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속칭 '휴대폰 깡'은 대부에 해당하지 않아 무죄 확정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는 유죄 기사입력:2019-10-0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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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
[로이슈 전용모 기자]
급전이 필요한 대출의뢰자들로부터 휴대전화기를 매입하고 돈을 준 행위(휴대폰 깡)는 대부업법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대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부업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유지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다.

1심과 원심은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범행의 핵심적 역할을 한 피고인 1명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나머지 6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19년 9월 25일 피고인 및 검사의 상고(2019도4368)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휴대전화 판매업을 하는 피고인들은 신용등급이 저조해 금융기관 및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불특정 다수인들 상대로 ‘휴대전화 소액대출’ 명목으로 유인해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을 보내주면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최대한 개통(인당 최대 4회선)하고, 개통된 신규 휴대전화 단말기를 중고품으로 판매한 후, 취득한 수익금 중 일부를 명의자들에게 지급해 주는 이른바 ‘휴대폰깡’ 또는 ‘내구제(’나를 구제해주는 대출’의 줄임말로써, 대출 희망자가 휴대전화 서비스 이용 목적이 아닌 자금 제공 및 융통 조건으로 휴대전화를 개통 후, 이를 되팔아 현금화시키는 변종 무등록 대부업)’ 수법으로 범행을 하기로 공모했다.

피고인들은 벼룩시장 광고 및 “휴대폰 개통 50 ~ 300만 원, 당일 현금지급, 긴급 자금해결”, “통신불량 개통가능” 등의 내용을 기재한 전단지 배포 및 현수막 광고를 통해 전국에서 휴대전화 명의자들을 모집했다.

그런뒤 피고인들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3월 사이 10여회에서 194회까지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해 주는 조건으로 이동통신단말장치 이용에 필요한 전기통신역무 제공에 관한 계약을 권유, 알선, 중개, 광고했다. 많게는 2억5620만 원 상당을 대여했다.

피고인들이 대출의뢰자들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대출의뢰자의 신용이나 (선)이자율 등과 관계없이 오직 대출의뢰자가 개통해 오는 중고 휴대전화기의 시세를 바탕으로 정해진 것이다. 대출의뢰자는 개통한 휴대폰을 30개월 등 약정기간 동안 할부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휴대폰 단말기는 외국인이나 신용불량자 등 할부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판매됐다.

피고인들은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대부업등의등록및금융이용자보호에관한법률(‘대부업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8고단1038)인 부산지법 서부지원 이춘근 판사는 2018년 8월 28일 피고인 김OO(52)을 징역 1년 6월에, 피고인 정OO(35), 김△△(41)를 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박OO(52), 홍OO(54), 홍△△(52)를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피고인 박△△(44)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실형을 선고받은 김OO을 제외한 나머지 6명에게는 각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피고인 김OO, 박OO, 홍OO, 홍△△, 박△△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대부업법 위반의 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출의뢰자들로부터 휴대전화기를 매입하고 돈을 준 행위는 대부업법 제2조 제1호에서 말하는 ‘대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죄사유 판단은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들이 대출의뢰자들로부터 휴대전화 단말기의 매입을 가장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매입하는 등 피고인들과 대출의뢰자들 간의 계약은 매매계약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통해 유통이윤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② 피고인들과 대출의뢰자들은 이자나 변제기 등 대부조건에 대해 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돈을 돌려받기로 한 것도 아니어서 돈을 빌려주었다고 볼 수도 없다. ③ 대출의뢰자가 휴대전화 할부금을 갚는 것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피고인들이 대출의뢰자에게 지급하는 액수도 대출의뢰자의 신용이나 이자율과는 무관하다.

그러자 피고인들(양형부당)과 검사(법리오해,양형부당)는 쌍방 항소했다.

검사는 “대출희망자들의 진정한 목적은 돈을 빌리는데 있고, 휴대전화 개통은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매달 할부대금 등을 납부함으로써 원리금을 상환한다고 할 수 있고, 피고인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선이자를 공제했기 때문에 이자 약정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는 ‘대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대부가 아님을 전제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2018노3362)인 부산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현찬 부장판사)는 2019년 3월 21일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1심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대포폰’을 양산시켜 추가적인 범죄를 양산할 우려가 있고, 자력이 부족한 대출의뢰인들이 통신사에 납부할 금액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러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도 한편 피고인 김OO의 경우 이 사건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이로 인한 수입이 상당하며,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하지 않았고, 피고인 김OO의 범행 중 일부에만 가담한 사정 등을 감안해 피고인들에 대한 개별적인 형을 정했다. 그 밖에 당심에서 새롭게 고려할만한 특별한 정상관계나 사정변경이 없어 원심이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배척했다.

피고인 홍OO, 홍△△, 박△△ 및 검사는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19년 9월 25일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대부업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하는 ‘금전의 대부’는 그 개념요소로서 거래의 수단이나 방법 여하를 불문하고 적어도 기간을 두고 장래에 일정한 액수의 금전을 돌려받을 것을 전제로 금전을 교부함으로써 신용을 제공하는 행위를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대부업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대부업법 제2조 제1호가 규정하는 ‘대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또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해서도 상고했으나,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피고인들은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상고장에도 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