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씨는 수갑을 채우고 다리를 의자에 묶은 채 구타당하거나, 여러 개의 불빛을 얼굴을 비춘 상태에서 며칠 간 잠을 못하게 하는 등의 고문을 받았다.
이씨는 대학선배인 일본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공작지도원에게 포섭돼 밀입북하거나 반국가 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아 목적수행을 위해 대한민국에 잠입하고 불온표현물을 소지ㆍ보관하는 등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구속영장이 집행돼 서울구치소에 구금된 이후에도 접견이 금지됐고, 재판과정에서 국선변호인과의 접견도 하지 못했다.
특히 만삭인 아내도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돼 서빙고분실에서 조사를 받다가 출산하자 석방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이 사건을 재조사 한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2007년 보안사가 고문과 협박을 동반한 강압수사로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씨는 2010년 7월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등법원이 재심사유가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결정을 내렸다.
이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한 진술은 국군 보안사령부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이루어진 허위자백이고, 검찰 수사과정 및 재판과정에서도 계속된 보안사 수사관들의 감시와 위협에 의해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유지되면서 허위자백을 번복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2011년 1월 이헌치씨의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 체포돼 장기간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검찰에 송치된 이후에도 보안사에 보내져 신문을 받기도 했다”며 “피고인이 비록 검사 앞에서는 고문 등을 당한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사의 조사단계에까지 계속된 상태에서 보안사에서의 자백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자백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서 이적표현물 소지와 재심 절차에서의 증거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