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심준보 기자]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18억원 규모의 우주·항공 산업 컨설팅 용역을 이례적으로 빠르게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YTN 사이언스 ‘사이언스 투데이’가 20일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수은은 용역 추진안 작성부터 발주까지 21일 만에 마쳤다. 과거 비슷한 규모의 용역에는 약 120일이 걸렸다. 수은은 정부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은은 7월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 추진안을 작성했고, 8월 발주를 진행했다. 용역 규모는 18억원으로, 수은이 발주한 정책연구 용역 가운데 최대 규모인 것으로 보도됐다.
YTN은 재정경제부가 수은 담당자들을 두 차례 불러 용역 진행 상황을 논의한 기록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수은은 용역 추진에 정부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정부가 개별 업무를 직접 지시할 수는 없고 포괄적인 감독·지시 권한을 갖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경부는 우주·항공 산업의 특성상 수출금융이 필수적이어서 수은과 협의한 것이라며 KAI 매각이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정책 협의와 개별 업무 지시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수은 역시 정부 요청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특정 기업의 매각을 위한 지시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용역이 KAI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KAI의 재무구조 개선과 지분 매각 가능성이 맞물릴 경우, 산업 경쟁력 분석이 향후 지배구조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KAI는 차입금과 회사채를 합쳐 약 3조원 규모의 금융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YTN 사이언스는 보도했다. 수은이 KAI의 최대주주인 만큼 추가 출자 부담과 지분 관리 문제도 산업 정책과 금융 지원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본사 추가 확인 자료와 딜사이트의 9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용역은 8월 발주됐으며 과업 기간은 3개월로 설정됐다. 수행사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유력한 것으로 보도됐다.
딜사이트는 한화 방산 부문에 BCG 출신 인사가 있다는 점을 들어 컨설팅의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수행사 선정이 확정됐거나 한화가 용역에 관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화는 KAI의 2대 주주로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에서 확인된 지분 관계와 공시 사실을 넘어 별도의 의혹을 단정할 근거는 없다.
용역 과정에서 KF-21 전투기와 우주발사체 등 민감한 기술·사업 자료가 다뤄질 수 있다는 점도 보안 쟁점이다. 외국계 컨설팅사가 관련 자료에 접근할 경우 정보 관리와 접근 권한 통제가 중요해진다.
수은은 KAI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 측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 USA 1.01%를 합쳐 15.89%다. 한화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 31일 한화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다만 한화가 최다 출자자가 되거나 임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거나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경우에는 다시 심사를 받아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수은 지분의 변동은 이러한 지배구조 조건과 맞물릴 수 있어 KAI의 최대주주 지위가 향후에도 중요한 변수로 남는다.
이 같은 지분 변화와 용역 추진은 시간상으로 이어졌다. 수은이 7월 추진안을 작성하고 8월 용역을 발주한 뒤 공정위가 한화의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한화는 이후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했고, 10월에는 국정감사와 KAI 노조의 상경투쟁이 이어졌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용역의 배경과 절차, 규모, 추진 속도가 모두 이례적이라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10월 13일 국정감사에서 KAI의 향후 방향을 정하기에는 섣부르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국익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 재임 중 추진된 이번 용역은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정책 목표와 KAI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맞닿은 사안이다. 수은은 이달 중 용역 수행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황기연 호(號) 수은, 120일 걸리던 18억 용역 21일 만에… KAI 민영화 사전작업 의혹
기사입력:2026-10-21 17: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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