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삼성그룹의 ‘떡값검사’ 명단을 공개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안기부 X파일’ 사건 대법원 선고가 14일로 예정된 것과 관련, 민변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논리는 교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통신보호비밀법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대법원이 서둘러 선고하는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제17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노회찬 의원은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직원들이 1997년 9월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나눈 대화내용을 도청한 녹취록 등 소위 ‘안기부 X파일’(이를 보도한 이상호 전 MBC 기자는 ‘삼성 X파일’이라 부른다)을 입수했다.
이에 노 의원은 2005년 8월 법사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직전 국회의원 회관에서 ‘삼성 명절 때마다 검사들에게 떡값 돌려, X파일에 등장하는 떡값검사 7인 실명공개’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올렸다.
7명 중 1명으로 지목된 안강민 변호사(당시 서울중앙지검장)는 허위사실이라며 노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2007년 5월 노 대표를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은 2009년 2월 노회찬 대표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8형사부(재판장 이민영 부장판사)는 2009년 12월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보도자료 배포행위는 보도 편의를 위한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발언에 부수해 행해진 행위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에 대해서도 “녹취록 대화는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그룹이 검사들에 대한 조직적인 금품전달계획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국회의원 신분이던 피고인이 이를 공개한 것은 수사 촉구 등의 정당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에는 공소시효 완성이 임박해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는 국회의원으로서는 마땅히 녹취록에 관련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필요성이 있었고, 야당 국회의원이 수사를 촉구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은 신속하게 여론을 환기시키는 것”이라며 “따라서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는 긴급성과 보충성도 충족해 정당행위에 해당돼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011년 5월 노회찬 대표가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는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개행위가 재계와 검찰의 유착관계를 고발하고 수사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측면을 갖고 있더라도, 이러한 공익적 효과는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상당부분 달성됐다”며 “굳이 홈페이지 게재라는 새로운 방식의 공개를 통해 위 대화의 직접 당사자나 관련자들에게 추가적인 불이익의 감수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며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통신비밀을 공개한 행위는 형법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이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는 2011년 10월 대법원 취지대로 유죄를 인정해 노회찬 대표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한편 노회찬 대표는 1심 유죄 판결 직후인 2009년 3월 다른 사람의 대화내용을 녹음해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2호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판단이 끝난 2011년 9월에야 통비법에 대해 재판관 7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반면 이강국 헌재소장은 “불법 감청ㆍ녹음 등으로 생성된 정보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가 이를 공개ㆍ누설하는 경우에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특별한 위법성 조각사유를 두고 있지 않아 상호 충돌하는 기본권 중 통신비밀 등의 보호만을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돼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벌금형이 없고 징역형만 있다. 따라서 노 대표는 떡값검사 실명 공개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등 핵심 공소사실에서는 무죄를 받고도,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진보정의당은 물론 민주당, 새누리당 의원 등 159명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는 개정안이 제출돼 있으니 선고를 미뤄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3일까지 노회찬 의원 사건에 대한 선고 연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사건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제2호 법정에서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가 판단을 내린다.
이와 관련,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내일 노회찬 의원의 ‘안기부 X파일’ 사건 대법원 선고가 된다. ‘떡값검사’ 7명의 실명과 대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에 해당하여 무죄라면서, 동일한 내용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것은 유죄라는 논리는 교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의원의 통신비밀보호법위반은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이 아니어서 시급히 선고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는 통비법을 벌금형도 선고할 수 있도록 법개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이때 대법원이 서둘러 선고를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재화 변호사 “노회찬 ‘떡값검사’ 판결 교묘한 말장난”
“통신보호비밀법 개정 중인 이때, 대법원이 서둘러 선고하는 의도 의심스럽다” 기사입력:2013-02-13 18: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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