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회생절차 LIG건설 CP투자 손해…“증권사 배상책임 없다” 왜?

1심 증권사 60% 책임→2심 증권사 30% 책임→대법원, 책임 없다 기사입력:2015-05-03 11:35:32
[로이슈=신종철 기자] 투자자의 대리인이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있어 기업 신용등급의 의미와 체계를 알고 있었다면, 증권사가 부도위험이 있는 기업의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은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봐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이를 뒤집은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 경험이 있는 J씨는 2010년 10∼11월 친척인 K씨와 A씨를 대리해 우리투자증권 모 부장의 권유에 따라 K씨와 A씨가 신탁한 돈을 LIG건설이 발행한 CP(기업어음)에 각각 2억원과 1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등으로 경영 악화를 겪던 LIG건설은 2011년 3월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LIG 건설로부터 기업어음을 변제받지 못하게 되자, K씨 등은 “LIG 건설은 대리인 J씨에게 투자권유를 함에 있어서 투자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 위험성이 높은 기업어음의 매수에 투자하도록 권유함으로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위반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서초동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서초동서울법원종합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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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인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최승록 부장판사)는 2011년 12월 K씨 등 2명이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K씨에게 1억2000만원, A씨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LIG 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자, LIG 그룹 이사회는 LIG 건설에 대한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의함에 따라 LIG 건설은 회생신청을 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는 일반투자자인 원고들 또는 대리인 J씨에게 기업어음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면서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확실한 상태였던 LIG 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에 대해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서 확실하다고 오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 가능성이 강조돼 있는 신용평가 자료 및 투자설명 자료를 제공하는 등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이나 이 사건 기업어음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왜곡해 설명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도 자기책임의 원칙 아래 투자하려는 기업어음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을 사전에 파악해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했어야 하는 점, 원고들을 대리한 J씨는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고, 이른바 공격투자형 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기업어음의 본질적인 위험성 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0민사부(재판장 강형주 부장판사)는 2013년 2월 “우리투자증권의 설명의무 위반의 정도가 비교적 가볍다”고 판단해, 우리투자증권의 손해배상책임을 1심 60%보다 낮춰 30%만 인정했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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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K씨와 A씨가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17674)에서 피고의 책임을 30% 인정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증권사가 신탁계약 체결 당시 고객인 원고들의 대리인 J씨가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LIG건설의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 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관한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했다고 볼 수 없어,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기업어음의 신용등급과 아울러 신용평가 내용을 고지하고 신용등급의 의미와 전체 신용등급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해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을 포함해 발행기업의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서의 발행기업의 신용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명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의 직원(부장)은 신용등급의 의미와 체계를 알고 있던 J씨에게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이 ‘A3-’임을 고지했을 뿐만 아니라 발행기업인 LIG건설의 부도위험 및 그로 인한 원본 손실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고, 나아가 lIG건설의 긍정요인과 부정요인이 모두 기재돼 있는 신용평가서까지 교부했으므로, 기업어음 발행기업의 신용위험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원금 손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록 증권사 부장이 신용평가서를 바탕으로 신용등급 평가의 근거가 된 LIG건설의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에 대해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거나, 투자설명자료에 LIG건설의 긍정적인 요인이 강조돼 있는 것을 토대로 설명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신탁계약의 체결에 따르는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균형성을 상실한 설명을 했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투자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사정들을 이유로 들어, 피고가 신탁계약 체결 당시 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관한 균형 있는 정보를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인 원고들이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기업어음에 대한 투자 위험 및 설명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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