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변호사인 사법연수생 월급 “줘…말어”

국회 “예산 낭비” vs 변협 “무슨 소리, 적극 반대” 기사입력:2006-01-20 09:31:23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맞아 사법연수원생의 80% 가량이 국가공무원인 판·검사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변호사로 개업하는 상황에서 국가 예산으로 ‘예비 변호사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할까.

사법연수원생에게 별정직공무원 신분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별정직공무원 규정을 폐지하고 월급도 무이자 대여로 전환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가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국회는 “현행 사법시험은 법조인 선발시험이 아닌 변호사 자격시험에 불과한 만큼 사법연수원생에게 공무원신분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월급 폐지를 추진중이다.

반면 대법원과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의 공익적 사명을 이유로 또한 로스쿨이 도입되면 사법시험제도가 폐지돼 월급 지급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구태여 논란을 벌인 필요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 개정안은 근시안적 견해…예산낭비로 봐선 안 돼

이와 관련, 대한변협(협회장 천기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법무부 등에 사법연수생들에 대한 보수지급을 폐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변협은 의견서에서 “엄격한 사법시험을 거쳐 합격자를 선발한 후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교육시키는 것은 단순히 공무원 발탁이 아닌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개정안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변호사로 진출하는 사람이 많은데 국고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겠는갗라는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견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이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법률에 따라 국갇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의 위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국가에서 사법연수생을 교육시키는 것이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또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을 받는 연수생을 판·검사로 임용될 사람과 변호사로 활동할 사람을 미리 가릴 수 없는 이상, 개정안대로라면 판·검사가 될 사람을 국가가 선발해 교육을 시키면서 그 비용을 받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는 행정고시 등에 합격한 인재들의 교육과정과 비교할 때 매우 불합리한 차별대우”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더구나 현재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고, 로스쿨이 도입되면 조만간 사법연수원제도가 없어질 텐데, 구태여 이런 시점에서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교육제도 및 비용부담에 관해 논란을 벌이는 것은 실익도 없다”고 일축했다.

대법원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대법원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옹호와 국선변호 등 공공봉사 기능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국가가 2년 동안 재정적 부담을 한 후 법조인에게 일생 동안 공익적 사명을 수행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사법연수생에게 엄격한 직업윤리와 자기관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신분을 부여하고 품위유지에 필요한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아울러 로스쿨이 설치될 경우 사법시험이 전면 폐지되기 때문에 보수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다는 것이다.

◈ 판·검사 임용비율 20% 불과…사법시험은 변호사 자격시험에 불과

하지만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맞아 공무원 신분인 판·검사로 임용되는 경우는 20%에 불과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은 변호사자격증 취득을 위한 자격시험 및 자격연수의 성격이 강해져 사법연수생에게 공무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이성권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6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판·검사에 임용되는 사법연수생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개인사업자인 변호사가 되는 사법연수생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연수기간 중 똑같이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국가예산 낭비라며 월급지급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산정책처는 “사법연수생들에 대한 보수지급을 폐지하고, 무상대여방식으로 전환한 후 국가공무원인 판·검사가 되면 비용 상환을 면제해주고, 변호사가 된 경우에는 비용을 상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정책처는 “당장 2006년부터 무상대여방식으로 전환되면 1,000명의 사법연수생 중 변호사로 개업하는 800명에게 지급된 보수를 상환할 경우 2007년 288억 5,600만원, 2013년 433억 500만원, 2014년에는 237억 4,600만원 등 총 2,497억 2,000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산정책처는 그러면서 “이렇게 절감된 비용은 형사국선변호료 인상이나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지원한다면 같은 비용으로 공익적 벌률구조서비스의 향상을 위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도별 사법연수원 수료인원 및 판·검사 임용현황을 보면 2001년 수료자 678명 중 판사 107명, 검사 99명이 임용돼 임용비율이 30.4%이었던 것이 해마다 줄기 시작해 2003년에는 수료자 798명 중 판사 109명, 검사 82명만이 임용돼 임용비율이 23.9%로 낮아졌다.

또한 2004년에는 수료자 966명 중 판사 77명과 검사 113명이 임용돼 19.6%로 20%도 채 안 됐으며, 2005년에도 957명의 수료자 중 판사 85명과 검사 96명만이 임용돼 18.9%로 더 떨어졌다.

2006년에도 전년도보다 수료자가 62명이나 줄어든 895명이지만 이 중 판사 92명과 검사 95명만이 임용될 것으로 예상돼 판·검사 임용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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