요. 사회적 교류가 전혀 없어 고립, 단절된 생활을 해온 걸로 파악되었어요.” △“분리된 아동이 보호시설의 다른 아동을 폭행하는 일이 있었어요. 이 일을 계기로 ‘부모는 자녀의 거울’임을 인식시키면서 엄마가 변화해야 아이도 변한다고 계속 설득했어요.” (양지혜 주무관)

법무무직원들의 감동적이라며 칭찬하는 댓글도 다양하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돈다면 우리를 보는 눈도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좋은 미담사례인 것 같습니다.' '보호관찰제도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눈물이 핑돕니다. 역시 사람만이 변화를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임님에게 참 잘했다고 힘을 잃지 말라고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앙지혜 주임님이 진짜 엄라마서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사연속으로 들어가 보자.

“저는 효자손으로 7세 아들을 폭행했던 몹쓸 엄마(가해자)였습니다.”

군산보호관찰소(소장 이길복)에서 아동학대죄로 2년간 보호관찰을 받았던 가해자(엄마)가 보호관찰을 마치며 보낸 편지가 법무부 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A씨(39·미혼모)는 세 살 무렵 부모의 이혼과 방임 탓에 조모 슬하에서 양육됐다. 유일한 혈육이던 조모가 곧 사망하면서 돌봐주는 이 없이 고아로 자랐다. 15세에 가출하여 10여 년간 당구장, 피시방 등의 종업원으로 전국을 떠돌았다.

이후의 삶은 고단함, 그 자체였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았다. 거친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만을 위해서 억척스러웠던 까닭에 상해, 폭력, 사기 전과 4범의 범죄자가 됐다. 생존을 위해서는 범죄이든 아니든 상관없었기 때문에 폭력 성향은 더욱 짙어졌다.

A씨는 생존만을 위해서 무분별한 생활을 하던 29세 때 신용불량의 미혼모 상태에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남아를 출산했다. 친척도 지인도 전혀 없었던 까닭에 적절한 양육 방법을 익힐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단칸방과 미혼모 시설을 전전하며 하루하루 힘겨운 생활을 견뎠다.

A씨는 신용불량 상태에서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쳐 7세에 불과한 남아의 온몸을 효자손으로 체벌하거나 욕설을 일삼았다. 다혈질적이고 감정 기복도 심한 성향 탓에 아이가 자신의 의도대로 하지 않거나 산만한 행동을 보이면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르며 심한 욕설을 했다. 단지 아이가 자신의 ‘화장품을 만졌다’라는 이유만으로 여러 차례 체벌을 일삼았다. 아이의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 조절을 못해 신체를 폭행하거나 과격한 모습을 보이는 등 권위적이고, 감정적인 양육 태도를 보였다.

A씨는 결국 2019년 10월 아동복지법위반죄(아동학대)로 법원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과 학대아동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다.

2019년 11월 7일부터 보호관찰이 개시됐으나, 하루 만에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겼다. 보호시설에 분리됐던 아이에게 다가가 겨울 파카와 부츠 1개를 주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을 주먹으로 폭행하기도 했다.

보호관찰이 시작될 때는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거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까닭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양육태도, 불안정한 주거지, 사회관계 단절,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거부적인 태도 탓에 처우 방향 수립조차 쉽지 않았다. 심층면담을 비롯해 현지출장 등의 면담 과정에서 상당한 폭력 성향과 여러 정서적,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으나 유독 아이에게는 강한 애착심을 나타내는 점에 주목하여 처우 계획을 수립, 보호관찰을 진행했다.

보호관찰관은 대상자와 개별 면담을 지속하면서 ‘분리된 아동과의 재결합을 위해서는 기존의 생활방식과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피해아동을 위한 ‘안정된 주거지’, 폭력적인 ‘양육태도 개선’, 경제적 안정을 위한 ‘직업훈련과 취업’이 필수조건임을 강조하면서 A 씨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다.

보호관찰관은 ‘보호관찰관과 대상자’라는 수직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서로 공감하면서 하나씩 접근해 나가기로 했다. 보호관찰관이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자 방어적인 대상자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A씨의 복합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자원의 도움이 절실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의 도움으로 허그일자리 프로그램이라는 직업훈련을 했다. 몇 달간의 직업훈련 과정에 참여하면서 근로의식과 자립의지는 높아졌지만, 대인관계에서 소극적, 기피적인 모습은 여전했다. 보호해 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전혀 없는 등 사회적 지지체계가 전무했다.

군산보호관찰소 보호관찰위원협의회는 자녀양육 경험이 풍부한 주부와 상담전문가 중심의 1:5 써클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해 양육태도 개선 및 인간관계 훈련으로 사회적 지지체계를 새롭게 재형성하도록 시도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의 사례 회의도 도움이 됐다.

학대 아동에 대한 인식 개선, 공동체 의식 함양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으나 불안정한 주거 및 열악한 경제 사정 탓에 보호관찰관의 노력에 비해 진전은 더디기만 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에서 주택 지원이 결정됐다. 여러 독지가가 이사비 지원, 취업 알선 등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피해아동의 원가정 복귀를 결정한다’(아동복지소위원회).

2021년 6월 보호관찰관의 노력에 더해 A씨의 획기적인 변화가 수반되면서 이례적으로 ‘학대 아동의 조기 가정 복귀 결정’이라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돼야 피해아동이 원가정에 복귀시키던 전례를 깬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아동복지소위원회의 조사관들이 가정환경조사 및 심리검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① 양육의지 및 태도 개선, ② 우울감 해소 등 긍정적 정서 변화, ③ 주거 안정, ④꾸준한 경제적 활동, ⑤ 학대아동이 원가정 복귀 희망 등에서 획기적인 개선이 있었다는 평가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었다.

A씨는 지난 8월 20일 학대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해제에 따라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A씨는 보호관찰관에 대해 그동안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면서 앞으로 아이를 위하여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A 씨의 변화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지지해 준 보호관찰관, 아동 분리라는 절망 끝 상황에서도 진짜 엄마가 되고 싶었던 엄마(대상자)의 간절함이 모여서 한 가정을 온전히 지키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길복 군산보호관찰소장은 “아동학대 사건은 경미한 사건이라도 중대범죄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평소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인권보호 의식이 가슴에 녹아 있음을 느낀다”며 직원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11월 19일은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이다. 이 날은 전세계적으로 아동 학대 문제를 조명하고 아동을 상습적인 학대나 폭행에서 보호할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하여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WWSF(여성세계정상기금)가 2000년 11월 19일 처음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2012년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아동학대 예방의 날과 아동 학대 예방 주간을 법적으로 명시했다.

◆군산보호관찰소에 보내온 감사 편지

『안녕하세요? 82년생 ◦◦◦입니다. 저는 부모님이 안계셔서 어려운 환경에서 돌봄 받지 못하고 고아 아닌 고아처럼 30년 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사회규범을 잘 몰랐고, 규칙도, 법도, 질서도,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고, 가족들이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신 상태여서 제대로 가정교육도 받지 못한 채 남동생과 둘이 고2 때부터 사회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워낙에 기본적인 교육과 기초가 부족하고, 가정생활을 경험해보지못한 덕에 사회생활로 올바로 이루어지기 힘들고, 계속 인간관계부족으로 이직을 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안정된 소득도 안돼서 30년 넘게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이상한 남자 만나서 원치 않게 미혼모가 되고 아이가 생기자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검정고시도 보고 자격증을 따고 나름대로 사회생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혼자 육아하다 보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아이도 저도 서로 준비 안 된 상태로 같이 살아가려니 어른인 저 혼자만 힘들고 괴로워서 아이를 훈육한다고 때리는 범죄를 저질러서 보호관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집행유예 2년 동안 참 많은 게 바뀌었고, 저도 많이 자라서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주변에 내가 나쁜 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관찰해 주시는 보호관찰 선생님들이 수시로 살펴주시고 상담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이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도록지원해 주시고, 귀 기울여 공감해 주셔서, 집도, 옷도, 먹을 것도, 일자리도,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자격증도 모두 가질 수 있게 되어서 앞으로 생활이 힘들어서 범죄를 저지르는 실수는 없을 것 같아요.

보호관찰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인간 관계법도 저절로 습득하게 되고, 써클 멘토링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공감하는 법도 배우고, 생활하면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법도 배우고, 보통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배우게 되어서 생활에 응용하고 접목시키다 보니 사회생활이 편해지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제가 죄인의 몸으로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지만, 이렇게 받고 누려도되나 싶을 정도로 존중받고, 대우받고, 걱정해주고 관심 가져 주셔서,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호관찰 선생님이 상담하러 오는 것이 기다려지고 하루하루가 설렌다는 것도 느끼게 해줘서 그런 것을 터득하게 해준 양◦혜 보호관찰 샘이 너무 좋고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마음 변하지 않고 열심히 잘 살아서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 나쁜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보호관찰 받기 전인 2년 전보다 발전했고, 사람답게 살 수있습니다. 도와주신 모든 관계자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아이와 행복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엄마로서 열심히 살 것입니다.

정말 2년 동안 수고 많으셨고, 관계자분들 너무 고생 많이 해주셨어요. 먹으라고 주신 김치, 너무 맛있었고, 또 먹고 싶습니다. 쌀도 너무 좋아서 밥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지난 2년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너무 감동적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2021. 10. 19.

◦◦◦ 드림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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