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로 추정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유족이 진실규명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과 2심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법원에 따르면 ‘대구 10월사건’은 해방 직후 미군정의 친일관리 고용, 토지개혁 지연 및 강압적 식량공출 시행 등에 불만을 가진 민간인들 및 일부 좌익세력이 경찰과 행정당국에 맞서 발생한 사건이다.
1946년 9월 하순경 일어난 노동자들의 전국적 총파업에 이어 10월 1~2일 사이에 대구 지역에서 주민봉기의 형태로 발생했다.
당시 대구역 및 대구공회당 인근에 노동자 등 수천 명이 집결해 경찰 100여명과 대치하면서 시작된 대구 지역의 시위는 미군정이 1946년 10월 2일 계엄령을 선포해 진압했으나 이후 경북지역으로 그해 12월에는 남한 전지역으로 확산됐다.
대구ㆍ경북 지역 주민 중 대구 10월사건의 진압과정에서 검거된 7500여명은 취조 과정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석방된 뒤 경찰 및 우익단체에 의해 가옥과 재산을 파괴ㆍ몰수당하는 등의 보복을 당한 경우도 있고, 적법절차 없이 사살된 경우도 있었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정리위원회)는 대구 10월사건의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관해 진실규명 신청을 받아 조사했다. 조사결과는 2010년 3월 30일 발표했다.
정OO씨는 대구 10월사건 관련자라는 이유로 경찰에 강제연행 됐다가 1949년 6월초 사살됐다. 그런데 정씨의 유족은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았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진실규명대상자 5명과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던 55명을 대구 10월사건 진압과정의 희생자로, 정OO씨 등을 군경에 의해 희생된 희생거명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면서, ‘국가는 대구10월사건 관련 민간인 희생자 및 유족들에게 위령ㆍ추모사업 지원, 역사기록 수정 및 등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정씨의 아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국가는 “진실규명결정은 주로 간접증거나 전문증거 등에 의존해 내려진 것에 불과하므로 이를 근거로 정OO을 대구 10월사건 민간인희생자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 1심과 2심 “유족의 권리행사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 주장하는 건 권리남용”
하지만 1심인 부산지법 제5민사부(재판장 차경환 부장판사)는 2014년 4월 “국가는 원고에게 174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013가합42352)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은 국가적 혼란기에 경찰이나 군인 등 국가권력에 의해 다수의 피해자들이 집단적ㆍ조직적으로 연행돼 적법절차 없이 살해된 사건인 점에 비춰 참고인들이 당해 사실에 관해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기억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OO이 대구10월사건 관련 민간인희생자인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 등은 정OO을 대구 10월사건 관련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이유 및 적법한 절차 없이 사살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이로 인해 희생자와 유족들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정OO 및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가가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는 항변도 일축했다.
소멸시효와 관련 재판부는 먼저 “국가가 과거사정리법 제정을 통해 수십 년 전의 역사적 사실관계를 다시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실행방법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이상, 이는 피해자 등이 국가배상청구의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법적 구제방법을 취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수용하겠다는 취지를 담아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새삼 소멸시효를 주장함으로써 배상을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취지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국가가 과거사정리법 적용 대상인 피해자의 진실규명신청을 받아 설치된 피고 산하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했다면, 그 결정에 기초해 피해자나 유족이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할 경우에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피해자 등에 대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한다면 이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될 수 없다”고 상기시켰다.
이는 2013년 5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202819)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 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이 없었더라도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해 희생자로 확인 또는 추정하는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희생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수용하겠다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국가의 의사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하고, 피해자 등에 대한 신뢰 부여라는 측면에서 진실규명신청에 의해 진실규명결정이 이루어진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희생자나 유족의 권리행사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직권으로 희생자로 진실규명결정한 정OO의 유족인 원고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천대엽 부장판사)는 2014년 11월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인정한 1심과 2심 판결 뒤집은 대법원 왜?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과 2심의 판단을 뒤집고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경찰에 아버지가 사살된 아들 정△△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234155)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망인에 대해 유족으로부터 진실규명신청도 없었고, 과거사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사를 개시하지도 않은 사실, 진실규명결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은 대구 10월사건 관련 희생거명자로 첨부자료에만 기재돼 있을 뿐, 진실규명결정의 주문에 포함돼 있지 않고 나아가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고가 달리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들어 권리소멸을 주장하지는 아니할 것이라는데 대한 신뢰를 가지게 할 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만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청구에 대해 국가가 시효소멸의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이런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의 권리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항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따라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진실규명요청 없었다면 과거사 희생자도 국가 손해배상 못 받아”
1심과 항소심은 국가 손해배상책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뒤집어 기사입력:2015-04-17 17: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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