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신도들에게 쑥뜸 시술한 스님, 의료법 위반 아냐”

“쑥뜸은 의학적 전문지식 없어도, 일반공중의 위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사입력:2015-02-21 18:48:47
[로이슈=신종철 기자] 일반인도 시중에서 쉽게 구입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뜸구’로 사찰 주지 스님이 신도들의 요청에 따라 쑥뜸 시술을 해준 것이라면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부산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인 60대 A씨는 2012년 6월 사찰 법당에서 신도 3명에게 배꼽 부위에 수건을 덮고 속칭 쑥뜸을 시술하고 1명당 2000원~5000원을 받아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찰 주지스님인 A씨는 “신도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쑥뜸을 해주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시술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시술을 받은 사람들이 사찰에 시주금 명목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항소심)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스님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서울서초동대법원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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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절을 찾아오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쑥뜸시술을 하고 돈을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승려 A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5852)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A씨가 사용한 뜸구(쑥을 올려놓는 기구)는 일반인도 시중에서 쉽게 구입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기구인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쑥뜸시술에 사용한 기구 및 시술 내용은 의학적인 전문지식이나 기술 없이도 일반인이 직접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므로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그와 같은 시술행위를 허용하더라도 일반공중의 위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환자들의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처방으로 쑥뜸시술을 한 것이 아니라, 신도들의 요청에 따라 일률적인 방법으로 쑥뜸시술을 해 준 것으로 보이고, 시술을 받은 사람이 시주금 명목으로 돈을 기부한 것을 치료의 대가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쑥뜸시술 행위는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보건위생에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그 내용과 수준으로 봐 의료법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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