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대처방법

기사입력:2026-07-28 14:12:00
법무법인 태림 서울 주사무소 김용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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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진가영 기자] 소수의 자영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근로자로 살아가기 마련이다. 저마다 살아온 배경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일하다 보니 크고 작은 마찰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도를 넘어선 상사의 부당한 지시나 폭언, 혹은 납득하기 어려운 동료들의 따돌림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직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라며 혼자 속을 앓다가도,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스트레스에 사직을 고민하거나 법적 대응을 진지하게 알아보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 과연 ‘직장 내 괴롭힘’이란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행위들이 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어떤 순서로 대처해야 가장 현명한지 그 실무적인 흐름을 차근차근 짚어보자.

근로기준법에 따를 때,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1)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했을 것, 2)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을 것, 3)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법조문만 읽어보면 그 개념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져 내 상황이 과연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일어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양상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 최근 필자가 직접 노동청 진정을 대리하여 성공했던 직장 내 성희롱, 상습적인 사적 심부름 강요 사례를 비롯하여, 대학교수에게 전공과 무관한 강의를 억지로 배정한 사례, 육아휴직 복직자에게 보조업무만 주고 따돌림을 지시한 사례, 명예퇴직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사물함만 보게 만든 면벽근무 사례, 회식 자리에서의 폭음·폭행 강요, 회사 행사를 위한 장기자랑 연습 강요, 근거 없는 소문을 유포한 행위 등 수많은 유형이 존재한다.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가장 중요한 일이다)은 바로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막상 실무에서 의뢰인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실제 괴롭힘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내 신고를 하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든, 객관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3자인 조사관이나 근로감독관은 사건의 전모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가해자들은 행위를 순순히 시인하지 않고, 문제가 불거지는 순간 상황을 은폐, 축소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무 메신저 캡처, 녹음 파일, 목격자 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피해 일시와 상황을 기록한 타임라인 일지 등을 최대한 확보해 두어야 한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사내에 정식 신고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가 가해자 편을 들겠지”라는 불신 때문에 곧바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는 것을 고민한다. 물론 대표나 임원이 직접 가해자인 경우처럼 예외적인 상황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기업 구조라면 실무적으로 정식 사내 신고절차를 먼저 밟는 것을 권장한다.

그 이유는 1) 회사는 신고를 접수한 경우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할 법상 의무가 있으며, 신고인에 대하여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한 처우를 할 수 없다. 나아가 회사는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 근무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 휴가를 부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만일 회사가 이 과정에서 미흡하게 대응하거나 조치의무를 소홀히 한다면 이는 추후 회사에 대한 법적책임 추궁 근거가 된다. 2) 또한 사내 절차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회사 입장에서도 내부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바로잡고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실무적 의미가 있다. 외부 기관으로 사건이 커지기 전에 회사가 주체적으로 조사와 조치를 취함으로써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상호 간에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굳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여 조용히 덮으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원칙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를 투명하게 매듭짓고 싶어 하는 것이 대다수 기업의 현실이다). 3) 한편 노동청이나 법원에 가기 전 사측의 공식적인 의견이나 조사 기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회사가 자체 조사를 진행하며 남긴 기록들은 향후 사건이 외부 기관으로 확대되었을 때 중요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만일 사내 절차를 통한 해결이 요원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정식 진정을 제기해야 한다. 노동청 진정 단계에서는 그동안 모아둔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게 되며, 특히 2026년부터는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가 확대 시행되고 있어 회사의 조사의무 및 조치의무 위반이나 불이익 처우에 대해 국가 기관을 통한 실질적인 구제와 압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근로감독관의 조사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곤란하다. 근로감독관은 수많은 사건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기에, 우리 사건이 왜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어떤 기초 사실과 증거가 있는지, 가해자에 대해 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 제출해야만 원하는 결과에 도달할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동전문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고 체계적으로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추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때 초기에 작성된 진술서, 사내 조사 기록, 노동청 진정서 등의 내용들은 향후 재판의 핵심 증거로 고스란히 활용된다. 따라서 사건 초기 단계부터 기록의 유·불리를 꼼꼼히 검토하고 진정부터 소송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조망을 해줄 수 있는 변호사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가해자로 지목된 상황이라면 어떨까. 회사나 기관에 제출할 소명서를 작성할 때 “나는 억울하니까 사실대로 다 말하면 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와 불리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구분하여 적시하지 않으면 사측이나 조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빌미를 잡힐 수 있다. 설령 실제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부 하였더라도 마찬가지다. 굳이 낱낱이 밝힐 필요가 없는 부분까지 지나치게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자신만의 변명만을 앞세우면, 본래의 행위보다 과도한 징계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분쟁 상황에서는 무조건적인 솔직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소명서 작성시 노동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고 진행하기를 강력히 권한다.

진실을 입증하는 것은 결국 치밀하게 준비된 기록과 전략이다. 사건의 첫 단추를 꿸 때부터 냉철한 시선으로 유·불리를 진단하고 가장 안전한 길을 안내해 줄 노동전문 변호사와 함께, 감정적 소모는 줄이고 확실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도움말 법무법인 태림 서울 주사무소 김용휘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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