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이 14일 ‘악성 막말 댓글’ 부장판사의 사직서를 곧바로 수리한 것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 제48대 변협회장에 당선된 하창우 변호사는 당혹스러워하며 “대법원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진상조사를 해 징계를 한 후에 사표를 수리해야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비위판사에 대한 변호사등록 여부를 심사할 수 있는데, 대법원이 징계를 하지 않고 내보내 변협에서 심사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 등으로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는 국기문란 사건을 겪으며 우리 국민은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도 국민들이 “사법정의를 수호하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까지도”라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건으로, 네티즌들은 ‘악성 막말 댓글’ 부장판사가 법복을 벗더라도 변호사로 활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공분이 쌓여가고 있다.
먼저 수원지법 이OO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5기)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4개의 아이디로 포털사이트 기사 등에 수천 개의 댓글을 달아 왔다.
특히 물고문과 전기고문 등을 옹호하고, 전라도나 세월호 유가족까지 비하하는 댓글,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투신의 제왕’이라고 조롱하는 등 현직 부장판사가 올린 것이라고 보기엔 믿기 어려운 글들이 많아 충격을 줬다.
뿐만 아니다. 동료 판사까지도 모욕적으로 비방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15일 이OO 부장판사를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했다. 2014년 12월 3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재된 <‘원세훈 판결 비판’ 김동진 부장판사에 정직 2개월>이라는 기사에 이 부장판사가 단 댓글 때문이다.
이정렬 부장판사에 따르면 수원지법 이OO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앞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 다른 표현은 다 괜찮다 쳐도 저 표현은 명백히 명예훼손의 범죄에 해당한다”며 “범죄자에겐 오직 중징계만이 기다릴 뿐이죠”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장판사는 “트위터질하던 서기호 판사나, 이웃 차량 열쇠구멍에 접착제 붓던 이정렬 판사나, 막말 퍼붓는 김동진 판사나...민주시민이 사랑하는 판사들은 왜 다 저 모양이죠?”라고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언론보도로 파문이 확산되자 이OO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다음날인 14일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 사표는 월요일인 16일 자로 수리된다.
대법원은 먼저 “비록 익명이긴 하나, 현직 판사가 인터넷에 부적절한 내용과 표현의 댓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당 법관의 댓글에 대한 언론보도 직후, 취재 언론사를 통해 확인한 자료와 해당 법관에 대한 사실조사를 거친 후, 사표를 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발생된 영역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고,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며, 댓글을 올릴 당시 법관의 신분을 표시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아 댓글을 읽는 사람이 댓글의 작성자가 법관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며 “해당 행위가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언론을 통해 편향되고 부적절한 익명의 댓글이 해당 법관이 작성한 것임이 일반 국민에게 노출됨으로써, 해당 법관이 종전에 맡았던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관에게 계속 법관의 직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에 더 큰 손상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사표 사리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날 본지는 <법조계 “대법원 ‘악성 댓글’ 부장판사 파면 징계 없이 사표 수리는 특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페이스북에도 링크했다.
그러자 변협회장 당선자인 하창우 변호사는 위 기사 댓글을 달며 “대법원이 문제 판사를 징계하지 않고 내보내면, 변협은 어떻게 비위사실을 인정할 수 있나요”라고 따져 물으며 “대법원이 무책임하군요”라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표 수리를 하지 않고 진상조사를 하여 징계를 한 후 사표를 수리해야 한다”며 “이래야만 변협은 비위판사에 대한 (변호사)등록 여부를 심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창우 변협회장 당선자의 이런 의견에 많은 변호사들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하창우 변호사(사법연수원 15기)는 지난 1월 12일 제48회 변협회장에 당선됐고, 오는 23일 취임식을 갖고 임기 2년의 공식집무에 들어간다.
이OO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 이정렬 전 부장판사도 “소제기일로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게 돼 있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무효 확인의 소를 2년이 넘도록 재판조차도 열지 않고 있는 직무유기 범죄행위를 하고 있는 대법원이, 이OO씨의 순조로운 변호사등록을 돕기 위해 사직서를 즉각 수리해 버린 한심한 행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분개했다.
기자와 전화통화에서도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이OO 부장판사가 형사합의부장을 오래했다. 다른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분이 판결로 말하지 않고, 권력자가 익명에 숨어서 그렇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그런데 징계하지 않고 사직서를 수리하는 걸 보니 대법원이 동조해 주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법원의 사직서 수리 소식에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부장검사 출신 송훈석 변호사는 트위터에 “파면 징계하지 않고 사직서 수리하는 것은 특혜 베푸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법무비서관을 역임한 판사 출신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SNS(트위터, 페이스북)에 “현직 부장판사 사표 수리, 그 댓글들이 공개되고 판사가 작성한 것이 알려져 문제라는 대법원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익명이긴 하나, 그 부장판사의 댓글은 편향성과 선정성을 법관이 갖고 있는 경험과 특유의 논리로 포장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직무상의 위법성이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대법원, ‘댓글 판사’ 사직서 수리…제식구 감싸기 논란 가중>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대법원 막말 댓글 공범 자처한 셈”이라며 “익명 속에 숨으면 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전날에도 “수원지법 이OO 부장판사의 댓글 사건의 본질은, 판사가 댓글 작성했다는 것이 아니라 글의 내용이다”이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특정지역 비하, 민주화운동 폄훼, 기본권 행사한 국민 모독, 정치적 편향 등 정신질환 수준의 삐뚤어진 사고를 가진 자가 판관이라니, 법관윤리의식 심각하다”고 혹평했다.
이 변호사는 “판사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며 “그러나 익명 속에 숨지 말고 실명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내용에 대해 공론의 장에서 제대로 평가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협회장 하창우 “댓글 판사 징계 않고 사표 수리, 대법원 무책임”
“징계 후 사표 수리해야 변협이 비위판사에 대한 변호사등록 심사하는데”…법조인들 부글부글 기사입력:2015-02-15 15: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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