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화 “졸던 헌재 재판관들 정당해산 오판…김이수만 진실 찾기”

재판관들이 어떤 잘못했는지 역사에 고발하기로 결심…‘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 출간 기사입력:2015-03-22 16:54:54
[로이슈=신종철 기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며 변론에 참여했던 이재화 변호사가 헌법재판관들의 오판을 역사에 고발하겠다면서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목도한 재판과정을 상세하게 표현하며 헌재를 혹평한 책을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3월 19일 발간된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변론기’(출판사 글과 생각)라는 책이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린 지 꼭 4개월 만이다. 헌법재판관들이 변론기일에 어떻게 재판을 했는지 민낯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재화 변호사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재화변호사가출간한'기획된해산의도된오판'

▲이재화변호사가출간한'기획된해산의도된오판'

이미지 확대보기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순간 헌법도 민주주의도 울었다”며 “1987년 6월 항쟁은 현행 헌법을 낳았고,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탄생시켰다. 헌법재판소의 부모는 6월 항쟁이다. 통합진보당 10만 당원들은 6월 항쟁의 주역들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다수파의 근거 없는 종북몰이에 편승해 15년간 활동해 온 10만 당원의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켜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은 결론만 부당한 것이 아니다. 재판 과정은 더더욱 심각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재판이 아니었다. 증거재판은 온데간데없고 심증재판과 사상검증재판이 난무했다. 재판관들은 미리 결론을 내놓고 형식적으로 재판하는 시늉만 냈다”며 “재판관들은 증거를 통해 진실을 밝힐 의사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재화변호사

▲이재화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


특히 이재화 변호사는 “나는 1년 동안 이 사건을 변론하면서 가슴으로 많이 울었다. 서글퍼서 울었고 분노해서 울었다”며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은 최악의 재판이었다. 재판진행 측면에서나 결과 측면에서나 누구도 재판을 이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최악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헌재를 혹평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관들의 잘못은 사소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이었다”며 “나는 재판관들의 이러한 행태를 역사에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재판관들이 이 사건 재판을 하면서 과연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생생하게 있었던 그대로 기록하기로 했다”며 이 책을 발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재화 변호사가 재판과정을 목도하며 느낀 재판관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가 책에서 밝힌 재판관들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 헌법 재판관들이 졸고 있었던 이유?
2014년 2월 18일 제2차 변론기일에서는 정부 측과 통합진보당 측이 추천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신청한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진술을 청취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정태호 교수의 법정 진술을 기술하며 “정태호 교수는 만약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해산결정을 내리게 되면 우리나라의 정치적 이념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을 경계했다”고 기억했다.

송기춘 교수는 정당해산심판은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판결과는 달라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측 논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재화 변호사는 “헌법재판관들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정태호, 송기춘 교수의 너무나도 당연한 진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며 “안창호,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줄곧 졸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관들은 마치) 너는 떠들어라. 나는 듣지 않겠다는 태도처럼 보였다”면서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 선고 결과를 보고, 이때 품었던 의문이 풀렸다”고 씁쓸해했다.

▲헌재심판정에있던이정희대표,대리인단단장김선수변호사와이재화변호사

▲헌재심판정에있던이정희대표,대리인단단장김선수변호사와이재화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


재판관들이 법정에서 졸고 있었다라는 증언은 다른 대리인 변호사들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통합진보당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이재정 변호사 헌재의 정당해산 결정 이후 페이스북에 “박한철, 이진성, 안창호,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들은) 재판 진행 중에 고이 주무시는 걸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역시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이광철 변호사도 헌법재판관들이 변론기일 심리 중에 졸았다는 이재정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목소리를 냈다. 자신의 글에 페친이 재판관이 졸았다는 질문 댓글을 달자, 이광철 변호사는 “(재판관들이) 심리 중에 꾸벅꾸벅 졸았다. 안창호 뿐만이 아니다. 2~3명 재판관 빼고 다들 졸았다. 더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재판관들 편견과의 마지막 승부

이재화 변호사는 “김영환의 증언 후 보수언론과 종편은 ‘정당해산은 이제 시간만 남았다’고 떠들어냈다”며 “재판관들이 그 전까지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김영환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고, 실제로 김영환이 증언한 후 재판관들의 분위기는 정부 측으로 기울어졌다”고 기억했다.

이에 2014년 11월 4일 제17차 변론에서 통합진보당 측은 증인으로 진보정당의 대부인 권영길 전 대표를 불러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권영길 전 대표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재판관들의 편견과 싸웠다”며 “그리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은 혁명을 축구하지도 않고 선거를 통한 노선을 취해 왔으며, 특정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정당이 아니라고 호소했다”고 기억했다.

이 변호사는 “그의 증언에 귀 기울인 재판관은 김이수 재판관뿐이었다”며 “나머지 재판관들은 듣는 시늉만 했다. (결국) 그의 증언은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에 단 한 줄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재판관들을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평생 진보정당을 위해 몸 바쳤던 권영길 전 대표의 증언은 북한에서 보낸 간첩보다도, 민주노동당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전향자 김영환보다도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라고 통탄했다.

▲이재화변호사

▲이재화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


◆ 끝내 버리지 못한 재판관들의 편견

이재화 변호사는 “재판관들은 1년 동안 통합진보당에 대한 재판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재판관들은 재판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라며 비판을 예고했다.

이 변호사는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18차례의 변론기일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며 “양측 대리인들에게도, 증인들에게도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정당해산’이라는 결론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이재화 변호사는 재판관들의 면면을 기억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주심 이정미 재판관이다.

이 변호사는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소수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재판관으로 추천한 사람”이라며 “격동의 시기인 1980년에 대학에 입학했고, (법관으로 근무할 때) 다른 사건에서도 나름대로 진취적인 판결을 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던 인물이어서 통합진보당 대리인은 그에게 기대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거와 상식에 기초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이정미 재판관은 1980년대 학생운동에 관한 이해가 너무 없었다. 반공주의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정부가 쏟아낸 종북몰이에 편승해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베니스위원회 위원이고, 여야가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재판관으로 추천한 사람으로 사실 통합진보당 대리인은 강일원 재판관은 종북몰이에 편승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그런데) 강일원 재판관은 18차례의 변론기일 동안 몇 마디 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이 변호사는 “강 재판관은 이석이 의원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자 선거에서 어떻게 1등이 될 수 있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결정문을 보니 강 재판관이 이석기 의원을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있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그가 비례대표 후보자 선거에서 남자 중 1등을 했다는 것은 이석기 의원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통합진보당을 장악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진성 재판관은 재판과정 내내 민중주권주의에만 관심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대리인들은 재판과정 변론을 통해 이진성 재판관의 민중주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바로 잡힐 것으로 생각했으나, 재판 결과 이런 생각은 순진한 것이었음을 드러났고, 이진성 재판관은 위헌 의견에 가담해 버렸다”고 씁쓸해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안창호 재판관은 공안검사 출신답게 모든 쟁점을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의 관점에서 봤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특히 “정부측 증인을 신문할 때에는 마치 정부측 대리인인 것처럼 정부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반면 통합진보당 증인을 신문할 때나 대리인이 변론할 때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며 “그가 어떤 생각으로 재판에 임했는지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 잘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안창호 재판관은 사상의 자유와 비례성의 원칙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며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은 가면을 쓴 사기집단이고,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번드레한 말에 속아 넘어가는 ‘바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어땠을까?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재판 내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재화 변호사는 “박한철 헌재소장은 재판장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중립성을 지키려는 모양을 연출했으나, 재판진행 과정에서 사상검증식 증인신문에 대해 묵인했고, 통합진보당측 대리인의 변론을 사사건건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국회의원들에게 2014년 12월에 선고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재판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고 했다”며 “대법원에서 이석기 등의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선고가 나기 전에 서둘러 해산결정을 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한철 소장은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당일 의원들의 질의에 이런 취지로 말했다.

◆ 김이수 재판관의 외로운 진실 찾기

이재화 변호사는 “재판과정에서 김이수 재판관만 유일하게 진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높게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양측 대리인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증인들의 허황된 추측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고, 진보운동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했으며, 진보정당이 우리사회에서 어떠한 순기능을 하는지도 이해하려고 했다”며 “그리고 정당해산청구 속에 가려진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이수 재판과의 고뇌는 결정문의 소수의견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덧붙였다.

◆ 저자인 이재화 변호사는 누구?

▲이재화변호사

▲이재화변호사

이미지 확대보기
196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1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고, 출감 후 해직기자들이 펴낸 ‘말’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의 BBK 주가 조작을 폭로한 정봉주 전 국회의원,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 등 많은 정치 관련 사건의 변론을 맡아 정치검찰과 온몸으로 싸워왔다.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재직했고,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맡아 검찰과 법원의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행정법 연습’, ‘행정법의 쟁점’, ‘분노하라, 정치검찰’이 있다.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2,623.02 ▼6.42
코스닥 845.44 ▼0.38
코스피200 355.98 ▼0.91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5,736,000 ▲19,000
비트코인캐시 738,500 ▲3,500
비트코인골드 50,800 ▼50
이더리움 4,575,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40,400 ▲20
리플 789 ▼6
이오스 1,217 ▲4
퀀텀 6,195 ▲65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5,824,000 ▼64,000
이더리움 4,585,000 ▲4,000
이더리움클래식 40,490 ▲100
메탈 2,440 ▲8
리스크 2,656 ▲8
리플 790 ▼6
에이다 747 ▲9
스팀 409 ▲4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95,706,000 ▲33,000
비트코인캐시 738,500 ▲4,500
비트코인골드 50,100 0
이더리움 4,579,000 ▲8,000
이더리움클래식 40,400 ▲60
리플 788 ▼7
퀀텀 6,130 ▲65
이오타 345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